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Save the Cat!": 고양이를 구하라!

시나리오 작법서 파헤치기

by 꼬불이

Blake Snyder 'Save the Cat!'


Blake Snyder의 'Save the Cat!'은 2005년에 나왔다. 그리고 할리우드를 점령했다. 아마존 베스트셀러 15년. 모든 스튜디오 개발팀이 이 책을 본다. 나도 이 책을 세 손가락 안에 꼽는다.


왜? 단순하다. 구체적이다. 실전이다.


맥키가 철학자라면 스나이더는 엔지니어다. 맥키가 "왜"를 묻는다면 스나이더는 "어디에"를 알려준다.


25페이지. 55페이지. 75페이지. 정확한 페이지 번호로 플롯 포인트를 제시한다. 이게 비트 시트(Beat Sheet)다. BS2라고 부른다. Blake Snyder Beat Sheet.



스나이더는 20년간 할리우드에서 시나리오를 팔아먹고 산 사람이다. 'Blank Check'로 디즈니에서 백만 달러를 받았고, 'Nuclear Family'로 스필버그에게 또 백만 달러를 받았다. 현장 전문가다. "할리우드에서 가장 성공한 스펙 시나리오 작가"라는 별명이 있었다.


그는2009년 8월 4일, 51세의 나이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심장마비였다. 하지만 그의 비트 시트는 여전히 살아있다. 모든 작가의 책상 위에. 이 글을 쓰는 내 책상 위에도.




스나이더는 모든 영화를 15개의 비트로 나눈다. 110페이지 시나리오 기준이다. 각 비트는 정확한 페이지에서 일어난다.


1페이지 - Opening Image
5페이지 - Theme Stated
1-10페이지 - Set-up
12페이지 - Catalyst
12-25페이지 - Debate
25페이지 - Break into Two
30페이지 - B Story
30-55페이지 - Fun and Games
55페이지 - Midpoint
55-75페이지 - Bad Guys Close In
75페이지 - All is Lost
75-85페이지 - Dark Night of the Soul
85페이지 - Break into Three
85-110페이지 - Finale
110페이지 - Final Image



이 공식을 두 영화로 파헤쳐본다. '노팅힐'(1999) 과 '로마의 휴일'(1953).

46년 차이. 하지만 같은 이야기다. 공주와 평민. 불가능한 사랑. 그리고 선택.

MV5BNzk5YmI4ODUtOTU0My00YTI4LWE1ZTItN2ZhMDE3NDk2NGVkXkEyXkFqcGc@._V1_QL75_UX1640_.jpg

"노팅힐": 15개 비트로 파헤치기


Opening Image (1분)

윌리엄 태커는 런던 노팅힐에서 작은 여행서적 서점을 운영한다. 평범하다. 지루하다. 책은 안 팔린다. 손님도 없다. 내레이션이 흐른다. "이건 평범한 남자의 이야기다."


이게 장애다.

외면적 장애 - 실패한 서점. 실패한 결혼 (이혼했다).
내면적 장애 - 안전지대에 갇혔다. 위험을 감수하지 않는다. 특별한 일은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믿는다.


Opening Image는 주인공의 세계를 보여준다. 변화 전의 모습.


스나이더는 말한다. "이 이미지는 Final Image와 대칭을 이뤄야 한다." <--- 캐릭터 아크 다.



Theme Stated (5분)

친구 맥스가 말한다. "언젠가 특별한 일이 일어날 거야."


이게 주제의 씨앗이다. 평범함과 특별함. 일상과 기적.


내가 강조하는 다섯 번째 원칙이다. 내면적 초목표가 결국 '주제'다.

윌리엄의 내면적 초목표는 뭔가? 특별한 삶을 사는 것. 평범함을 넘어서는 것. 용기를 내는 것.


스나이더는 Theme Stated가 5페이지에 온다고 말한다. 보통 조연이 우연히 던진다. 주인공은 그때 듣지 못한다. 하지만 관객은 듣는다. 그리고 Finale에서 주인공이 깨닫는다.



