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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물킴 Dec 07. 2020

회사 사람들을 SNS에서 차단했다

팀장이 되고 얼마 되지 않아서 회사와 업계 사람들을 SNS에서 대부분 차단했다.


나는 SNS의 순기능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생각해왔다.
현명하게만 이용한다면, 가질 수 없었던 기회와 수익을 발견할 수 있는
새로운 생태계라는 생각이 굳건하기 때문이다.


'SNS를 하는건 쓰레기짓이다'라는 과격한 표현의 취지도 충분히 공감은 하나, 칼자루를 쥔 사람들이 모두 똑같이 살인을 하는 것은 아니었다. 누군가는 요리도 하고, 가구도 만들고 한다. 또한, 사람들에게 미치는 SNS의 영향 자체가 점점 거대해지기 때문에 마케터로서 그 생태계에 예민해져야하는건 필수 과제같은 느낌이었다. SNS 생활을 완전히 종료한 것은 아니었다. 순기능의 혜택을 보기 위해서 계정 이용을 유지했지만, '차단행위'는 SNS상에서의 네트워킹을 철저히 일상생활과 분리했다는 것을 의미했다.


언팔로우는 공과사를 구분하겠다는 일종의 선언같은 것이었다.



1. 언제부턴가 SNS에 접속하는 것이 매우 피곤한 일이 되었다.

SNS에서는 일상생활에서는 잘 늘어놓지 않는 불평불만, 친목과시, 누군가를 향한 멸시와 공격 등 감정배설을 매우 쉽게 볼 수 있었다. 배설이야 그들의 자유지만, 나는 그것을 보지 않을 자유가 그리웠다. 그 자유를 획득하는 일은 얼마나 쉬운가. 언팔로우 버튼 하나면 충분했다.


부정적인 생각과 에너지는 쉽게 전염된다.


 어느 샌가 그 감정들에 나도 함께 동조되고 영향을 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곤했다. 나는 철저히 즐겁고, 유익한 SNS활동만을 남겨두고 사용하자는 목표를 가지게 되었다. 질투, 시기, 상처, 미움, 분노, 화 등의 감정을 SNS활동에서까지 주고받고 싶지는 않았다.



2. 처음부터 괜히 회사 사람들과 SNS네트워킹을 시작했나 후회했다.

처음에 고민을 안했던 것은 아니지만, SNS순기능을 믿었기에 다양한 방법으로 동료들과 교류할 수 있는 하나의 채널로 잘 활용하자고 생각했었다. 실제로 그런 효과를 못본 것은 아니었지만, 언제부턴가 그것이 본질적인 교류가 아니라 '친목과시'형태로 나도, 상대방도 만남을 활용하고 있다는 느낌을 종종 받기도 했다. '처음부터 철저히 사적인 영역으로 유지할 걸' 하는 후회도 들었지만


연차가 쌓여가면서 일과 사생활,
공적관계와 사적관계가 명확히 분리되기 힘들었다는 점도 영향을 주었다.



3. 내 SNS에 올린 글들이 돌고 돌아 나에게 들려왔다.


00팀장이 엊그제 SNS에 올린 글 봤어? 그게 00 사건을 말하는거래~


내가 올린 글이 돌고 돌아, 살이 붙고 입김이 붙어 뜻하지 않은 메시지와 오해를 전달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이는 내가 업계 동료들을 SNS에서 차단한 결정적인 이유가 되었다. 팔로워인 팀원과 리더인 팀장이 뱉어낸 말들의 무게는 이제 차원이 다른 것이었다. 그것은 회사에서든, 사적인 SNS채널에서든 모든 영역에서 유효했다.


나는 말의 전달과 해석까지도 책임을 져야하는
팀장 직책의 무게와 의미에 대해서 곱씹게 되었다.



4. 내가 팀장이 된 이후,
팀원들이 나와 SNS 팔로우 되어있다는 사실을 신경쓰는 것 같았다.

어떻게 처음 맺게 되었는지는 기억이 다 나진 않았다. 같은 팀원으로서 동료로 지낼때는 크게 상관이 없었을지도 모르겠지만, 팀장이 된 이후 나보다도 팀원들이 더 신경쓰여 하는 것 같았다. 서로의 롤이 바뀌었으니 충분히 그럴테다. 팀장-팀원의 관계는 철저히 업무적으로 세팅되는 것이 서로 편하다는 것이 나의 지론이었다. 팀원들의 사적 영역을 얼마나 알고 있느냐를 가지고 팀장과 팀의 팀웍을 재단하는 행위에 대해 평소 반감이 많았다. 그래서 내가 먼저 팀원들을 언팔하고 차단했다. 나도 굳이 그들의 사생활을 일로 가져오고 싶지 않았고, 팀장이 된 나의 사생활 역시 일적인 영역에 이제는 노출하고 싶지 않다는 선언 같은 것이었다.



팀원들이 먼저 이야기 꺼내는 사생활이 아니라면,
나는 절대 먼저 묻지도 않았고 알고 싶지도 않았다.
그렇게 해도 팀을 운영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다고 믿어왔기 때문이다.



5. 차단 당한 일부 동료들의 볼멘소리가 들려왔다.

이는 기존에 내가 거리낌없이 SNS에서 네트워킹을 해왔기 때문일수도 있겠다. 대부분의 동료들은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넘기는 듯 했지만, 일부 동료들은 내가 한 '차단 행위'를 가지고 뒷담화를 하기 시작했다.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그런 동료들은 원래도 어떤 이유로든 뒷담화를 즐기는 사람들이었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누군가를 골라서 '언팔'했다는 행위에 감정적인 상처를 받았을 수는 있겠다는 생각을 했고, 나도 분명 역으로 그런 일을 경험했어도 그리 유쾌한 경험은 아니었을 것이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SNS 차단이 오프라인 생활에서의 관계에까지 영향을 주지 않도록 신경쓰는 것이었다.


지극히 사적인 채널은 off하지만,
공적인 대면관계는 여전히 뚜렷한 on으로 남겨두었다.



6. 업무, 대면 관계에 더욱 집중할 수 있었다.

이는 뜻하지 않은 성과로 해석했는데, 철저히 업무적인 관계에 더욱 집중할 수 있어 업무 효율이 높아지는 느낌을 받았다.


내가 직접 보고 듣고 마주한 상대방과의 교류에만 집중하니,
신경쓸 것이 줄어들고 효과적인 업무 결과 도출에 더욱 매진할 수 있었다.


애초에 친구관계라면 그런 것들이 필요 없었겠지만, 회사에서는 결국 내가 제공하는 퍼포먼스의 퀄리티와 서로가 가지고 있는 업무 책임감이 관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었다. 그 관계에 더욱 집중할 수 있게 된 것이 좋았다. 사사로운 감정들을 업무로 이어 가져올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나의 효용가치는 일로서 증명하면 된다고 믿었다.






일과 사생활, 공적관계와 사적관계 이 모두를
신기한 서커스를 하는 것처럼 멋지게 해냈으면 좋았으련만, 쉽지 않았다.
팀장이라는 직책을 맡지 않았다면
그 기묘한 서커스가 과연 가능했던걸까?


모를 일이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 맺게되는 관계에 있어서는 더 성숙하고 나은 내가 되길 바래보는 것으로 갈음하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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