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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우치 코미디": 시트콤의 또 다른 이름

by 꼬불이

거실 한가운데 놓인 낡은 소파 하나. 그곳에서 매일 밤 벌어지는 일상의 작은 드라마들이 때로는 어떤 블록버스터보다 강렬하다는 걸 안다. 미국 시트콤 30년 역사를 관통하는 하나의 진실. 가족이 모이는 그 작은 공간, 카우치에서 모든 이야기가 시작되고 끝난다.



《심슨 가족》의 카우치 개그가 30년 넘게 사랑받는 이유는 단순하다. 매번 같은 공간, 같은 상황이지만 무한한 변주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온 가족이 소파로 달려가 앉는다는 기본 설정은 변하지 않지만,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매회 새롭다. 때로는 소파가 괴물이 되고, 때로는 가족이 외계인이 되며, 때로는 아예 다른 차원으로 빨려 들어간다. 이것이 바로 카우치 코미디의 핵심이다. 제한된 공간이 오히려 창의성을 폭발시킨다는 역설.



《프렌즈》의 센트럴 카페에서 여섯 친구가 나누던 수다, 《빅뱅 이론》의 아파트 거실에서 펼쳐지던 과학자들의 일상, 《사인펠드》의 제리 아파트에서 벌어지던 소소한 에피소드들. 미국 시트콤의 명작들은 모두 몇 개의 고정된 공간에서 마법을 만들어왔다. 넓은 세트장도, 화려한 로케이션도 필요 없었다. 오직 소파 하나, 식탁 하나면 충분했다.



《완다비전》이 보여준 건 바로 새로운 가능성이었다. 전통적인 시트콤 포맷을 마블 유니버스와 결합해 놀라운 결과를 만들어냈다. 30분 내외의 에피소드였지만, 고정된 세트와 가족 중심의 이야기라는 시트콤의 핵심은 그대로 유지했다. 겉으로는 전형적인 미국 시트콤의 공식을 따랐지만, 그 안에 초현실적 판타지와 깊은 슬픔을 숨겨놓았다. 완다의 거실 소파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들이 사실은 그녀의 내면 풍경이었다는 반전. 카우치 코미디가 얼마나 강력한 스토리텔링 도구가 될 수 있는지 증명해낸 작품이었다.



한정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의 매력은 무엇일까? 아마도 친밀감일 것이다.

거대한 스케일의 서사보다 오히려 작은 공간에서 나누는 대화 한 마디, 소파에 앉아 바라보는 표정 하나가 더 깊이 와닿는다. 관객들은 그 공간에 함께 있는 기분을 느낀다. 마치 자신도 그 소파 한편에 앉아 이야기를 듣고 있는 것처럼.



새로운 미드폼 영상 컨텐츠가 탄생할 시점이다. 유튜브와 넷플릭스 시대에 맞는 새로운 형태의 카우치 코미디. 15~20분이라는 러닝타임, 몇 개의 고정된 공간, 그리고 그 안에서 펼쳐지는 무한한 상상력.

소파 하나만 있으면 어떤 이야기든 만들어낼 수 있다는 걸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이제 그 소파에 누가 앉을지, 그들이 무슨 이야기를 나눌지만 정하면 된다.


'AI 를 활용한 미드폼 시트콤'


나는 내가 나아갈 방향을 정했다.





"심슨가족의 카우치 개그"


심슨 가족을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안다. 오프닝 타이틀이 끝나고 심슨 가족이 거실 소파에 앉는 순간,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모른다는 것을.


카우치 개그(Couch Gag). 심슨 가족의 시그니처다.


매 에피소드마다 가족들이 소파에 앉는 방식이 다르다. 어떤 날은 평범하게 앉는다. 어떤 날은 소파가 괴물로 변해 가족을 삼킨다. 어떤 날은 가족들이 로봇으로 변신한다. 어떤 날은 유명 예술 작품 속으로 들어간다.


30초 남짓한 이 짧은 시퀀스가 30년 넘게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700개가 넘는 에피소드, 700개가 넘는 카우치 개그. 같은 장면이 단 한 번도 반복되지 않았다.


제작진의 말에 따르면 카우치 개그는 원래 에피소드 러닝타임 조절용이었다고 한다. 본편이 조금 짧으면 카우치 개그를 길게, 본편이 길면 카우치 개그를 짧게. 실용적인 이유로 시작된 것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곧 심슨 가족만의 독특한 정체성이 되었다. 기예르모 델 토로가 연출한 할로윈 특집 카우치 개그는 그 자체로 하나의 단편 애니메이션이었다. 뱅크시가 만든 카우치 개그는 애니메이션 산업의 어두운 이면을 풍자하는 예술 작품이었다.


똑같은 소파, 똑같은 가족, 하지만 매번 다른 이야기. 그게 카우치 개그의 본질이다. 일상은 반복되지만 매 순간은 다르다는 것. 평범한 것 속에서 무한한 변주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


작가들에게도 카우치 개그는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본편의 스토리와 무관하게 순수한 상상력을 펼칠 수 있는 30초. 어떤 제약도, 어떤 설명도 필요 없다. 그저 재미있고, 기발하고, 예상치 못한 것이면 된다.



나는 가끔 생각한다. 드라마나 영화에도 카우치 개그 같은 순간이 있다면 어떨까? 매 에피소드의 오프닝이 조금씩 다르다면? 관객들이 "이번엔 어떻게 시작할까?" 궁금해하며 기다린다면?


결국 카우치 개그가 30년 넘게 사랑받는 이유는 간단하다. 예측 불가능의 즐거움. 똑같은 것은 없다는 약속. 그리고 매번 새로운 것으로 관객을 놀라게 하겠다는 제작진의 집념.


30초 안에 담긴 무한한 상상력. 그게 카우치 개그고, 그게 심슨 가족이 여전히 살아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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