Set-up (1-10분)

윌리엄의 세계를 확장한다. 이상한 룸메이트 스파이크. 그는 재난이다. 매력적이지만 무책임하다. 친구들 - 맥스, 벨라, 하니. 이들은 윌리엄을 사랑하지만 그의 소심함을 안다.


Set-up은 주인공의 장애를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구간이다. 내가 강조하는 두 번째 원칙. 주인공은 초반에 '장애' '갈망' '결핍'을 갖고 있다.


윌리엄은 뭘 갈망하나? 겉으로는 평범한 삶. 하지만 깊은 곳에서는 특별한 뭔가. 사랑. 모험. 의미.


스나이더는 Set-up을 "Stasis = Death"라고 부른다. 주인공의 현재 삶이 그대로 유지되면 그는 죽는다. 비유적으로. 윌리엄은 죽어가고 있다. 천천히.



Catalyst (12분)

안나 스콧이 서점에 들어온다. 세계적 영화 스타.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여자.


이게 촉매다. 주인공의 삶을 뒤흔드는 사건. 외면적 초목표의 시작. 스나이더는 12페이지에 Catalyst가 온다고 말한다. 정확하다.


Catalyst는 선택이 아니다. 사건이다. 주인공이 원하지 않아도 일어난다.

록키가 챔피언과 싸우고 싶었나? 아니다. 제안이 들어왔을 뿐이다.
월터가 폐암을 원했나? 아니다. 진단이 내려졌을 뿐이다.
윌리엄이 안나를 원했나? 물론이다. 하지만 그녀가 서점에 들어올 거라고 기대하지 않았다.



Debate (12-25분)

윌리엄은 안나에게 책을 판다. 그리고 나간다. 거리에서 오렌지 주스를 사다가 그녀와 부딪힌다. 주스를 쏟는다. 그녀의 옷에.


윌리엄은 사과한다. 집이 가까우니 갈아입으라고 제안한다. 안나는 따라온다. 그의 허름한 집. 스파이크의 포르노 잡지들. 안나는 웃는다. 편안해한다.


그들은 키스한다. 도어벨이 울린다. 안나의 남자친구. 그녀는 떠난다.


이게 Debate다. 12-25페이지. 주인공이 고민한다. "이게 가능한가?" "내가 이 여정에 나설 수 있나?"


윌리엄은 흔들린다. 안나는 스타다. 그는 평범한 사람이다. 불가능하다. 하지만... 뭔가 시작됐다.


Debate는 망설임이다. 두려움. 자기 의심. 모든 주인공이 거친다.

록키도 "난 할 수 없어"라고 말한다.
월터도 "이건 미친 짓이야"라고 말한다.

하지만 결국 그들은 선택한다.



Break into Two (25분)

안나가 다시 서점에 온다. 영화 시사회에 동행해달라고 한다.

윌리엄은 놀란다. 그리고 결단한다. "알았어. 가지."


이게 Break into Two다. 25페이지. 주인공이 새로운 세계로 들어간다. 선택한다. 능동적으로.


스나이더는 말한다. "Break into Two는 주인공의 선택이어야 한다. 누가 떠밀어서가 아니라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


윌리엄은 안나의 세계로 들어간다. 화려한 시사회. 유명인들. 기자들. 그는 이방인이다. 하지만 그는 거기 있다. 선택했다.


이게 외면적 초목표의 시작이다. 안나와 함께 있는 것.

하지만 내면적 초목표는 더 깊다. 용기를 내는 것. 평범함을 넘어서는 것. 특별한 삶을 사는 것.



B Story (30분)

친구들이 등장한다. 맥스, 벨라, 하니, 버니. 저녁 식사 장면. 윌리엄이 안나를 데려온다. 친구들은 놀란다. 그리고 그녀를 받아들인다.


B Story는 보통 사랑, 우정, 멘토 관계다. 주인공에게 내면적 변화를 가져오는 관계. 스나이더는 B Story가 주제를 담당한다고 말한다.


친구들은 윌리엄을 응원한다. 격려한다. 나중에 All is Lost 이후엔 위로한다. 그리고 Break into Three에서 그를 다시 일으켜 세운다.


