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작가 물킴 Dec 03. 2020

나를 뛰어넘어버린 후배. 선배의 역할은?

 회사생활을 하다 보면, 후배의 성장을 두려움으로 바라보며 경계하는 선배들을 적지 않게 볼 수 있다. 후배가 멋지게 성장하는 것은 물론 좋은 일이지만, 나의 자리를 위협한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분명 선배의 입장에서 두려울 수 있다. 하지만, 언젠가는 반드시 후배가 선배의 역량을 뛰어넘는다고 느껴지는 순간이 찾아 온다. 


선배는 후배에게 물려주고 물러나야 할 영역이 있기 때문이다.


그걸 깨닫지 못하는 선배는, 끊임없이 후배의 성장을 경계하는 위치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선배가 깨달아야 하는 것들은 무엇일까?



1. 선배는 후배가 놀고 있는 필드에서 같이 놀려고 해선 안된다.

후배는 경쟁의 대상이 아니다.

연차가 쌓이고 승진을 한다는 것은 본인이 놀아야 하는 물이 달라지고, 해야 하는 역할이 달라지는 것을 의미한다. 기존에 내가 활동하던 업무의 영역이 익숙하고 편하겠지만, 그 업무들을 그대로 도맡아서 능숙함만을 뽐내는 것은 선배의 역할이 될 수 없다. 선배는 끊임없이 새로운 책임을 부여받아 앞길을 닦아나가야 하는 숙명적인 역할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많은 선배들이 쌓은 연차를 바탕으로, 익숙한 업무를 지도 지시하는 것을 선배의 역할이라고 착각하고 있다. 그들이 놀아야 하는 물은 그곳이 아님을 알아야, 후배와 성숙한 관계를 세팅할 수 있을뿐더러 선배 본인도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린다.



2. 선배는 경험치로 방향키를 쥔다

선배는 산전수전 겪으며 알게 된 경험치로 살아간다. 그 경험치를 얼마나 쌓았느냐가 조직 내에서 본인의 위치이자 명성(reputation)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 경험치는 성공과 실패의 가능성에 대한 좀 더 나은 감을 제공한다. 


후배가 해야 할 일들은 디테일한 실무들일 테지만,
선배가 해야 할 일들은 그 디테일들이 쌓여서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는지를
먼저 바라보고 수시로 점검해주는 것이다. 


이 것은 조직 내에서 나의 역할의 변화가 찾아오는 role change이다. 선배가 스스로 본인이 해야 하는 역할이 변경되었음을 인지하지 못한다면, 어느새 그 선배는 '과거의 영광에 젖어있다'거나, '무슨 선배가 이런 거까지 직접 다 챙기고 있냐.'는 비아냥을 듣기 쉽다. 방향키를 잡는다는 것은 선배에게도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산업과 고객에 대한 거대한 정보들과 그것을 해석해내는 비상한 인사이트들이 필요하다. 그것을 제대로 하는 것만으로도 선배는 정신이 없어야 한다. 


하던 일을 감시하며 감나라 배나라 입으로 일하라고
선배의 타이틀을 달아주는 것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3. 선배는 후배가 실수하고 딛고 일어설 기회를 줘야 한다

그럼에도 후배가 하는 일을 지켜보면서 성장의 기회를 준다는 것은 어려운 미션이다. 언제든지 내가 먼저 해결하고 빠르게 일처리를 하고 싶은 욕심이 생기기도 한다. 


후배가 실수할 새 없이
깔끔히 일을 처리해버리는 것이 선배의 역할은 아니다. 
지금 이 상황에서 후배의 실수가
치명적인 것인지, 수습할 수 있는 것인지를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이 결과물의 퀄리티에 끼치는 영향에 비해, 후배가 성장할 수 있는 기회로서 더 의미 있다면 지켜봐 주는 것이 좋다. 그것이 장기적으로 조직에게 더 큰 이익으로 기능할 수 있다.



4. 후배는 선배를 이겨먹으려는 것이 아니다. 

최선을 다해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성장이 한계에 부딪힌 조직 내에선
선배들이 후배의 성장을 두려워한다. 


선배의 자리를 금방 위협할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선배는 본인의 연차와 역량으로 더 크고 넓은 비전을 개척해나가야 한다. 그런 성장이 어려운 조직에선 후배들이 커나갈 수 없고, 역량이 뛰어난 후배들은 결국 다른 조직을 향해 찾아 떠날 수밖에 없다. 선배는 선배의 영역에서, 후배는 후배의 영역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기에 후배의 성장이 선배를 위협하는 것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오히려 선배는, 새로운 비전 발굴, 업무 영역 개척, 역량 발전 등을 이뤄내지 못하고 있는 자신의 정체를 두려워해야 할 것이다.






후배는 선배의 말에 복종하기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상호 발전과 성장을 도모하기 위한 동료이다. 


선배가 멋진 길을 닦아 나간다면, 성장을 갈망하는 성숙한 후배는 알아서 뒤따라 온다. 연차와 나이로 무조건적인 오더를 내리고, 찍어 누르는 방식으로는 더 이상 후배와의 건강한 관계를 맺을 수 없음을 빨리 알아차리는 것이 좋다. 조직이, 조직 내에서 선배와 후배가 함께 성장하기 위한 방법과 업무 모듈을 고민하는 것이 진짜 오래갈 수 있는 사이가 되는 길이다.



* 함께 읽으면 좋은 글

회사원은 생산자가 될 수 없다 (brunch.co.kr)

퇴사자에게 연락하는 사람들의 유형 (brunch.co.kr)

망조가 든 회사의 징후들 (brunch.co.kr)

14화 대기업을 퇴사하고 내가 경험한 5가지 (brunch.co.kr)

이전 07화 팀장이 되고 면접관으로 들어가니 보이는 것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