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작가 물킴 Nov 05. 2020

퇴사자에게 연락하는 사람들의 유형

몇 번의 퇴사 경험을 하고 나니, 그 전후 인간관계의 변화들에 대해서도 많이 익숙해졌다. 첫 퇴사를 했을 때엔, '어떻게 이런 말을...', '어떻게 이런 반응을...' 하며 속상하기도 하고 상처 받기도 했지만, 이제는 대부분 경험해본 범주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되었다.  



1. 뭐하고 지내? 응? 

제일 많이 만나게 되는 유형이다. 퇴사자의 소식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때로는 호기심이고, 때로는 가십이다. 업계 내에서 이직을 하는 케이스가 아니라면 굳이 일일이 나의 새로운 삶을 미주알고주알 전해줄 필요는 없다. 어차피 대부분 가십으로 휘발될 것이다. (업계 내 이직은 엄밀히 말해서 기존 관계의 연장과 확장이지, 완벽한 의미의 '퇴사'는 아닐 것이다.) 


나를 걱정하거나, 도움을 주거나, 응원하기 위해서 연락하는 사람들은
의외로 이 유형에 포함되지 않으니 주의하시길. 


말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상하게 변질되거나, '역시 퇴사 안 하길 잘했어. 걔 봐.' 식으로 회사에 남아있는 누군가들의 위안거리로 사용될 때가 많다. 



2. 연락두절

1번 유형만큼이나, 사실 어쩌면 대부분의 케이스가 이에 속한다고 봐야 할 것이다. 연락이 아예 끊기는 것이다. 


이 선배와, 동료와, 후배와는
퇴사 후에도 계속 연락을 하면서 잘 지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겠지만 아니다. 


그것은 사실 딱히 퇴사자를 싫어해서도, 미워해서도 아니다. 굳이 연락을 하고 지낼 이유가 없는 것이다. 사회생활을 하며 만난 대부분의 사람들은 서로의 직무, 직책 등 '업무 목적'의 관계로 시작된 사이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나에게 더 이상 그 직무나 직책이 없다면, 내가 그들에게 제공해줄 수 있는 많은 것들이 사라지는 것이다. 이런 유형에 상처 받을 것도, 속상할 것도 없다. 대부분의 퇴사자 역시 누군가에게는 연락두절을 했던 상대방이었을 것이다. 특별한 감정이 있어서? 아니다. 그냥 자연스럽게 흘러간 인연이 된 것이다. 



3. 퇴사했다고? 넌 정말 대단해!

퇴사를 하는 것에는 분명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대부분의 주변인들은 '퇴사 행위'에 대해서, 그 용기에 대해서 요란한 반응을 보인다. 그것에는 분명 응원과 격려의 마음이 담겨있기도 하다. 


퇴사자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그저 퇴사를 했을 뿐이지
아직 어떤 것도 이룬 것이 없다는 사실이다. 


목표 자체가 퇴사 후 휴식이었다면 편히 쉬면 될 테지만, 대부분의 퇴사자는 퇴사 후 불안한 마음에 잘 쉬지도 못한다. 한 가지만 해야 한다. 푹 쉬거나, 새로운 모험을 위해 이제 직진하거나. '퇴사' 자체를 치켜세우는 말들에 들뜨지도, 동요하지도 않는 것이 좋다.



4. 술이나 마시게 나와

진짜 나를 생각해주는 사람, 나와의 인연을 이어가고 싶은 사람들은 근황을 꼬치꼬치 물어보지 않는다. 그저 보고 싶다고 표현한다. 같이 일할 때가, 자주 얘기 나눌 때가, 서로 공감해줄 때가 생각난다고 말한다. 


그들은 퇴사자에게 원하는 것이 별로 없다.
무언가를 말해달라고, 알려달라고 하지 않는다.


그냥 가벼운 차 한잔, 밥 한 끼만으로도 반갑고 좋은 사람들이다. 오래갈 수 있는 인연이니 퇴사자 역시 마음을 열고 챙기며, 사회생활의 지원군이자 좋은 인연으로 이어나가는 것이 좋다.



5. 나 고민이 있는데..

막상 회사 다닐 때는 그렇게 가깝진 않았지만, 퇴사나 이직에 대해서 상담할 때 연락을 하는 유형들이다. 다니던 회사의 퇴사 절차, 그 과정에서의 팁을 물어보기 위해 연락을 주기도 한다. 기꺼이 도움을 주는 게 좋다. 일회성 도움으로 끝나고, 그 인연이 이어지지 않더라도 좋다. 앞서 언급한 1번, 2번 유형이 아닌 것만으로도 퇴사자는 기쁜 마음으로 이 유형의 사람들에게 화답해줄 수 있어야 한다. 어떤 식으로든 쓸모가 있는 것이 아닌가.



6. 새로운 걸 시작했다고 들었어! 근데, 나 부탁하나 해도 될까?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할지 퇴사자들이 제일 헷갈려하는 유형의 연락이다. '퇴사할 때는 연락한 번 없더니, 필요한 게 생기니까 연락을 하네? 뭐가 필요해서 얄밉게 연락했을까?' 생각할 수 있다. 그러곤 퉁명히 대답하며 그 인연을 끊어내 버리는 사람들을 많이 봤다. 기꺼이 반가워하고 부탁을 들어줘야 한다. 얄밉게 생각할 순 있겠지만, 


언제든 서로 필요한 것이 있으면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의외로 편하고 쿨한 사이가 될 수 있다.


도움을 실제로 주고받게 된다면, 전 회사에서는 맺지 못한 주요한 인맥이 될 수도 있다. '그 회사 다닐 땐 이런 사람인지 내가 왜 미처 몰랐지?' 하며 새로운 관계에 눈을 뜨게 될 수도 있으니 마음을 넓게 가져보는 것이 좋다.





사람들은 자신이 하지 못한 것들을
너도 할 수 없다고 말할 거야.


사회생활을 하며 맺은 관계들은, 때로 내가 무언가를 선택할 때 주저하며 눈치 보게 만드는 존재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퇴사자들은 알 것이다. 막상 퇴사를 하고 나면 이제 내 앞길은 아무도 챙겨주지도, 거들떠 봐주지도 않는다는 것을. 

그 과정에서 진짜 나를 응원해주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마음 아프게도 극명히 드러난다는 것을. 


그 모든 것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오직 본인만이 느낄 수 있는 새로운 앞날의 희로애락에 집중하길 응원한다. 남들의 눈치를 보느라, 시선을 신경 쓰느라 새로운 즐거움과 경험의 기회들을 놓치지 않길 바란다.




* 함께 읽으면 좋은 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