이게 내가 강조하는 세 번째 원칙이다. 주인공은 초목표를 향해가는 과정에서 반드시 응원받아야 한다.



Fun and Games (30-55분)

안나와 윌리엄의 로맨스. 공원 벤치. 그녀가 말한다. "난 그냥 평범한 여자일 뿐이에요. 평범한 남자 앞에 서 있는."

생일 파티. 친구들과 함께. 안나는 평범한 순간들을 즐긴다.


Fun and Games는 영화의 약속이다. 포스터가 약속한 것. 관객이 기대하는 것. 로맨틱 코미디라면 로맨스. 액션 영화라면 액션. 스릴러라면 스릴.


'노팅힐'의 약속은 뭔가? 스타와 평민의 사랑. 불가능한 로맨스. 우리는 이 순간들을 원한다. 그리고 영화는 준다.


하지만 압박이 시작된다. 파파라치. 언론. 안나의 남자친구.



Midpoint (55분)

윌리엄과 안나는 함께있다. 행복하다. 사랑에 빠졌다. 하지만 기자들이 알게 된다. 사진이 터진다. 신문 1면.


이게 Midpoint다. 55페이지. 거대한 전환점. 스나이더는 두 가지 유형이 있다고 말한다. False Victory (거짓 승리) 또는 False Defeat (거짓 패배).


'노팅힐'은 False Victory다. 윌리엄과 안나는 사랑을 얻었다. 하지만 대가가 온다. 세상이 알게 됐다. 압박이 시작됐다.


Midpoint 이후 시간이 빨라진다. 긴장이 높아진다. Midpoint는 "돌이킬 수 없는 지점"이다. 주인공은 더 이상 Opening Image로 돌아갈 수 없다.


윌리엄은 이제 안나를 안다. 사랑한다. 평범한 삶으로 돌아갈 수 없다.



Bad Guys Close In (55-75분)

언론. 파파라치. 사진. 기사. 모든 게 무너지기 시작한다. 안나의 남자친구가 서점에 온다. 윌리엄에게 말한다. "넌 그녀한테 맞지 않아."


윌리엄은 불안해한다. 안나의 세계가 자신과 맞지 않는다는 걸 느낀다. 그는 평범한 사람이다. 그녀는 스타다.


Bad Guys Close In은 압박이 증가하는 구간이다.

외부적 압박 (언론, 파파라치).
내부적 압박 (자기 의심, 두려움).


스나이더는 말한다. "Bad Guys는 실제 악당일 필요 없다. 주인공을 압박하는 모든 것이다."


'노팅힐'에서 Bad Guys는 누구인가? 언론. 세상. 그리고 윌리엄 자신. 그의 자기 의심.



All is Lost (75분)

기자회견. 안나는 새 영화를 홍보한다.

기자가 묻는다. "윌리엄 태커와의 관계는?"
안나는 대답한다. "그냥 친구일 뿐이에요."


카메라 앞에서. 세상 앞에서. 윌리엄은 TV로 본다. 배신감을 느낀다. 그는 떠난다.


이게 All is Lost다. 75페이지. 주인공이 모든 걸 잃는다. 외면적으로도 내면적으로도.


스나이더는 이걸 "Whiff of Death"(죽음의 냄새)라고 부른다. 뭔가 죽는다. 실제 죽음이든 비유적 죽음이든.


'노팅힐'에서 뭐가 죽나? 사랑. 희망. 윌리엄의 용기.


All is Lost는 캐릭터 아크의 핵심이다. 내가 강조하는 여섯 번째 원칙. 주인공은 장애를 갖고 있던 초반에 비해 결말에 가선 180도 변화한 캐릭터 아크를 이룬다.


하지만 변화가 일어나려면 파괴가 먼저 와야 한다. 옛것이 죽어야 새것이 태어난다.



Dark Night of the Soul (75-85분)

시간이 흐른다. 계절이 바뀐다. 윌리엄은 서점에 앉아있다. 공허하다. 친구들이 와서 위로한다. 하지만 그는 무너져있다.


Dark Night of the Soul은 가장 깊은 절망의 순간이다. 주인공이 포기할 것 같은 순간.


