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시와 나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남연우 Feb 03. 2023

Golden Rain



겹겹이 에워싸인 햇빛이 물결쳐서

길을 굽는 한낮

걷다가 심심해서

찔러 넣은 외투 주머니에

한 줌 외로움이 깔깔하게 만져진다면

산 아래 골든 레인으로 와요     


오랜 기다림이 퇴적된

툇마루를 뜯어 만든 탁자 위에

블루마운틴 커피 한 잔

날씨와 여행 이야기

지나가는 어린아이만으로 충분해요


단단히 여민 시간의 끈이 풀려

마지못해 약속을 잡진 않겠어요

차라리 모른 척 슬픔을 주세요    

 

얼음 모서리를 가르는 해빙기

응달에 잠자코 숨죽인 눈덩이처럼

때를 묻힌 이마를 문지르고

옷깃에 묻은 바람을 태워

홀가분히 걷고 또 걷다 보면     


까맣게 익은 그림자 하나

내 뒤를 따라와서

둥근 염주알 굴립니다

그래도 외롭거든,    

 

7월의 소나기를 후드득 맞는

모감주나무 아래

황금 꽃비가 내릴 거예요

우리 거기서 만나요

처음 보는 그 모습으로     





 2023. (남연우) all rights reserved.     




나지막한 산길을 걷다가

산 바로 아래

노란 집을 발견하였어요

온통 벽체가 샛노란 집을..

거기 초록색 큼직한 창문이 달리고

안에서는 사람들이 차를 마십니다


일부러

발길을 구부려 언덕을 내려갔어요

육중한 출입문을 밀고서 들어가니

레트로풍 실내 분위기

베이커리 카페였어요

나를 위해 비워진 듯 산 위에서 보았던

창가에 앉아서

소금빵과 커피를 마십니다

탁자는 오래된 한옥에서 뜯긴

세월의 못자국이 고스란히 새겨진

툇마루를 붙여서 만들어졌습니다

그때가 크리스마스 무렵이었어요


노란색은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빛깔입니다

제일 먼저 피어나는 봄꽃들이

노란색인 것도

참을성 있는, 인내의 빛깔이기 때문이죠


모감주나무 영어이름이 golden rain tree

6~7월에 노란 꽃이 피어서

비가 내리면

황금꽃비가 내린답니다

우리나라 해안가에 일부 군락지를 이루며 사는

세계적 희귀종 천연기념물이라고 하네요

제 고향에도 살고 있다는데 궁금합니다

어느 해안가에 살아가는지?


산 아래 노란 집 카페에서

날씨 이야기

여행 이야기

사는 이야기를 맛깔나게 나누고 싶습니다

너무 흔한 이야기는 말고

그런 만남조차

삼가고 또 삼가서

고독이 무르익으면

모감주나무는 가을날 까만 열매를 익혀놓습니다

바로 염주가 되는 열매라고 합니다

도를 깨우쳐

모든 번뇌를 떨칠 수 있는 단단한 경지에 이르도록 이끌어주는..













매거진의 이전글 모든 것은 사라진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