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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지우개 Jul 05. 2022

수행 기록 29

반야심경 2주 조견오온개공, 색불이공 공불이색 색즉시공 공즉시색

수행 연습해본 소감     


이번 주는 저의 주된 화를 관찰하는 수행 연습을 해보았습니다. 저는 남편과 자주 싸우지는 않지만, 남편이 제게 화를 내면 저도 화가 납니다. 특히 남편이 저의 말투를 지적하며 화를 낼 때는 저도 금방 화가 올라옵니다. 심장이 두근거리고 얼굴이 빨개지며 숨도 거칠어집니다. 저는 흥분을 가라앉히기 위해 크게 심호흡을 해 봅니다. 제 말투에 아무 문제가 없었음을 항변하지만 그럴 때마다 남편은 더 불같이 화를 냅니다. 저는 억울한 마음이 솟구칩니다. 저도 남편처럼 남편 말투를 지적하고 싶은 마음 굴뚝같지만 내 말에 쉽게 수긍할 사람이 아닐뿐더러 다툼이 길어지는 것이 싫어서 저는 그때부터는 입을 굳게 닫습니다. 남편이 뭐라고 해도 아무 반응하지 않고 그 자리를 속히 피합니다. 저는 이 화가 가라앉는데 짧게는 3시간, 길게는 이틀 정도 걸리는 것 같습니다. 그 시간이 지나면 감정도 가라앉아 남편과 대화가 가능해집니다. 남편이 보기에 제 말투가 마음에 들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때 버럭 화를 내지 말고 “네가 좀 흥분한 것 같다. 말투가 좀 거칠고 듣기 불편하다.”라고 부드럽게 말해주면 좋겠는데, 이런 내 마음을 전달한 적은 없습니다. 남편이 바뀌는 것보다 제가 바뀌는 편이 더 빠르겠다는 생각은 합니다.    



법문들은 소감 나누기     


경전 공부를 하면서 내가 옳다는 생각을 내려놓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매번 알아차립니다. 내 생각과 느낌은 옳은 것도 그른 것도 아니고 변함없는 영원한 것도 아니라는 사실, 인연 따라 일어난 순간의 현상일 뿐 집착할 만한 대상이 아니라는 사실을 매번 깨닫습니다. 특히 스님이 말씀하신 내용 중 세상 사람들 대다수가 인정하는 공통점을 우리는 진리로 규정하고 살아간다는 말씀이 기억에 남았습니다. 진실과 거짓, 정상과 비정상, 논리와 비논리, 도덕과 부도덕 등 우리는 우리가 공통으로 인정하는 내용을 기반으로 진리라 일컫고, 우리가 옳다는 생각으로 이에 어긋나는 내용에 얼마나 부정적이고, 폭력적으로 대하는지 다시 생각해 보았습니다. 비주류나 소수자가 당연히 약자가 되는 경우를 우리는 공공연하게 목격하지만, 그들이 약자인 것은 그들 탓일 뿐 주류와 다수의 폭력성을 인지하지 못합니다. 학교도 창의성을 강조하다 못해 강요하지만 정작 창의적인 아이들은 비주류가 되어 특이한 아이, 사회성이 부족한 아이, 대하기 힘든 아이, 불편한 아이로 낙인찍는 경우를 종종 목격합니다. 제 안에도 비주류나 소수자가 될 법한 창의성이 있지 않았을까요. 어쩌면 저는 살아가는 동안 저의 모난 부분을 둥글게, 최대한 도드라지지 않게 보이기 위해 노력하며 살아왔는지 모릅니다. 그렇게 살다 보니 주류와 다수자로 사는 것이 옳다고 여겼고, 그렇게 살지 않는 아이를 답답하게 여기며 아이를 바꿀 수 있는 교육을 해야 한다는 철학으로 가르쳐왔습니다. 요즘 아이들은 특히 말을 안 듣고, 점점 가르치기 힘들다는 푸념은 아마 어른들의 이런 폭력성에 근거한 말이 아닐까요. 저는 반야심경을 들으며 교과서가 담고 있는 많은 내용도 이 폭력성과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직 줄 세우기를 위한 결과 위주의 학습이 제각각 아름다운 아이들을 다 똑같은 작은 공 모양으로 병에 담기 좋게 다듬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적어도 제가 수업하는 동안에는 아이들의 개성이 훼손되지 않도록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크게 열어두고 그들이 그들 나름대로 의미 있게 배울 수 있도록 안내하는 역할에 충실하겠다 다짐합니다. 당장 중3 제 딸아이의 기말고사 결과가 답답하고 한심하더라도 답답하고 한심하다는 그 생각도 아상일 뿐 누구에게도 도움 되지 않는 불필요한 괴로움임을 알아차립니다.         