스나이더는 말한다.

"이 순간은 조용하다. 액션이 없다. 주인공은 그저 앉아서 생각한다. '난 실패했어. 끝이야.'"


하지만 이 어둠 속에서 뭔가 싹튼다. 깨달음. 결심.



Break into Three (85분)

친구들이 윌리엄을 설득한다. 특히 스파이크.

"그녀를 찾아가. 마지막 기회야. 넌 바보야. 가서 싸워."


윌리엄은 결단한다. 서점을 나선다. 달린다.


이게 Break into Three다. 85페이지.

주인공이 다시 일어선다. A Story와 B Story가 합쳐진다.

친구들(B Story)의 조언이 윌리엄(A Story)을 움직인다.


스나이더는 말한다.

"Break into Three는 주인공이 해답을 찾는 순간이다. Act 1과 Act 2에서 배운 모든 것을 합친다."


윌리엄은 뭘 배웠나? 용기. 사랑. 자기 가치. 그는 더 이상 평범한 남자가 아니다. 싸울 준비가 됐다.



Finale (90-110분)

기자회견장. 안나는 새 영화를 홍보한다.

윌리엄이 나타난다. 기자들 사이로 걸어간다. 안나에게 말한다.

"난 그냥 평범한 남자일 뿐이야. 평범한 여자를 사랑하는."


안나는 선택한다. 윌리엄을.


이게 Finale다. 85-110페이지. 주인공이 최종 시험을 통과한다.

외면적 초목표와 내면적 초목표가 모두 해결된다.

외면적: 윌리엄은 안나를 얻는다.
내면적: 윌리엄은 용기를 얻는다. 평범함을 넘어선다. 위험을 감수한다.


캐릭터 아크가 완성된다.

Opening에서 윌리엄은 안전지대에 갇혀있었다.
Finale에서 그는 세상 앞에 서서 사랑을 선언한다.



Final Image (110분)

공원 벤치. 윌리엄과 안나가 앉아 있다. 안나는 임신했다. 평화롭다. 평범한 순간. 하지만 특별하다.


Final Image는 Opening Image의 거울이다.

Opening에서 윌리엄은 혼자였다. 평범했다. 특별한 일은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믿었다.
Final에서 그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니다. 특별한 일이 일어났다. 하지만 가장 특별한 건 이거다 - 그는 평범함 속에서 특별함을 찾았다. 주제의 완성.



maxresdefault.jpg

"로마의 휴일": 같은 구조, 다른 결말


'로마의 휴일'(1953)은 '노팅힐'(1999)보다 46년 먼저 나왔다. 하지만 같은 이야기다. 공주와 평민. 불가능한 사랑. 스나이더의 비트 시트로 보면 거의 동일하다.


Opening Image (1분)

앤 공주는 유럽 순방 중이다. 왕실 의무. 빡빡한 일정. 기자회견. 악수. 미소. 그녀는 지쳤다. 질식할 것 같다.

외면적 장애 - 왕실의 감시. 자유 없음.
내면적 장애 - 정체성. 그녀는 공주다. 하지만 자기 자신이고 싶다.

'노팅힐'의 윌리엄처럼 앤도 갇혀있다. 윌리엄은 평범함에. 앤은 왕실 의무에.



Theme Stated (5분)

앤이 대사에게 말한다. "내 의무를 안다. 하지만..."

주제의 씨앗.

의무 vs 자유.
공주 vs 개인.



Set-up (1-10분)

앤의 세계. 시녀들. 대사. 엄격한 일정표.

그녀는 반항한다. 침대에서 소리 지른다. 의사가 진정제를 준다.



Catalyst (12분)

앤은 진정제를 먹은 채로 대사관을 탈출한다.

로마 거리. 밤. 그녀는 분수대 옆 벤치에 쓰러진다.


조 브래들리가 그녀를 발견한다. 미국 기자.

그녀가 공주인 줄 모른다. 그녀를 자기 아파트로 데려간다.


이게 Catalyst다. 조도 선택하지 않았다. 앤도 선택하지 않았다. 상황이 그들을 만나게 했다.



