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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원아 Jul 22. 2023

30대에 하는 취준 그게 뭔데 대체 어떻게 하는 건데

4화 - 취준은 처음이라

대학교 3,4학년 때 빡세게 취준하는 친구들을 많이 봤다. 거의 수험생활 모드로 아침부터 도서관에 가서 하루에 8시간, 10시간, 12시간씩 공부하고, 자격증따고, 시험보러, 자소서 쓰고 하는 친구들 말이다.


나는 취준을 한 시간은 짧았고, 대신에 일을 바로 시작한 케이스다. 


그러다보니 취준을 어떻게 해야하는지 잘 몰랐다. 산업과 기업에 대한 기본 정보도 모르고, 인적성이란 어떤 시험인지조차 잘 알지 못했다. 


막막하고 힘들었다.


그래서 비슷한 상황에 처한 이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다. 30대에 처음으로 취준을 하려는데, 아무것도 모르고, 물어볼 곳도 마땅치 않은 사람들이 혹시 있다면 말이다. 내 경험, 기억, 주변에서 받았던 조언들과, 지금 생각했을 때 도움이 됐겠다 싶은 것들을 적어본다. 특히나 내가 하고 싶은 직무나, 가고 싶은 업계조차 명확하지 않은 경우에 아래의 글들이 도움이 되면 좋겠다.


1. 일단 어떻게든 혼자 힘으로 이력서를 완성을 해보자


내가 살아온 길은 내가 제일 잘 아니까. 지난 외장 하드를 뒤지든, 컴퓨터의 오래된 폴더를 뒤지든 간에 이력서를 한 장 완성해본다. 어쨌든 취업이라는 것은 노동자로서의 나를 고용 시장에 내놓는 행위다. 사람들은 궁금해 할거다. 대체 내가 어떤 사람이고, 어떤 노동자이고, 어떤 것들을 할 수 있는지.  


유명 공모전, 인턴 경험,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기업에서 3년~5년의 정규직 경력을 적는 것을 이상적인 이력서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꼭 그렇진 않은 것 같다. 번역을 처음 시작할 때 나는 그동안 했던 모든 알바 경력까지 다 적었다. 만약 카페 알바를 했다면 카페 식음료 메뉴에 대해 배웠을 거고 메뉴 번역이 필요한 경우도 있기 때문에 모든 게 다 소중한 자산이 된다.


기업 취업을 위한 이력서에도 알바든, 봉사활동이든, 친척 일을 며칠 도와준 경험이든. 뭐든 간에 사회 경험이라 할만한 모든 것을 일단 영끌해서 적어본다. 그 다음에 거를 건 거르더라도.


물론 이때 나 자신에 대한 탐구를 할 수 있다면 좋다. 내가 어떤 사람이고, 내 강점은 무엇인지.. 많은 취업 관련 콘텐츠에서도 자기 자신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나도 동의한다. 


하지만 만약 당신이 30대이고 당장의 취업이 급하다면, 혹은 당장의 생계 유지에 조급해서 ‘내가 어떨 때 정말 행복한가?’라는 질문을 할 여유가 없다면,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직장의 조건이라도 나열해보는 것도 추천한다. 연봉, 거리, 근무지, 등 순위를 매겨서.


2. 전문가의 도움을 받자 


이력서는 완성했는데 이 이력서를 들고 뭘 어떻게 해야할지 전혀 모르겠을떄. 길잡이가 필요할 때, 처음 방향성을 잡을 때 전문가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 좋다. 학교 취업 지원센터, 정부 지원 취업 센터 등 가용한 모든 제도들을 찾아보자. 


박람회 같은 것도 좋다고 들었다. 어떤 기업들이 있는지, 어떤 직무를 뽑는지 알 수 있다.


아니면 취업 학원 같은 곳에 가서 상담을 받아보는 것도 추천한다. 그들은 수많은 취준생을 보아왔기에 오랜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나에게 뼈 있는 이야기를 해줄 수 있다 


나는 학교 취업 지원센터의 도움을 받았다. 고학번이 취업 지원센터의 문을 두드리는 경우가 거의 없을 거라는 것도 알고 있었고, 다들 재학생일 거라는 것도 알고 있었지만 쪽팔린걸 생각할 때가 아니었다! 나의 생업이 달린 문제 아닌가.


솔직한 나의 초안 이력서를 보여주고 피드백을 받았다. 그러면서 어떤 직무가 나랑 맞을지, 어떤 것을 보완해야 할지, 어떤 방향으로 준비를 해야 할지 도움을 받았다. 


혼자 취업 준비를 하게 되면 자기 객관화가 어렵다. 그럴 때 다른 누군가가 나의 이력서에 대해 주는 피드백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주의해야 할 것은 되도록 여러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이다. 모든 사람의 말을 귀기울여 들으면서 동시에 어느 한 사람의 말이 정답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 마음으로 조언을 받는 게 중요한 것 같다


그들은 나의 이력서를 보지만, 또 내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나만큼은 잘 모를 테니까.


