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작가 물킴 Nov 18. 2020

회사원은 생산자가 될 수 없다

영화계에서 일을 하며 특히 좋아하던 감독이 있었다. 어느 날 그 감독은 나에게 대뜸 물었다.


팀장님은 왜 회사원을 하세요?


글쎄? 왜라니? 회사원이라는 직업을 가진데 딱히 이유가 있었던가. 어렸을 때부터 주변에서 보고 자란 직업이 회사원이었다. 문과를 가서도, 경영학과를 가서도, 다들 어떤 회사를 들어가야 잘 들어가는 것인가를 고민했지 왜 회사를 들어가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사람은 찾기 힘들었다. 나는 그 질문을 왜 나 스스로에게 진즉부터 던져보지 않았을까? 곱씹는데 시간을 쓰는 동안 듣고 싶었던 답을 듣지 못했다고 생각했는지, 감독이 먼저 말을 이었다.


팀장님, 회사원은 생산자가 될 수 없어요.


이후부터 그 말은 내 머릿속을 줄곧 떠나지 않았고, 퇴사를 한 이후에도 여전히 영향을 주고 있는 문장이 되었다. 누구나 예술을 해야 한다는 고상한 얘기를 하고자 하는 것도, 경제적 자유를 얻은 뒤 유유자적 살자는 배 따순 소리를 하자는 것도 아니다. 거대한 패러다임의 변화를 마치 나 혼자 알아챈냥 너스레를 떨고자 하는 것 또한 아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세상은 원래 그렇게 돌아가고 있었다.



1. 언젠가 회사원이라는 직업은 종료를 맞이한다.

이직, 퇴사 등을 통해 잠깐의 중단을 맛본 사람들도 있지만, 그것이 종료라는 의미를 가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회사원이라는 직업은 언젠가 반드시, 본인이 원하지 않는 방식과 타이밍에도, 종료를 맞이하게 된다. 미래의 그 순간을 떠올린다면, 그다음 머릿속에 드는 생각은 '그럼 그 이후 나는 뭘 하지?'



2. 생산자는 다양한 모습을 하고 있다.

물건을 팔던, 본인만의 콘텐츠를 만들던, 서비스를 제공하던, 가게를 하던, 창업을 하던. 그것은 전부 생산자로서 살아가는 다양한 형태이다. 방식과 모습이 전부 다르지만, 누군가가 만들어둔 구조와 시스템에 고용되는 것이 아니라 내가 그것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는 공통점을 가진 형태는 모두 '생산자'이다.



3. 회사원이 생산자에 아주 근접한 일을 할 수는 있다.

회사원은 결국 내 시간을 제공하고, 안정성을 제공받는 거래를 한다. 그것이 나에게 어느정도 근거리의 미래를 계획하게 해준다. 또한 그것은 엄밀히 말해 내가 하루 이틀쯤 딴청을 피워도 그 구조나 시스템이 무너지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즉, 회사원이라는 업 자체는 조직과 시스템을 유지하는데 반드시 필수적인 요소이지만, 회사원이라는 업을 선택한 개인은 필연적으로 언젠가 대체되어야 하는 존재이다.


회사원이 생산자가 얻고자 하는 것을 도와주며 성장하다 보면, 마치 생산을 직접 하는 것과 같은 아주 근접한 형태의 삶의 방식을 얻게 될 때도 온다. 하지만 아주 근접한 도움을 주는 것일 뿐 결국, 회사원은 생산자가 아니다.



4. 생산자는 본인의 시간을 주도적으로 통제한다.

생산자는 시간의 주인이다. 돈을 많이 벌든, 적게 벌든 생산자는 시의 주인이자, 시스템과 구조의 주인이다. 모든 형태의 시스템과 구조는 생산자가 생산을 가장 용이하게 할 수 있는 최적의 형태를 향해 발전해 나아간다.



5. 생산자의 관점은 회사원의 관점과 완전히 다르다.

생산자가 설상 망해서 돈을 다 까먹더라도, 회사원은 결코 느낄 수 없는 압도적인 재미와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시간을 통제할 수 있는 힘, 그리고 내가 생각한 것을 실현해내는 맛이 바로 그것이다. 성공하면 얻게 되는 경제적 자유는 덤일 수 있다. 그것들에 한 번 눈을 뜨면 생산자의 관점에서 삶의 방식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에 몰입하게 된다. 물론, 망해서 맞이하게 되는 처참한 경험들은 '안정'의 가치로 발을 돌리게 만들기도 한다.



6. 앞으로 더욱 '쉽게', '누구나' 생산자가 될 수 있는 세상이 올 것이다.

그 변화는 이제 시작에 불과할 정도로 미약한 단계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흐름을 제일 반대하는 주체는 누구인가? 지금껏 생산자가 될 생각을 하지 못한 사람들을 활용해 거대한 시스템을 잘 유지해왔던 이들일 가능성이 높다. 그들은 생산자로서 탈바꿈해 성공을 이룬 자들의 파멸과 실패를 부각하는데 더욱 애쓰게 될 것이지만, 어느 순간 막을 수 없는 전복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거대한 조직은 회사원이 생산자의 관점을 맛보게 되는 것을 두려워한다. 이에, 그것을 비난하거나 폄하하는 방법 등으로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 애쓴다. 그 시스템을 선택한 사람들도 유사한 방식으로 자신들의 세력을 공고히 하거나, 자기 위안 삼는다.


다만, 누구나 생산자가 될 수 있다고 해서, 누구나 생산자로서 성공해 삶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발견해내는 것은 아니다.



7. 생산자가 쌓은 경험치는 결코 대체될 수 없고,

그 경험치는 오직 본인에게 쌓인다.

회사원으로서 대체할 수 없는 경험치를 쌓는 것도 물론 가능하다. 그럼에도, 회사원이라는 업이 종료를 맞이하는 시점에는 그것을 조직과 시스템에 흡수시키고 나와야 하는 순간이 올 것이다. 생산자의 경험치는 절대 무엇과도 대체될 수 없으며, 오로지 생산자 본인에게 쌓이고 쌓인다. 어느 순간 생산자는 그 경험치들이 뭉치고 섞여 잠재력을 발휘하게 되는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 그것은 개인의 능력, 운, 기회의 차이가 있다.






이것은 정답도 주장도 아닌, 어떠한 가설들에 불과하다. 나 역시 끊임없이 가설을 세우고 검증하는 과정에 있을 뿐이다. 삶을 살아가는 방식에는 아주 다양한 방법이 있고, 우리가 선택한 방법들은 극히 일부에 불과해 그것이 전부라고 믿고 살아가는 것은 어리석은 일일지도 모르겠다. 한 번 생각해보자는 것이다. 각자의 이유와 목적, 목표 같은 것들을.


왜 회사원을 하세요?


이전 04화 회사 사람들을 SNS에서 차단했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