Debate (12-25분)

다음날 아침. 조는 신문을 본다. 앤 공주 실종. 그는 깨닫는다. 자기 아파트에 자고 있는 여자가 공주다.


조는 고민한다. 이건 특종이다. 하지만... 그녀는 자유를 원한다. 그는 결정을 유보한다.


앤은 깬다. 조의 아파트에서. 그녀는 놀란다. 하지만 도망가지 않는다.

조가 제안한다. "로마 구경시켜줄까?"



Break into Two (25분)

앤은 결단한다. "좋아요."

그녀는 새로운 세계로 들어간다. 자유. 평범한 삶.


조도 결단한다. 그는 편집장에게 말한다.

"공주 인터뷰 할 수 있어."

그리고 사진작가 어빙을 부른다. 몰래 앤을 촬영하기로.


'노팅힐'과 똑같은 구조다. 주인공들이 새로운 세계로 들어간다. 선택한다.



B Story (30분)

어빙 등장. 조의 친구. 그는 사진을 찍는다. 몰래.

하지만 그도 점점 앤에게 매력을 느낀다.



Fun and Games (30-55분)

로마. 진실의 입. 스쿠터. 댄스 파티. 아이스크림.

앤은 평범한 것들을 경험한다. 머리를 자른다. 짧게. 그녀는 자유롭다.


조와 앤은 사랑에 빠진다. 천천히.


'노팅힐'처럼 이게 영화의 약속이다. 공주와 기자의 로맨스. 로마의 아름다움.



Midpoint (55분)

댄스 파티. 강에서. 앤과 조는 춤춘다. 행복하다.

하지만 비밀 경찰이 나타난다. 싸움. 혼란.

앤과 조는 도망친다.


False Victory. 사랑을 얻었다. 하지만 압박이 시작됐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Bad Guys Close In (55-75분)

조는 고민한다. 그는 앤을 사랑한다. 하지만 특종도 원한다. 돈. 명성.


어빙이 말한다. "사진 팔면 큰돈이야."

조는 갈등한다.


앤도 깨닫는다. 시간이 끝나간다. 대사관으로 돌아가야 한다. 의무.



All is Lost (75분)

아침. 앤이 말한다. "전 돌아가야 해요."

조는 안다. 그녀는 공주다. 그는 평민이다. 불가능하다.


앤은 대사관으로 돌아간다.

조는 그녀를 보낸다. 사랑이 죽었다. 희망이 죽었다.


'노팅힐'의 기자회견 장면과 비슷하다. 하지만 더 조용하다. 더 슬프다.



Dark Night of the Soul (75-85분)

조는 편집장에게 간다. 사진을 주지 않는다. "팔지 않겠습니다."

그는 선택했다. 사랑을 돈보다. 앤의 자유를 특종보다.



Break into Three (85분)

조는 결심한다. 앤을 보러 간다. 마지막으로.



Finale (90-110분)

기자회견. 앤은 공주로 돌아왔다. 완벽한 미소. 우아한 자세.

조가 기자들 사이에 있다.

앤은 그를 본다.

그들은 눈이 마주친다.


기자가 묻는다. "로마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앤은 대답한다. "로마. 로마의 모든 곳."


기자회견이 끝난다. 앤은 각 기자와 악수한다.

조 차례. 그들은 악수한다. 오래.

말은 없다. 하지만 모든 걸 말한다.



Final Image (118분)

조는 홀로 걸어 나간다. 텅 빈 홀. 그는 돌아본다. 앤은 사라졌다.



이게 '로마의 휴일'의 Final Image다.

Opening Image의 거울.

Opening에서 앤은 왕실에 갇혀있었다.
Final에서 그녀는 여전히 왕실에 있다. 하지만 변했다.

캐릭터 아크. 앤은 하루의 자유를 경험했다. 사랑을 경험했다.

이제 그녀는 의무를 선택한다. 하지만 다르게.


기자회견 마지막 대사를 기억하는가? "로마. 로마의 모든 곳."

그녀는 자신의 목소리를 찾았다. 공주이지만 자기 자신이기도 하다.


