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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스한 골방 Feb 20. 2024

어젯밤의 꿈에는 어떤 의미가 있었을까

프로이트의 꿈 개념

  여러분은 매일 꿈을 꾸시나요?  일반적으로 사람이 매일 꿈을 꾸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어느 날 행복한 꿈을 꾸면 바로 다음날에 복권을 사러가기도 하죠. 이처럼 꿈은 우리의 일상에 늘 함께하지는 않아도 때때로 우리의 행동에 작용하는 심리적 요인이 되기도 합니다.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에서 꿈이 중요했었다는 것은 대중들에게도 비교적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에서 꿈을 어떤 개념이라고 설명했는지 살펴보려고 합니다.




꿈은 왜 생길까


  프로이트에 따르면 꿈은 우리가 잠자고 있는 동안 느슨해진 마음의 검열을 피해서 나오는 무의식의 산물입니다. 평소 우리의 마음은 의식에 위험한 마음들이 존재하지 않는지 늘 검열하고 있습니다. 만약 위험한 마음이라고 판단되는 것이 있다 싶으면, 자아가 지체 없이 억압의 방어기제를 사용해서 무의식으로 내려보냅니다. 억압은 '의식이 감당하기 어려운 생각이나 감정들을 무의식 속으로 유배시키는 방어기제'라고 설명드렸었죠. 억압은 기존에 존재하는 무의식을 억눌러두는 방어기제에 해당하는 동시에, 새로운 무의식이 형성되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만약 우리가 늘 마음이 검열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면 지금처럼 편하게 일상생활을 보낼 수 있을까요? 이는 모든 일상생활을 사찰당하고 있는 것처럼 상당히 불편한 일이 될지도 모릅니다. 그래서인지 사람은 스스로의 마음을 검열하고 억압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지 못합니다. 결국 우리는 무의식을 억압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도 못하고, 무의식에 존재하는 마음도 알지 못하고 일생을 살아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마음의 검열이 느슨해지는 순간이 하루에 최소 한 번은 존재합니다. 이 순간은 바로 수면 시간입니다. 우리의 몸이 일생동안 일만 할 수는 없는 것처럼, 마음도 하루종일 쉬지 않고 일을 할 수는 없습니다. 사람은 수면 시간을 통해서 하루동안 누적되었던 신체적 피로를 해소하는 시간을 가집니다. 마찬가지로 마음도 수면 시간에 휴식을 취하면서 정신적 피로를 해소하려고 합니다. 특히 마음의 구조 중에서도 자아는 휴식을 간절히 바랄 만도 합니다. 하루종일 마음을 검열하고 무의식을 억압하고 있었으니 쉬고 싶은 마음이 무척이나 들 수 있겠죠.


  우리가 잠을 자는 동안에는 자아도 함께 휴식을 취하고, 자연스럽게 우리 마음의 검열도 느슨해집니다. 이때 무의식들은 신이 난 상태입니다. 하루종일 자신들을 감시했던 자아가 드디어 잠에 들었으니까요. 드디어 무의식은 느슨해진 검열을 피해서 현실로 나타날 수 있게 됩니다. 하지만 이때 우리의 몸이 잠들어 있는 상태이기에, 무의식이 현실로 나온다고 해서 우리가 무의식이 이끄는 대로 행동하지는 않습니다. 결국 무의식은 행동 대신에 꿈의 형태를 가지고서 현실에 나타납니다.


  프로이트에게 꿈은 무의식으로 가는 지름길과도 같은 존재였습니다. 평소에는 검열과 억압으로 인해서 무의식에 대한 쥐꼬리만큼의 단서조차 찾기가 어려웠는데, 꿈은 우리의 의식적인 노력 없이도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단서와도 같으니까요. 그래서 그의 정신분석에서는 꿈의 중요성을 상당히 강조하고 있습니다. 비록 현대 정신분석에서는 다양한 이론들이 존재하고 있기에 꿈의 중요성은 다소 퇴색된 것도 사실이지만, 여전히 꿈은 무의식으로 도달할 수 있는 중요한 방법들 중 하나로 여겨지고 있긴 합니다.


우리가 잠들어 있을 때에는 자아도 함께 휴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이때 검열과 억압이 약화된 틈을 타서 무의식이 탈출하게 되는데, 그 결과물이 꿈으로 나타나게 됩니다.




꿈은 어떻게 생길까

 

  하지만 우리가 어젯밤에 꾸었던 꿈을 전부 기억한다고 해서 우리의 무의식을 온전히 알게 된 것은 아닙니다. 탈옥에 성공한 죄수가 죄수복을 그대로 입고 있는 경우는 많지 않죠. 많은 경우에 탈옥수들은 평범한 사람들처럼 옷을 갈아입어서 변장을 시도합니다. 이처럼 유배지에서 탈출하는 것에 성공한 무의식이라고 할지라도 이들은 무의식 그대로의 모습으로 나오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꿈은 무의식 그 자체가 아닌, 변장되어 있는 무의식과 같습니다.


