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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물킴 Nov 09. 2020

팀장이 되고 면접관으로 들어가니 보이는 것들

연차에 비해서는 면접관 경험을 일찍 한 편이다. 면접관이 되어 참여하는 것은 아예 관점이 달라지는 경험들이라, 도움이 될 수 있는 누군가를 위해 기록해본다.



1. 회사 이름을 정말 틀리는 사람이 있다!

없을 줄 알았는 데 있었다. 영어 철자를 틀린다거나, 약자를 틀린다거나. 그것 때문에 서류를 떨어뜨리거나, 면접 때 핀잔을 주지는 않았다. 다만, 일단 회사에 대한 간절함이 그리 높지 않은 지원자라는 인상을 가지고 면접을 시작하게 된다.



2. 회사에 대한 공부를 얼마나 하고 왔는지,

생각보다 많이 차이가 난다.

대부분의 지원자가 내가 하고 싶은 것, 내 꿈은 무엇이며, 내가 왜 지원했는지를 설명하는데 익숙하다. 하지만 정작 지원한 회사에 대한 정보들은 빈약한 지원자들이 많았다. 회사의 재무제표는 물론, 본인이 지원하는 부서나 팀, 그 팀의 헤드들의 인터뷰를 서치해 보고 나면 어떤 정보들을 공부해야 하는지가 좀 더 클리어해 질 것이다.



3. 내가 하고 싶은 말이 아니라,

면접관이 듣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

면접을 들어가기 전, 조직은 보통 명확하게 뽑고 싶은 팀원의 유형이 있다. 현재 팀이 하고자 하는 일, 구성원들의 특성, 팀워크를 발휘하기 위해 보완되어야 하는 요소 등에 대해 고민이 있다는 뜻이다. 면접에 들어가면 열심히 들으려고 해도 워낙 많은 이력서와 면접자를 보기 때문에 무난한 지원자들에게는 시선이 안 가는 것이 사실이다. 지친 면접관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으려면 그들이 찾고 있는 그 키워드들이 무엇인지 고민해 공략해야 한다.


저는 도전을 멈추지 않는 지원자입니다.


                                      

지금 귀사는 00 측면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저는 그 돌파구를 마련할 00을 함께할 수 있는 지원자입니다.



4. 진정성과 간절함은 티가 난다.

오랫동안 그 회사를 모니터 하고, 그 직무를 바라본 사람들은 쌓아온 내공이 다르다. 한두 마디를 해도 그것은 바로 느껴진다. 여기저기 쓰는 와중에 우리 회사도 쓴 것인지, 정말 이 회사를 위해 준비해온 사람인지는 명확히 티가 난다는 것이다. 결국 취업/이직 성공률을 높이는 방법은, 내가 무엇을 원하는가 / 그것을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를 빠르게 판단하는 것이다. 그런 사람들이 남들과는 확연히 다른 이력을 만들어 낼 수 있다.



5. 하지만, 결국 실력이 있는 사람인지를 보게 된다.

팀원으로 데려와 같이 일하는 조직의 입장에서는 결국 같이 일하며 성과를 낼 수 있는 사람인지, 발전 가능성이 얼마나 보이는 사람인지를 보게 된다. 진정성과 간절함이 느껴지면 마음이 가게 되지만, 조직은 그 사람을 뽑는 순간 함께 배에 태워 항해를 해야 한다. 내가 저 친구를 채용해 어떤 업무 성과를 낼 수 있는지가 명확하지 않으면 최종 합격시키기가 고민된다.



6. 열심히 하겠다는 사람보다,

이 회사에 들어와 하고 싶은 게 명확한 사람이 끌린다.

연차가 쌓이다 보면 면접에서 '열심히 하겠다.', '잘 할 수 있다.'류의 말을 잘 믿지 않게 된다. 누구나 지치는 순간들이 오고, 그럴 땐 마음과 같지 않게 최선이 다해 지지 않을 때도 오기 때문이다. 결국 믿게 되는 건 지원자의 기세가 꺾이지 않을 것인지, 본인이 이루고자 하는 명확한 비전과 목표가 있는지를 보는 것이다. 회사생활은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밀어줘도 본인이 스스로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가 없다면 안된다. 그 자아 의지가 있는지를 보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조직이, 해당 팀이 하고자 하는 것과 일치한다면 베스트다.



7. 마지막 관문은 사실상,

기존 팀원들과의 조화로움이다.

이 팀원을 채용해 기존의 멤버들과 함께 일한다는 것을 상상했을 때 이상하게 안 어울리는 지원자들이 있다. 기존 팀원들이 맘에 들지 않아 갈아치워야 하는 것이 아니라면,


아무리 실력이 좋고, 마음에 들어도
팀워크를 발휘하는데 제약이 될 것 같다면 주저하게 된다.


어떤 멤버들과 매칭 시켜 프로젝트를 해결해 나갈 것인지 상상 속의 시뮬레이션을 돌려본다. 지원자의 나이, 성별 등은 서류 심사에서는 전혀 눈이 가지 않았지만, 이때 괜스레 눈여겨보게 되기도 했다. 뽑아놓고 기존 멤버들과의 불화가 생겨버리면 더 큰 스트레스가 눈덩이처럼 커져 찾아오는 선례를 자주 봤기 때문에, 그것만은 피하고 싶었다.



8. 최종 면접에 지원자를 올릴 때는 나도 부담이 된다.

최종 의사결정자들에게 내가 생각하는 조직의 운영 방향, 방식, 계획 등이 노출되는 단계이기 때문이다. 이 중 누가 되어도 나는 괜찮겠다고 생각하는 지원자들을 최종 면접에 올렸다. 의사결정자들의 판단이 끝난 뒤 연봉 / 처우 등에 대한 협상이 끝나면 비로소 지원자는 나의 팀원이 되었다.



9. 최종 합격 이후엔, 자식 같은 느낌이 든다.

자식은 아직 없지만, 이를테면 그렇다는 것이다. 요새 같은 세상에 지나치게 타이트한 관계를 팀원과 맺고자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직원의 채용에 면접관이 일말의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다. 그것은 면접관에게도 부담이 된다.


그 직원의 퍼포먼스나 성장 가능성을
조직에게 증명해 보여야 하는 롤을 맡게 되기 때문이다.


물론 최종 의사결정자의 재가를 받고 뽑은 인원이지만, 시니어의 리더십과 멘토링 능력을 보여줘야 하는 순간들도 자주 찾아온다.





팀장이 되었다고 해서 다시 면접을 보지 않을 리는 없다. 이직을 할 수도 있고, 승진을 위해 면접을 보는 곳도 많다. '면접관'이라는 관점을 경험한 것은, 이후 나의 사회생활에 있어서도 더 넓은 시야를 제공해주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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