3. 채용 공고들을 쓱쓱 봐 보자. 끌리는 것들을 스크랩해보자 


전문가의 상담을 받았다고 해서 갑자기 유레카처럼 어느 기업 어떤 직무에 지원해야 할지가 명확해지는 것은 아니다. 게다가 방구석에서 하루 종일 머리를 싸메고 고민을 한다고 해서, 나에 대해 탐구를 한다고 해서 더 정확히 알게 되는 건 아니다. 취업이라는 것은 나와 기업의 만남이니까, 나에 대해서 1번에서 탐구를 했다면 3번은 이제 상대방, 즉 기업에 대해 좀 알아봐야 한다. 이것도 이상적으로는 산업군을 공부하고 미래 산업 트렌드도 분석하고 하면 좋겠지만 시간도 없고 마음의 여유도 없을 땐 어떻게 할까.


*람인, *코리아, *소설닷컴 등에 들어가서 채용공고들을 보고 내가 어떤 공고에 관심과 흥미를 느끼는지 체크해보자. 어떤 단어, 어떤 업무에 관심이 가는지 말이다. 그렇게 한 10개만, 혹은 20개 정도만 해보면 공통적으로 추려지는 뭔가가 나올거다 그걸 1~3순위 정도로 뽑아봐도 좋다.


만약 아무 것에도 관심이 안 느껴진다면 아무 곳에나 지원을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잘 돼서 면접자리에 가보는 것도 좋은 경험일 테니까. 어떤 회사이고 어떤 일을 하는지 얘기를 듣다 보면 또 나랑 맞는 기업을 찾을 수도 있지 않을까? ‘나랑 안 맞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면, 역으로 내가 어떤 일을 하고 싶어 하는지 깨닫게 될 수도 있다. 또 면접을 가보면 기업에서 나를 어떻게 보는지도 알 수 있다.  


4. 이제 대략적으로 어디에 지원을 해야겠다 정도가 나왔다면, 내 이력서를 한번 고쳐본다 그 직무에 맞게.


나의 관련 경험들을 그 직무에 어필될 수 있는 방식으로 다듬어 본다.


30대에 취준을 할 경우 회사 이름을 보고 가는 것도 정말 좋지만 (무조건 큰 회사를 목표로) 직무 중심으로 취준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대기업 신입 연령, 대기업 경력직 요건을 고려한다면 말이다. 이것도 큰 방향성 중의 하나이다. 


동시에 내 이력서에서 무엇이 더 있으면 좋을까? 고민해본다. 토익 시험을 봐야 하는지, 자격증을 따야 하는지, 아님 포트폴리오를 만들어야 하는지. 그중에 내가 단기적으로 노력을 해서 성과를 볼 수 있는게 무엇인지. 하물며 당장 주말을 이용해서 봉사활동을 해서 관련 경험이라도 채울 수 있을 수 있다. 아니면 기업에서 하는 단기 알바 같은 것도 활용할 수 있다.


5. (필요한 경우) 포트폴리오를 만든다


내가 지원하려는 직무에서 포트폴리오를 필수로 요청하지 않더라도 도움이 된다면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방법도 있다. 나의 이력을 돋보일 수 있는 방식에 정답이 있는 건 아니니까. 


인터넷에서 PPT 템플릿이나 포트폴리오를 검색하면 많이 나온다. 노*폴리오 같은 사이트에는 여러 사람들이 만든 포트폴리오를 볼 수 있는데 놀라운 작품들이 많다. 열심히 참고해서 나와, 나의 이력을 보여줄 수 있는 포트폴리오를 만든다


6. 이제 지원하자! 이력 업그레이드 준비도 계속 하면서 


번역 프리랜서로 처음 일을 시작할 때 클라이언트를 구하기 위해 거의 한달에 100곳이 넘는 곳의 문을 두드렸었다. 그 기억을 떠올리며 나는 일단 지원 횟수를 쌓아 보기로 했다. 하루에 최소 5곳이라는 기준을 두고 지원을 하기 시작했다.


지원하는 일에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리기도 했다 각각의 채용 공고 요건에 맞게 이력서를 조금 수정하기도 했고 또 때에 따라 자소서를 새로 쓰기도 했다.


이력서를 올려 두고 동일한 이력서로 여러 곳에 지원한 날들도 있었다

아무튼, 계속 지원을 했다

동시에 밤에는 이력서에서 내게 부족한 것들과 필요한 것들을 채우는 시간을 가졌다.


7. 면접을 보러 다닌다


관심 없는 기업이라도, 지원한 것조차 까먹었던 기업이라도, 사원수 3명의 기업이라도 일단 나를 불러주는 곳이 있고 시간이 맞으면 면접을 보러 다녀보는 걸 추천한다.


특히나 이직이 아니라 재취업의 경우 현업의 감 같은 걸 잃었을 확률이 높다. 요즘 업계에서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뭐가 트렌드인지, 어떤 수요가 많은 지 하는 것들 말이다. 면접은 업게 현직자와 만날 수 있는 정말 소중하고 중요한 기회다. 그러니 나에게 온 소중한 기회들을 결코 낭비하거나 흘러 보내지 않았으면 좋겠다.


다음 화에서는 이력서 만큼이나 중요한, 30대에 취준을 하는 자에게 필요한 마인드 셋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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