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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물방울 Nov 12. 2019

 조울증 약의 부작용

분명하고 정확하게 말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

 삶이 불행하다고 느끼는 건, 어떤 때는 너무도 갑작스럽다. 솜사탕처럼 달달한 행복의 최고조에서도, 불현듯 내 안의 쓴 물이 올라올 때가 있고, 그것은 삶을 충분히 검게 만든다. 그날도 그랬다.


오랜만에 신랑과 신나게 데이트를 했다. 신랑과 신나게 데이트를 했다. 송도 카페 콤마를 갔다. 그동안 가보고 싶은 곳이어서, 난 한껏 신나있었다. 점심도 들깨삼계탕으로 맛난 걸 먹었고, 현대아울렛도 들렸다. 신랑에게 정말 어울리는 옷도 사고, 내가 팬인 이기주 작가의 책도 샀다. 그렇게 세상 행복하게 집으로 오는 길이었다.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여느 때와 같이 우리는 대화를 나눴다. 근데 신랑이 운전하다가 옆좌석에 앉은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말했다.



"무슨 이야기인지 못알아 듣겠어, 똑바로 말해봐!"



사실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한껏 짜증난 목소리로 내 말이 무슨소린지 모르겠다며, 발음을 똑바로 말하라고 한 말이었다. 그 순간 나는 설움이 복받여 올라왔다. 나도 알고 있었다. 나의 발음이 부정확하다는 사실을 말이다.



조울증 약을 먹으면, 내가 슬로우 비디오로 찍는 것처럼 움직일 때가 있다. 그렇게 행동이 느려진다. 내 생각과 행동과의 차이가 커진다. 발음도 마찬가지다. 혀가 더더 둥글어진 것처럼 발음이 뭉뚝해진다. 나도 알고 있었다. 기분 좋게 쇼핑하고, 데이트 했는데, 나의 마음을 내리 치는 그말은 나에게 아무말도 할 수 없게 했다. 순간 말하려는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냥 머리를 가로로 세로로 젓는 것으로 나의 의사표현을 하고 싶었다. 난 울었다. 신랑은 당황했고, 톨게이트를 지나 차를 잠시 세웠다.



"왜 우는 거야?"




신랑으로써는 상상도 하지 못할 이유였을 것이다. '내 혀의 움직임이 느려져서, 발음을 똑바로 못했어. 미안해' 한껏 오기부른 대답을 하고 싶었지만, 용기가 나지는 않았다. 그냥 집으로 가자고 말하고, 차는 출발했다. 나는 서러웠고, 가는 중간중간 눈물을 보였던 것 같다.



집에 도착해서, 신랑이 계속 화났냐고 나에게 물었다. 난 솔직히 화나지는 않았다. 다만 내 발음이 신랑의 귀에 정확히 들리지 않을 것 같아 두려웠다. 조울증회원들이 들어간 카페에 가보니, 약 부작용으로 의사소통이 잘 안되는 분도 있었다. 그럴경우 종이에 써서 의사소통을 한다고 했다. 나는 서재방으로 들어가서, 종이에 쓰기 시작했다.



화가 난건 아니지만, 내 발음이 정확하지 않을까봐 두렵다고 말했다. 그렇게 짜증섞인 말로 발음을 못알아 먹는다고 말하면, 나는 어떻게 해야하는지 모르겠다고도 썼다.



신랑은 자신의 에피소드를 이야기해주었다. 나도 발음이 부정확해서 노력했다고, 입모양을 크게하며 말하려고 한다고 했다. 하지만, 내 마음은 쉽사리 풀어지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 사건이 있은지 일주일이 지난 지금도 난 내 혀가 뭉툭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사실 신랑에게 말하고 싶다.


'조금만 더 귀기울여서 경청해주면 안되겠니?, 나도 내 발음이 불명확한거 알고 있다고, 그래서 아프다고 말이다.'






p.s.: 1. 조울증약은 늘어난 도파민을 억누르는 약이 많습니다. 그래서 행동이 다소 슬로우비디오처럼 느려지거나, 말이 어눌해지는 경향의 약의 부작용이 있을 수 있습니다.


   2. 약을 그럼에도 먹어야하는 이유는 병이 더 무섭기 때문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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