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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지우개 Jun 29. 2022

수행 기록 28

반야심경 1주 마하반야바라밀다심경

이번 주 수행 연습해본 소감


한 주 동안 내가 옳다는 생각을 내려놓고 상대의 의견과 처지에서 경청하는 수행을 해 보았습니다. 세상에서 저와 가장 가까운 엄마인데 저는 엄마와 대화를 하면 가슴이 턱턱 막히는 답답함을 느낄 때가 많았습니다. 엄마는 자기주장이 강하신 분입니다. 자기 생각과 다르면 지적과 비난을 즉각 표시하는 분입니다. 딸인 제게는 그나마 자기주장을 잘 안 하신다는 걸 알아도 저는 엄마의 말에 상처를 많이 받았습니다. 제가 생각한 자구책은 엄마와 대화를 오래 하지 않는 것입니다. 대화를 하더라도 용건만 간단하게 말하고 신속하게 대화를 마치는 것이죠. 여느 엄마와 딸처럼 전화기를 붙들고 오래 수다를 떠는 모습이나 카톡으로 시시콜콜 일상을 나누는 모습은 우리 모녀에게는 드문 일입니다. 저는 발신자에 ‘엄마’만 떠도 심장이 두근거리니까요. 엄마의 강한 주장에 이해보다는 반발심이 먼저 들었습니다. 엄마가 하시는 말씀이 궁극적으로 제 행복과 편안에 닿아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엄마의 말투와 표현에 거부감이 컸습니다. 저는 엄마의 말투와 표현을 닮지 않으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런데 가끔 제 아이들을 대할 때 나도 모르게 내게서 엄마가 나타나면 자신이 너무 싫더라고요. 저는 엄마를 좋아하지만, 좋아하기에 엄마를 멀리하려고 했습니다. 이곳으로 이사 온 후 엄마 집과 가까워져 엄마를 만날 일이 더 많아졌습니다. 수행을 시작하고 난 후 엄마를 대하는 불편한 마음이 크게 변하지는 않았지만, 엄마의 강한 자기주장에도 이유가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엄마의 처지에서는 강한 주장만이 엄마의 살길 아니었을까요? 그런 마음이 들고 난 후부터는 엄마의 강한 주장에 저도 반발하는 마음보다는 빠르게 수긍하고 대화를 종료하게 되더라고요. 수행 전에는 수긍 없이 대화를 무조건 회피했다면 지금은 이해까지는 아니지만 빠른 인정과 수긍 단계에 도착한 것 같습니다. 언젠가는 엄마를 완전히 이해하는 날도 오겠지요?     


법문 들은 소감 나누기            


저는 이번 법문에서 육바라밀을 말씀하시며 ‘지계’에서 ‘호불호에 사로잡히지 마라’는 말씀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지계(持戒) 바라밀은 호불호를 놓아버리는 것이니 계를 지켜야 한다는 마음가짐에서 나아가 계를 지킬 것이 없는 마음으로 나가야 한다는 말씀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나의 모든 괴로움은 나의 호불호에서 시작해서 호불호에서 끝납니다. 엄마의 강한 주장이 듣기 싫어 엄마 보기가 불편했고, 살가운 딸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이 다시 괴로웠습니다. 저를 원망하는 학부모의 말은 듣기가 너무 힘들었고 그 아이를 쳐다보기도 싫고, 출근 자체가 괴로웠습니다. 세상에는 좋은 것도 많지만 왜 이리 싫은 것이 많은지! 좋아하다가도 싫어지고 싫었다가도 좋아지는 게 이치입니다. 이런 변덕을 안다면 좋아할 것도 싫어할 것도 없어야 하는데 저는 호불호에 집착하며 살았습니다. 그런데 호불호가 없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요? 다만 나의 호불호라고 인정할 줄 알아야겠지요. 다른 사람의 호불호도 인정할 줄 알아야겠지요. 거대한 변덕 속에 오늘 일어난 털끝 같은 호불호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아버리면 괴로워할 일이 없을 텐데 말입니다. 저는 2주에 한 번씩 아이들의 자리를 바꾸는데요. 방법은 제비뽑기입니다. 자리를 바꾸기 전에 아이들은 기대감에 가득 차 있습니다. 막상 자리를 바꾸고 나면 만족하는 아이보다 불만족을 드러내는 아이가 늘 더 많았습니다. 이럴 바에는 차라리 자리를 바꾸지 말자고 하면 아이들은 더 불같이 거부합니다. 바꿔도 만족할 수 없는데 뭐하러 바꾸냐고 제가 물으면 그래도 바꾸는 게 낫다고 한 목소리로 말합니다. 그래서 저는 어차피 2주 후에 자리가 또 바뀌니 자리 때문에 좋아할 것도 없고 싫어할 것도 없다고 조언했습니다. 학기초에 비해 요즘은 확실히 아이들이 자리 때문에 불만을 드러내는 아이가 적더라고요. 사실 제 괴로움도 이와 마찬가지 아닐까요. 순간 싫은 감정이 일어나더라도 다만 오늘 인연에 일어난 나의 일시적인 감정일 뿐이라고 알아차리면 싫은 감정에 사로잡히지 않게 되겠지요. 좋은 감정도 마찬가지고요. 아이들도 서서히 되어 가는데 제가 안될 리가 없으니 끊임없이 수행 정진하겠습니다.      



주제 질문-최근 화가 났던 적은?       


최근 완도 가족 실종사건이 주요 뉴스였습니다. 그 뉴스를 들은 후로 저는 계속 마음이 안 좋았습니다. 아이도 부모와 같이 죽고 싶었을까 생각하면 화가 납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부모의 처절한 입장도 헤아려보지만, 아이를 생각하면 너무 마음이 아픕니다. 어린 딸에게 빚을 떠 안겨 줄 바엔 차라리 같이 죽는 편이 낫겠다는 결심했을 그 마음도 어렴풋이 알겠습니다. 그래도 아이는 살아갈 방법이 있지 않았을까요. 평범한 가정을 극단의 위기까지 내몬 사회에도 화가 납니다. 정당한 노동으로 살아가면 바보가 되는 세상, 벼락부자 아니면 벼락 거지가 되는 사회 정책과 흐름이 원망스럽습니다. 예전보다 의식주 수준은 엄청나게 올라갔고 인권 의식도 올라갔지만 정신적 위기감, 우울감, 의존성, 불만족과 불행의 수준도 엄청나게 올라간 이 사회가 두렵습니다. 저도 언제 어떻게 위기가 올지 모른다는 생각에 불안해집니다. 좋은 점이 있으면 나쁜 점도 있다 생각하면 좀 나을까요? 이런 뉴스를 생방송으로 중계하는 방송마저 보기가 힘듭니다. 마음공부가 더 절실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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