조도 변했다. Opening에서 그는 냉소적인 기자였다.

돈에 관심 있고. 특종에 관심 있고.

Final에서 그는 사랑을 선택했다. 특종을 포기했다.




"두 영화, 같은 구조, 다른 선택"

'노팅힐'과 '로마의 휴일'. 46년 차이. 하지만 스나이더의 비트 시트로 보면 거의 동일하다.


Opening Image - 주인공이 갇혀있다. (윌리엄은 평범함에, 앤은 왕실에)
Theme Stated - 자유와 사랑 vs 의무와 현실
Set-up - 외면적/내면적 장애 제시
Catalyst - 운명적 만남 (안나가 서점에, 조가 앤을 발견)
Debate - "이게 가능한가?"
Break into Two - 새로운 세계로 진입 (25분)
Fun and Games - 사랑의 순간들
Midpoint - False Victory, 하지만 압박 시작 (55분)
Bad Guys Close In - 현실의 벽
All is Lost - 사랑의 끝? (75분)
Dark Night of the Soul - 절망
Break into Three - 결단 (85분)
Finale - 선택의 순간
Final Image - Opening의 거울


모든 비트가 맞아떨어진다. 25분. 55분. 75분. 85분.

스나이더의 공식. 1953년 영화도. 1999년 영화도.


하지만 결말이 다르다.


'노팅힐': 윌리엄과 안나는 함께한다. Happy Ending. 공원 벤치. 임신. 평범한 행복.
'로마의 휴일': 조와 앤은 헤어진다. Bittersweet Ending. 악수. 침묵. 각자의 길.


왜 다른가?


시대가 다르다. 1953년. 왕실과 평민의 사랑은 불가능했다. 관객도 알았다. 영화도 정직했다.


1999년. 세상이 바뀌었다. 다이애나 비가 있었다. 왕실도 변했다. 사랑이 의무를 이길 수 있다고 믿게 됐다.


하지만 더 깊은 이유가 있다.


'로마의 휴일'의 주제는 뭔가? 희생. 의무. 성장.

앤은 하루의 자유를 경험하고 더 나은 공주가 된다. 그녀는 잃었지만 얻었다.


'노팅힐'의 주제는 뭔가? 용기. 평범함 속의 특별함.

윌리엄은 위험을 감수하고 사랑을 얻는다. 그는 싸웠고 이겼다.


두 주제 모두 진실이다. 두 결말 모두 정직하다.


스나이더의 비트 시트는 구조다. 뼈대다.

하지만 영혼은 작가가 채운다. 같은 구조로 완전히 다른 이야기를 만들 수 있다.




"장애, 초목표, 응원, 그리고 아크"


두 영화 모두 내가 강조하는 원칙을 따른다.



1. 주인공은 하나다.

'노팅힐'은 윌리엄.
'로마의 휴일'은... 논쟁이 있다. 조인가 앤인가? 하지만 영화는 앤의 여정을 따른다. 그녀의 Opening. 그녀의 Final. 그녀의 변화. 앤이 주인공이다.



2. 주인공은 초반에 장애와 갈망을 갖고 있다.

윌리엄: 외면적 장애 (실패한 삶), 내면적 장애 (소심함, 안전지대). 갈망 (특별한 뭔가, 의미, 사랑).
앤: 외면적 장애 (왕실의 감시), 내면적 장애 (정체성 억압). 갈망 (자유, 자기 자신이 되기).



3. 주인공은 응원받아야 한다.

윌리엄: 친구들이 응원한다. 그리고 관객도. 왜? 그는 선하다. 친절하다. 스파이크에게 참는다. 손님에게 정직하다.
앤: 조와 어빙이 응원한다. 그리고 관객도. 왜? 그녀는 억압받고 있다. 자유를 원한다. 순수하다. 아이스크림을 처음 먹는 기쁨. 우리는 그녀를 사랑한다.



4. 장애와 초목표는 외면적/내면적으로 구분된다.

윌리엄: 외면적 초목표 (안나와 함께), 내면적 초목표 (용기, 자기 가치).
앤: 외면적 초목표 (하루의 자유), 내면적 초목표 (자기 정체성 찾기).



