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3월이다. 내일이면 아이들은 드디어 한산초등학교 학생이 된다. 아침부터 햇볕이 따스하다. 3월 첫날 우리는 망산에 오르기로 했다. 이 순간을 위해 어린이들 등산화도 장만하지 않았던가. 등산의 시작은 중학교 뒤쪽으로 친절하게 탐방로 푯말이 세워져 있다. 오르기 시작했을 때부터 바다를 볼 수 있다. 산에서 바라보는 바다는 그야말로 장관이다. 내려다보이는 섬과 바다는 색다르다. 이미 산은 봄을 알리고 싶어 안달이 났다. 겨울눈을 한껏 부풀린 나무를 종종 만날 수 있다. 산철쭉과 생강나무 꽃눈은 제법 커져 있다. 물론 아직도 딱딱한 몸을 지키고 있는 나무도 있다. 속을 꺼내기에는 바람이 차갑다.
“엄마, 우리 선생님은 어떤 분일까? 친구들은 어떨까?”
아이들은 전학에 대한 설렘이 가득하다. 산을 오르면서도 애들은 학교 생각으로 가득하다.
정자가 나온다. 망산 전망대라고 적혀있다. 여기도 미세먼지는 예외가 아니다.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섬들이 부옇다. 안내도에는 저 멀리 매물도도 보인다는데 내 시야에는 명확하지 않았다. 추봉도 옆은 용초도, 뒤는 죽도이다. 용초도 옆에는 비진도가 보인다. 나는 섬 이름을 머리에 저장했다. 저 섬에서 바라보는 한산도는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니 가보고 싶다.
정자를 지나니 그리 가파르지 않다. 아이들은 이미 힘들다고 볼멘소리다. 쉬었다 가자고 민원이 폭주한다. 아직은 기다려줘야 할 때다. 너와 나의 마음의 거리는 아직도 멀다. 속도를 줄여 천천히 걸으니 새소리가 들린다. 언젠가 텔레비전에서 새 소리만 듣고도 이름을 알아맞히던 박사가 생각났다. 내 옆에 그분이 있었으면 좋겠다. 난 도통 모르겠다. 소리만 녹음해서 입력해도 새 이름을 맞히는 애플리케이션은 없을까 궁금해진다.
새와 꽃, 나무들의 환대를 받으며 우리는 정상에 올랐다. 정상을 알리는 커다란 비석에 ‘망산 293m’라고 쓰여 있다. 이럴 때는 인증 사진이 필수다. 정상 옆에는 봉수대다. 망산이라 이름 붙은 이유는 충분히 짐작 가능하다. 망을 보는 산이다. 알다시피 이곳은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의 작전지이다. 망산 정상에서 왜군의 침입을 확인했고, 이 봉수대를 통해 육지 쪽으로 정보를 보냈다. 봉수대를 중심으로 크고 작은 바위들을 사방형으로 쌓은 것으로 보니 비밀기지의 역할도 한 것 같다.
정상에서는 세 갈래 길이 있다. 우리가 올라온 길, 야소로 내려가는 길, 덮을 개로 내려가는 길이다. 아직은 우리가 망산 초보자라 올라왔던 길 그래도 내려오기로 했다. 내려오는 길에 나무 그루터기에 재미있는 흔적을 찾기도 하고 벌써 핀 야생화도 보았다. 봄까치꽃도 보이고 노루귀도 보인다. 책에서 봤던 야생화를 망산에서 보다니. 작은 꽃잎이 별처럼 빛난다. 산에서 찍는 바다 풍경은 장담컨대 아무리 찍어도 질리지 않을 것 같다.
내일이면 남편과 아이들은 학교에 간다. 새로운 학교생활에 들떠있다. 나도 들떠있다. 혼자 무얼 해볼까? 일단 섬과 친해지고 싶다. 섬과 친해지려면 섬 곳곳을 다녀봐야겠지. 이왕이면 많이 걷고 싶다. 걸어야 자세히 볼 수 있을 것이다. 어떤 마을이 있는지, 마을 이름은 무슨 뜻인지. 어떤 농사를 짓는지, 어떤 사람들이 사는지 궁금하다. 망산에서 아직 못 가본 산길도 걷고 싶다. 어떤 새가 살고, 어떤 꽃이 피는지, 어떤 나무가 있는지도 궁금하다. 한산도 하면 제승당이니 제승당도 빨리 가봐야겠다. 한산대첩기념비와 봉암해수욕장도 보고 싶다. 아, 학교 도서관에서 그동안 밀린 독서도 실컷 하고 싶다. 예쁜 풍경 사진도 많이 찍고 그림도 그려봐야지. 아직 내가 모르는 재미있는 놀이도 있을 테니 천천히 찾아봐야지.
우리도 봄을 맞을 준비가 되었다. 겨울눈을 한껏 부풀린 나무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