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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시와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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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연우 Dec 17. 2023

천장화



북극 냉기류에 몸을 사린

벚나무가

집안 천장으로 피신하였다


가로등 불빛을 쬐며

던져놓은 그림자가

부르르 떨며 몸서리친다


전기장판에 몸을 지지고도

한기 도는 마음을 빙판에 던지면

날 선 고드름이 송곳처럼 후벼 판다


나무는 창 밖에서

나는 방 안에서 콧잔등이 시리다


얼어붙은 달빛이 희미하게 비추던

루벤스의 성화를

춥고 굶주린 겨울나무가 그리고 있다


그 그림 속에

봄날 연분홍 벚꽃들이 피어나는 꿈

새들이 영롱하게 지저귀는 꿈


거꾸로 매달린 창살 감옥에 갇혀

기나긴 악몽을 꾸고 나면

천상의 빛이 스며들어

그림을 지우고


이 운행하는 내일 또 내일

꿈길을 달리는 네로와 파트라슈,

그들이 쓰러진 나뭇가지로 벽화를 그린다


하늘에 붙박여 떨어질 줄 모르는 천장화를




어제 새하얗던 벚나무가 오늘은 야윈 그림자를 천장에 던져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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