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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물킴 Oct 07. 2020

회사생활의 관점을 바꿔주는 5가지 말

신입부터 팀장까지의 회사생활을 거치며 순간순간, 또 긴 시간 나를 지탱해주던 말들이 있었다. 때론 직관적이라 '아!' 하는 깨달음을 줄 때도, 때론 시간이 지나서야 비로소 '아....' 하는 깨달음을 줄 때도 있던 그 말들을 오늘은 소개하고 싶다.



1. 회사 생활은 재미를 발굴하는 여정이다.


첫 직장의 팀장님을 나는 참 잘 따랐다. 인성이 좋아 회사 내 평판이 좋으신 분이었다. 팀원들을 두루두루 친근감 있게 챙기던 분이셨다. 같이 일하는 동료가 좋아야 일도 더욱 신나서 하는 나였기에 팀장님과 함께하는 시간들이 크게 부담 없었다. 하루는 팀장님이 나를 불러 물으셨다.


'00 씨, 회사 생활이 재밌나?'

'네, 아직까진 재밌습니다!'


'회사에는 수많은 재미가 곳곳에 숨어있네.
어떤 재미를 발굴할지는 아무도 모르는 거야.
많은 재미를 발굴할수록 회사 생활은 길게 이어지겠지.
00 씨가 얼마나 많은 재미를 이 회사에서 찾게 될지 기대되네.'


'아...!'


'재미는 결코 가만히 있는 자에게 저절로 찾아오지 않아.
회사 생활을 하면서 동료와 관계도 맺고, 일도 열심히 하고..
점점 이 회사를 알아가며 적극적으로 생활하다 보면
본인만의 재미를 많이 찾게 될 거야.'


이 말은 약 10년간의 회사생활을 하면서 나에게 지침과도 같은 말로 함께해주었다. 회사 생활을 하면서 만나게 되는 동료, 일에 대한 끊임없는 호기심은 아마도 이때부터 생겨나게 되었으리라.



2. 별을 바라보며 걷다 보면, 언젠가 내가 그 별이 되는 날이 온다.


이직을 앞두고 첫 번째 직장에서 송별회를 하게 되었다. 평소 회사를 다닐 때는 어려워 말을 잘 나누지 못하는 선배들과도 그날은 술 한잔씩을 따라드리며 일일이 인사를 드렸다. 접점이나 공감대가 없어 딱히 친하게 지내야겠다는 생각이 없던 선배 한 명에게도 어김없이 찾아가 술 한잔을 올렸다.


'00 씨, 영화 일이 하고 싶어서 이직한다며?'

'네, 그렇게 되었습니다. 오래 못 뵙게 되어 아쉬워요.'

'나는 00 씨가 천천히 걸어가고 있다고 생각해.'

'네?'


'많은 어린 친구들이 반짝반짝 빛나고 싶어 하지.
어리고 이쁠 때, 반짝반짝 빛까지 나면 얼마나 더 보기 좋겠어.
하지만 꼭 지금 당장 별이 되려고 하진 않아도 돼.
잡고 싶은 그 별을 바라보며 천천히 묵묵히 꾸준히 걷다 보면,
언젠가 내가 그 별에 아주 가까이 와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날이 와.
그리고, 그때쯤엔 나를 보며 또 묵묵히 걷고 있는 다른 사람들이 보일 거야.'


'아....'


평소 나와 별 접점도 없었는데, 퇴사를 한다고 하니 진심을 담아 도움이 되는 한두 마디의 응원의 말들을 기꺼이 내어주는 선배들이 참 감사했다. 그중에서도 이 말은, 10년간의 회사생활뿐 아니라, 아마도 앞으로 평생 내 마음속에 잊히지 않는 말이 될 것 같다. 나이를 먹고, 시간이 흐르고, 나만의 궤적이 생길수록 이 말의 가치는 내게 더 크게 와 닿는다. 나는 아직도 어떤 별을 바라보며 천천히 걷고 있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넘어지거나 쉬고 싶어도, 다시 일어나 그 별을 바라보며 걸으면 되는 것이다.



3. 고통을 참아야 할 이유를 만들어라.


친하게 지냈던 유부남 선배였다. 결혼도 안 했고, 애도 빚도 없던 나에게 부럽다며 해준 말이 있었다.


'넌 참 자유롭겠다.'

'자유롭지만 문득문득 외롭기도 하죠. 그리고 저도 불안감을 느껴요.'


'회사 생활이 즐겁다느니, 배움의 연속이라느니. 이거 다 개소리야.
회사 생활은 고통 그 자체야.
돈 버는 건 무슨 일이든 다 고통이야.'


'맞아요, 맞아...'