  프로이트는 우리가 잠에서 깨고 나서 기억하는 꿈을 발현몽(manifest dream)이라고 하였고, 꿈의 원형이 되는 무의식을 잠재몽(latent dream)이라고 하였습니다. 결국 잠재몽이 변장하여 의식으로 빠져나온 모습이 발현몽인 셈이죠. 그렇다면 잠재몽이 변장하는 방법들을 알 수만 있다면, 발현몽의 내용을 해석해서 꿈의 원형을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요? 프로이트는 잠재몽이 변장하는 방법에 압축, 전치, 상징화 등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압축(condensation)은 잠재몽에 존재했던 충동, 소망, 감정 등이 합쳐져서 하나의 발현몽으로 나타나는 것입니다. 만약 한 아이가 어느 날 무시무시한 괴물이 나오는 악몽을 꾸었다면, 악몽 속의 괴물은 누구를 뜻하는 걸까요? 발현몽에 나타났던 괴물은 아이를 미워하는 엄마, 아이를 혼내는 아빠, 그리고 부모를 향한 아이의 공포와 분노 등의 마음들이 합쳐져서 괴물의 형상으로 나타난 것일 수도 있습니다. 무서운 엄마와 아빠, 그리고 아이의 부정적인 감정들이 각자 각각의 형체를 가지고서 발현몽으로 나타날 수도 있었겠지만, 이들은 성공적으로 변장하기 위해서 키메라처럼 서로의 몸을 합쳤습니다.

아이를 미워하는 엄마, 아이를 혼내는 아빠, 부모를 향한 아이의 공포와 분노가 잠재몽이 된다면, 이들은 압축을 통해 발현몽에서는 하나의 괴물로 합쳐져서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전치(displacement)는 대상을 향한 감정적 에너지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강렬해서, 다른 대상을 향한 다른 감정으로 변형되어 나타나는 것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꿈속에서 벌거벗은 한 아름다운 여인을 보고 묘하게 가슴이 두근거리는 경험을 한 남자의 마음에는 어떤 무의식이 있었을까요? 그은 어머니를 향한 성적 충동을 포함한 사랑을 느끼고 있었지만, 이러한 내용은 사실 의식에서 상당히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이 사람은 어머니를 다른 한 여인으로 대체했습니다. 그 결과로 근친상간적인 사랑을 묘한 호감 정도로 변형할 수 있었죠. 이러한 전치 과정을 통해서 그는 혼란스러울 수도 있는 강렬한 감정들을 순화시켜서 발현몽으로 내보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상징화(symbolization)는 이름처럼 상징적 표현을 통해서, 받아들이기 불편한 대상이나 감정을 보다 수용할만한 다른 이미지로 표현하는 것입니다. 이는 수용하기 어려운 대상이나 감정을 변형시킨다는 점에서 전치와 닮은 점이 많습니다. 하지만 전치와 상징화는 중요한 차이점이 있습니다. 바로 이전의 예시에서 보여드렸던 것처럼, 전치는 대상을 변형할 뿐만 아니라 대상을 향한 감정들도 순화될 수 있게 변형시킵니다. 하지만 상징화는 비록 대상을 상징적 이미지로 변형시키긴 해도, 대상을 향한 감정의 에너지는 약화되지 않은 채로 그대로의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무의식적으로 현실의 직장 상사가 무능력하다고 생각하면서 분노하고 있는 사람은 꿈에서 한쪽 다리는 절뚝거리고 안색은 초췌하고 머리도 덥수룩한 모습의 상사를 만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이 사람의 꿈에서 상사의 무능력이 직접적으로 표현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는 폐인이 되어버린 듯한 상사의 외관을 비웃으면서 꿈에서라도 직장상사에 대한 공격성을 표출할 수 있었습니다. 결국 이 사람은 상징을 통해서 순화되지 않은 분노를 꿈에서나마 표출할 수 있었습니다.


 



꿈을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프로이트는 '꿈 해석의 이론과 실제에 대한 논평(1923)'에서, 꿈을 해석하는 방법을 네 가지로 요약하여 설명한 적이 있습니다. 이 방법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내담자가 치료자에게 꿈을 이야기했던 순서대로 연상을 시키면서 해석하는 방법입니다. 이는 가장 자연스럽고 무난하면서도 전통적인 꿈의 해석방법인데요, 프로이트는 이 방법이 '분석가가 자신의 꿈을 분석할 때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표현했습니다. 만약 여러분께서도 전날 밤의 꿈을 해석해보고 싶으시다면 이 방법을 먼저 시도해 보는 게 좋은 방법일 수 있습니다.