                 

주제 질문     


팔고(생, 노, 병, 사, 애별이고, 원증회고, 구부득고, 오음성고) 중 내가 경험한 것은?   

       

저는 팔고를 다 경험했다고 생각하지만, 저보다 더 엄청난 팔고를 경험하신 분이 훨씬 많다고 생각하기에 제가 경험한 팔고를 이야기하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중생의 삶 본질이 괴로움에 있고, 이 괴로움이 나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고, 괴롭지만 괴로워할 것이 없다는 사실도 알아차리라는 뜻이겠지요. 저는 꾸준히 운동을 한 지 8년 정도 되었습니다. 운동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남편이 운동을 좋아하기 때문에 남편보다 5살 어려도 내가 먼저 늙을까 봐 걱정되어 저도 시작했습니다. 제일 먼저 시작한 종목은 걷기와 달리기입니다. 남편 따라 10킬로 마라톤대회도 몇 번 나갔습니다. 달리는 동안 상상을 초월한 고통이 왔지만, 성취감도 있었습니다. 물론 기록은 형편없었습니다. 다음은 요가와 필라테스를 했습니다. 나이에 비해 유연한 편이라 잘 되는 동작도 많았지만, 오른쪽 어깨 관절이 원래 안 좋고 골반이 유연하지 못해서 특정 동작이 아예 되지 않았습니다. 작년 3월부터는 수영을 시작했습니다. 저는 비염이 심해서 물에 들어가면 코가 계속 막히고 기침이 나는데 수영을 특히 잘하는 남편에게 오기가 생겨 도전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저는 다른 사람보다 진도가 안 나가고 영법에 쉽게 익숙해지지 못했습니다. 배영은 그나마 숨쉬기가 편하고 다른 영법보다는 속도가 나서 지금은 배영만 계속하고 있습니다. 처음에 비하면 동작이 편하고 속도도 빨라졌지만, 가끔 남편과 같이 수영을 하면 남편은 어김없이 저를 비웃습니다. 그리고 작년 5월부터는 골프를 시작했는데요. 골프만큼 어려운 운동이 없는 것 같습니다. 몸 여기저기가 부서질 듯이 아픈데 노력만큼 늘지 않습니다. 남편의 비웃음이 이 종목에서 가장 심합니다. 좀 잘 된다 싶어 필드에 나가면 어김없이 무너져 당장 그만두고 싶어 집니다. 저는 몸의 겉모습에 집착하는 색온(色蘊), 동작이 제대로 나오지 않아 불쾌한 수온(受蘊), 내 몸은 운동과 맞지 않다는 상온(想蘊), 나도 멋지게 운동 자세를 잡고 싶다는 행온(行蘊), 운동이 잘 안 되는 자신이 싫다는 식온(識蘊), 이 오음성고(五陰盛苦)를 운동을 시작한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겪고 있습니다. 그러나 운동 덕분에 두 번의 출산에도 고등학생 때의 체중을 지금껏 유지하고 있고 또래보다 힘이 센 편입니다. 얼마 전에는 클라이밍을 하게 되었습니다. 처음 도전한 사람이 바로 코스를 파악하고 최종까지 성공한 사람을 ‘온 사이트 (on sight)’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저는 3번 도전했는데 3번 모두 온 사이트를 했습니다. 덩치와 비교해 힘센 몸뚱이가 가끔 참 대견합니다. 글을 쓰고 보니 제 고통은 고통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습니다. 오늘도 즐거운 마음으로 가볍게 운동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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