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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물킴 Nov 17. 2020

그래서, 미담을 가진 배우들이 누구?-여자 배우편

지난번, '미담을 가진 배우들 - 남자 배우 편'을 재밌게 읽어주신 분들이 많았다. 뒷담화가 흥미를 끌긴 하겠지만, 역시 좋은 에너지를 가진 사람들을 응원하는 이들도 많이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그래서, 미담을 가진 그 배우들이 누군데? 


굳이 성별을 나눠서 소개하려는 의도라기보다는, 나에게 소중했던 에피소드들을 아껴서 소개하고 싶었던 마음이 컸던 것이니 별다른 오해는 없길 바란다.



'러블리'라는 단어를 사람으로 만들면

그건 바로 정유미



전례 없는 좀비 영화의 개봉을 앞두고 있었다. CG가 많이 들어간 영화라 포스터 작업이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수도 없이 시안을 만든 끝에 최종 후보 시안들이 추려졌고, 릴리즈 전 각 배우들에게 마지막 확인을 요청할 단계를 앞두고 있었다. 최종 확인을 요청하기 전 다시금 검토를 하고 있자니, 여자 배우들의 얼굴이 맘에 걸렸다. 아무리 좀비들에게 쫓기고 있다지만 이렇게 때 칠을 한 여자 배우의 얼굴을 담아 공식 포스터를 확정하고, 수십억의 광고비를 쓰며 전국을 뒤덮기는 맘이 왠지 편치가 않았다. 좀비와의 사투를 벌이고 있는 와중에도, 묘하게 '이쁨'을 유지하고 있는 '적당한' 사진을 골라 최종 시안에 얹기로 했다. 


이 정도면, 배우도 이 사진을 싫어하지 않겠지?


짐작하며 보낸 시안을 본 배우의 답변은 나를 머쓱하고 부끄럽게 만들었다. 


어떤 사람이 생사를 다투는 상황에서 이렇게 이쁜 표정을 하고 뛸까요? 
너무 가짜 같지 않아요?


배우이기 이전에, '여자'로서 보이는 것에 더 신경을 쓸 것이라는 모자란 짐작을 배려랍시고 해댔던 나 자신이 한없이 부끄러웠다. 그녀는 언제나 스타라기 보단, 그야말로 '사람 정유미'였다. 직업과, 역할로 사람을 대하기보다 인간 대 인간으로 모든 관계를 마주하고 있다는 보편타당한 가치관이 매사 느껴지는 사람이었다. 그것은 굳이 배우가 아니더라도, 내가 인생을 살아가면서 배워야 할 중요한 덕목이었다. 그로부터 벌써 수년의 시간이 흘렀다. 나는 사회생활을 하며 만난 수많은 '어른'(이라고 불리는 사람)들 중, 그녀만큼 인간적으로 성숙한 사람들을 찾는다는 것이 참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이제 알게 되었다. 


그 영화가 개봉하고 몇 년 뒤, 그녀가 차기작으로 '82년생 김지영'을 선택했다는 기사를 접했다. 그녀는 지금도 '이게 왜 칭찬과 격려를 받아야 할 일인지 모르겠다고 생각하고 있지 않을까' 내심 짐작하며 혼자 '멋지다'를 연발했던 기억이 아직도 남아있다.



끝없는 고민, 노력, 겸손

배우 김희애



그 정도로 오랜 시간 사랑을 받아온 사람이라면, 범접할 수 없는 거리감과 아우라를 내뿜으며 높은 자리에 익숙히 앉아있을 사람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는 끊임없이 자신이 부족한 것을 찾아내고, 그것을 이겨내기 위해 수도 없이 노력하는 사람이었다. '저렇게 연기를 잘하고, 사랑받는 사람도 무서울 게 있을까?' 생각했지만, 그녀의 고민과 노력은 결코 평범한 것이 아니었다. 한 회사를, 한 직업을 수년 유지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인데, 하나의 직업을 이토록 오랜 시간 지켜온 사람의 노력은 얼마나 짐작하기 힘든 수준의 것일까. 나는 그녀가 지켜온 것들이, 결코 그냥 만들어진 것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그녀는 스텝을 신뢰했다. 연기로 최선을 다하는 사람은 본인이지만, 현장에서 각자의 롤을 맡아 최선을 다하는 사람은 그들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존중했다. 그녀는 스텝들에게 유독 많은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었다. '어떤 것이 현명하다고 생각하는지, 어떤 것이 맞다고 생각하는지.'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기꺼이 의견을 낼 수 있도록 유도했고, 그것은 가장 좋은 결과를 함께 만들어 나간다는 팀웤을 다질 수 있게 했다.



수십억 영화 한 편의 무게를 기꺼이 견뎌내는 사람

배우 전도연



사람들은 배우 전도연이 아무 영화나 고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짐작한다. 


도대체 얼마나 대단한 영화길래 그녀가 선택했을까? 


대중의 높은 기대감을 매번 충족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배우의 입장은 얼마나 어렵고 고된 일일까. 하지만 그녀는 기꺼이 그 기대감을 본인의 몫으로 받아들인 사람처럼 보였다. 그리고 그녀가 아니면 아무도 할 수 없는 이야기를 결국 하고야 마는 사람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 이야기들은 대체로 매우 어렵고, 까다롭고, 복잡하고, 민감한 이야기들이 많았다. 그녀가 노골적인 천만 관객 목표, 여름 시장 상업 오락영화에 등장한다는 것은 쉽게 상상도 되지 않는 일이었다. 


수십억의 예산, 수백 명의 사람들을 대표해 한 영화의 얼굴이 되어버린 사람이 견뎌야 하는 무게감을 나는 짐작하기 조차 힘들다. 그것을 오롯이 견뎌내고, 용기 있게 밀어붙이는 모습을 그녀에게서 보았다. 혹자는 그녀를 대차다고도 했고, 무섭다고도 했지만, 내가 한 편의 영화가 시작해 개봉할 때까지 옆에서 그녀를 바라보며 느낀 것은 치열하고 뜨거운 배우로서의 책임감과 사명감이었다. 그것을 지킬 수 없는 것엔 도저히 합의할 수 없고, 그것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어떤 것이라도 해보려고 노력하는 그녀에게서, 나는 '사명감과 책임감'이라는 단어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내가 오랜 시간 영화계에서 일하며 '배우'라는 직업인을 바라보며 느낀 것은, 심리적으로 매우 고되고 외로운 직업이라는 것이다. 화려한 겉모습,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 부러움을 사기도 하지만, 끊임없이 그 많은 사람들을 만족시키고 매번 평가받아야 하는 직업이 배우였다. 하고 싶다고 아무나 할 수 있는 일도 아닐뿐더러, 아무나 견뎌낼 수 있는 일도 아니었다.


오랜 시간 하나의 직업을 지켜온 모든 사람들에게 가진 존경의 마음으로, 배우라는 직업을 선택해 분투하고 있는 많은 이들을 나는 마음으로 응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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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계에서 일하고 싶었지만, 정보 구하기 조차 쉽지 않아 어려워했던 시간들이 있었습니다. 고민하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에 '영화계 비하인드' 매거진을 운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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