  둘째, 꿈의 내용 중에서 특정 부분을 선택해서 해석하는 작업입니다. 여기서 특정 부분이라 하면 꿈 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 혹은 가장 기억에 남는 말과 같은 것들이 될 수 있겠죠. 예를 들어 내가 꿈에서 기나긴 사다리를 타고 가다가 꼭대기에서 벅차오르는 감정을 크게 느꼈다면, 사다리를 오르는 과정보다는 꼭대기에서 느꼈던 고양감이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이 될 수 있습니다. 만약 그렇다면 꼭대기에서 있었던 일들을 해석하여 무의식에 접근할 수 있습니다. 또한 꿈에서 나타난 남자가 '당신은 어떤 삶을 원하십니까'라는 말을 했었고 이 말이 여운이 많이 남았다면 어떨까요. 남자가 했던 말이 가장 기억에 남는 꿈의 내용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남자가 했던 말을 곰곰이 생각해 가면서 꿈을 해석해 나갈 수도 있습니다. 정신분석에서는 강렬한 기억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설명합니다. 꿈도 마찬가지로 강렬한 기억이 존재한다면 그 이유를 찾아가는 것이 무의식을 찾아나가는데 적지 않은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셋째, 꿈의 기억을 완전히 무시하고 꿈과 관련된 이전의 사건들을 찾는 방법입니다. 프로이트는 꿈을 꾸기 24시간~48시간 이전의 사건들이 꿈의 원형이 될 수 있다고 이야기했지만, 사실 꿈은 유년기의 기억에서 올 수도 있고 그 외의 최근의 사건들일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이 방법을 택할 때 최근 1~2일간의 기억을 먼저 더듬어보는 것도 좋은 선택이 될 수는 있겠지만, 그 외의 사건들이 먼저 떠오른다면 자유롭게 연결되는 과거의 사건들을 순서대로 떠올리는 것이 꿈의 해석에 도움 될 수 있습니다.

   넷째, 만약 내담자가 자신의 꿈을 해석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다면 꿈을 해석하는 순서를 내담자 본인에게 맡겨볼 수도 있겠습니다. 다만 이것은 앞서 설명드린 꿈의 해석 방법 세 가지를 모두 잘 숙지하고 나서야 선택해 볼 수 있는 방법이기에, 그전에는 함께하는 정신분석가와 상의해 가면서 꿈의 해석을 진행하는 것이 나으실 수도 있습니다.




반복되는 꿈에는 마음속의 아이가 존재해요


  이러한 방법들을 통해서 꿈을 분석하다 보면 반복되는 잠재몽의 내용이 있다고 합니다. 이는 바로 유년기의 해결되지 못한 소망들입니다. 비록 현실의 우리들이 어른이 되고, 어른스러운 의식 세계를 가지고 일상생활을 한다고 하더라도 우리의 무의식에는 아직 어린아이와 같은 부분들이 존재합니다.

  사람들의 무의식에는 마음속의 아이(child-within)가 존재한다고 합니다.  이 아이의 소망은 애정을 향한 욕구, 인정을 향한 욕구, 공격성을 표출하고 싶은 욕구 등으로 다양합니다. 이전에 정신분석에서 중요한 대전제가 '무의식 속에 억눌려있는 과거는 현재의 모든 행동, 감정, 생각에 영향을 끼친다'라고 설명드렸었죠. 이처럼 무의식에 존재하는 마음속의 아이는 우리의 행동에 영향을 끼칠 뿐만 아니라, 잠재몽의 재료가 되어서 발현몽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그래서 꿈을 해석한다는 것은 잠재몽을 찾아나가는 것이기도 하지만, 더 나아가서는 어렸을 때 이루지 못했었던 소망을 찾아나가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만약 마음속의 아이에게 말을 걸고 달래줄 수 있다면 우리의 무의식은 보다 평온해질 수 있고, 우리의 일상도 보다 평화로워질 수 있습니다.

  이번 글을 읽으셨다고 해서 우리를 찾아오는 꿈들을 완전히 해석하는 것은 당연히 불가능할 수 있습니다. 대신에 앞으로는 전날 밤의 꿈을 개꿈처럼 여기지 않고서, 한번 더 생각해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어젯밤에 꾸었던 꿈을 통해서 우리 마음에 숨어있던 아이를 만날 수도 있으니까요.




어젯밤에 꾸었던 꿈에는
어린 시절의 꿈이
숨어있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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