'고통을 참아낼 이유를 만들어야 돼.
내가 왜 이 고생을 하는가.
고통을 참아낼 이유가 많은 사람들이 롱런한다.
꿈, 비전 이런 거 다 헛소리야.'


삶의 피곤함이 더덕더덕 묻어난 조언이었지만, 이 말처럼 현실감에 몸서리치게 만든 조언도 없었다. 허울 좋고 폼나는 조언들을 내려놓고, 솔직하게 노동의 가치와 이유를 인정하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40대에 접어들면서, 결혼 육아 노후 등 골머리를 썩게 하는 아젠다들을 내가 섣불리 해결하지 못하는 것은 어쩌면 이 지치고 피곤한 노동의 의미를 인정하고 싶지 않은 몸부림일지도 모르겠다.



4. 편한 주니어는 멍청한 시니어가 된다.


첫 직장의 연봉체계는 공평함을 추구했다. 어느 파트에서 어떤 일을 하든, 어떤 고과를 받든, 과장까지는 모두가 받는 연봉과 인센티브가 동일했다. 나는 그 공평함이 싫었다. 내가 잘하면 잘하는 만큼 인정도 받고 돈도 더 많이 받는 것이 정당하다고 생각했다. 동기 중엔 유난히 일을 못하는 친구가 있었다. 나는 일을 잘한다는 이유로 점점 더 어렵고 고된 프로젝트를 맡는데, 저런 수준의 일을 하면서 나와 같은 연봉을 받는다는 것이 불합리하다고 생각했다. 내 생각을 눈치챈 선배는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00 씨, 억울하죠?'

'아뇨.. 억울하다기 보단.. 나도 열심히 할 필요 없는 거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드네요.'


'앞으로 가야 할 길을 길게 봐보세요.
지금은 편하게 일하면서 같은 월급을 받는 사람이 승자처럼 보이죠?
그런 사람이 연차가 쌓이면 어떤 취급을 받게 되는지 잘 봐보세요.


이 회사에도 있어요, 그런 사람. 어떤 존중도 받지 못하고, 있는 듯 없는 듯 일하는 사람들. 근데 00 씨는 그렇게 하라고 해도 못할걸요?


쟤고 따지지 말고 열심히 해보세요.
그런 사람의 가치는 연차가 쌓일수록 빛을 발할 거예요.'


시니어가 되고, 팀장이 되어 비로소 그 말의 진가를 실감한다. 어렵고 두려운 길을 걸었기에, 조금 더 강하고 당당한 지금의 내가 되었다. 그리고 시니어가 되어서 또다시 만나게 되는 어렵고 두려운 길들을 나는 기꺼이 걸어간다. 그 길을 지난 뒤 나는 분명 더욱 성장해있을 거라는 걸 이제는 알게 되었기에.



5. 돈 받으며 배우는 것이라고 생각하라.


'아무것도 모르는 신입사원 뽑아서 선배들이 가르쳐줘, 끌어줘. 얼마나 좋아?
지금 네가 받고 있는 월급의 값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지금은 그냥 돈 받으면서 학교 다닌다고 생각해.'


공감되면서도, 한편으로는 참 꼰대 같아서 싫어하는 말이기도 하다. 분명 맞는 말데, 이 말을 사용하는 상황과 사람에 따라 그 의미가 현저히 달라지기도 해서 많이 좋아하는 문장은 아니기도 하다. 배움에도 실력이 있다. 신입사원과 주니어는 얼마나 많은 가능성을 가지고 있느냐로 평가받아야 마땅하다. 결연차가 많은 사람들이 시간을 보냈다는 이유만으로 알게 된 지식과 정보들을, 주니어가 모른다고 해서 주들거나 죄책감 들게 해서는 안될 것이다.


회사의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내 커리어도 쌓고, 성장도 하게 되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래서 많은 구직자들이 성장할 수 있는 더 좋은 회사를 찾기 위해 애쓴다. 하지만 그것이 노동 이유의 전부는 아닐 것이다. 정당한 노동에는 정당한 보수가 반드시 뒤따라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기업도 그 잠재 가능성을 소유할 수 있다. 돈 받으며 배우는 것들도 있겠지만, 내 노동의 값어치를 결코 폄하해서는 안될 것이다.





온몸으로 부딪혀 깨닫고 경험한 그 소중한 한 두 문장들을 후배에게, 동료에게 기꺼이 전해주던 분들께 새삼 감사하다는 생각이 든다. 어떤 대가를 바라고 그 교훈들을 전해주지는 않았을 것이다. 노동을 제공하며 살아내는 회사원으로서의 동지애가 서로를 격려하고 응원하게 만든 것이리라. 누군가에게 이 글이, 이 경험들이 마찬가지로 작은 힘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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