5. 내면적 초목표가 결국 주제다.

'노팅힐': 용기를 내면 특별한 일이 일어난다. 평범함 속에서 특별함을 찾는다.
'로마의 휴일': 자유를 경험하면 더 나은 자신이 된다. 의무도 선택이 될 수 있다.



6. 주인공은 180도 변한다.

윌리엄: 소심한 서점 주인 → 세상 앞에서 사랑을 선언하는 용감한 남자
앤: 억압받는 공주 → 자신의 목소리를 가진 공주

두 영화 모두 완벽한 캐릭터 아크 다.

All is Lost (75분)에서 파괴되고 Finale (85-110분)에서 재탄생한다.






"비트 시트는 도구다. 공식이 아니라."


1페이지 - 내 주인공은 어디에 갇혀있나?
5페이지 - 주제는 뭔가? 누가 말할까?
12페이지 - 어떤 사건이 주인공을 흔드나?
25페이지 - 주인공이 어떤 선택을 하나?
55페이지 - 거짓 승리인가 거짓 패배인가?
75페이지 - 뭐가 죽나? 희망? 사랑? 자존심?
85페이지 - 주인공이 어떻게 일어서나?
110페이지 - 1페이지와 비교해 뭐가 변했나?


각 비트마다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답을 찾는다.


'노팅힐'처럼 갈 건가? Happy Ending?
'로마의 휴일'처럼 갈 건가? Bittersweet Ending?


둘 다 정답이다. 주제가 결정한다.


다음날 첫 페이지부터 뜯어고친다.

25페이지가 약하다. 주인공의 선택이 능동적이지 않다. 다시 쓴다.
55페이지에 충격이 없다. Midpoint가 Midpoint답지 않다. 다시 쓴다.
75페이지가 충분히 절망적이지 않다. All is Lost가 Lost하지 않다. 다시 쓴다.


이게 작가의 삶이다. 스나이더를 욕하다가도 결국 스나이더로 돌아온다. 비트 시트를 채우고, 비우고, 다시 채운다.




비판도 있다. 당연히.

"모든 영화가 똑같아 보인다", "창의성이 죽었다".

2013년 Slate의 Peter Suderman은 비난했다.

"Save the Cat!이 현대 영화의 창의적 스토리텔링 쇠퇴를 초래했다."


맞는 말이다. 일부는.


너무 많은 영화가 25페이지에 2막 진입. 55페이지에 중간점. 75페이지에 절망.

시계처럼 정확하다. 그래서 예측 가능하다.


하지만 문제는 비트 시트가 아니다. 문제는 생각 없이 쓰는 거다.


'노팅힐'과 '로마의 휴일'은 같은 비트 시트를 쓴다. 하지만 완전히 다른 영화다. 왜?


캐릭터가 다르다. (윌리엄 vs 앤)
선택이 다르다. (함께하기 vs 헤어지기)
주제가 다르다. (용기 vs 의무)
시대가 다르다. (1999 vs 1953)


비트 시트는 뼈대다.

살과 피부와 영혼은 작가가 채운다.


스나이더는 말했다.

"이건 구조다. 공식이 아니다. 작동하는 제품을 만드는 방법이다."


그가 맞다.


'로마의 휴일'은 1953년에 나왔다. 스나이더가 태어나기 4년 전.

하지만 15개 비트를 따른다. 왜?


좋은 스토리는 항상 같은 구조를 갖고 있었다.

스나이더는 발견했을 뿐이다. 발명한 게 아니라.


Gemini_Generated_Image_rc4ilprc4ilprc4i.png

'Save the Cat!'은 시나리오 작법의 실전 매뉴얼이다. 철학이 아니라 공학이다.


25페이지에 주인공의 삶이 바뀌고, 55페이지에 세계가 뒤집히고, 75페이지에 모든 걸 잃으면, 관객은 숨을 죽이고 지켜본다.


그리고 110페이지에 주인공이 변화했을 때, 우리도 함께 변한다.


조는 텅 빈 홀을 걸어 나간다. 혼자. 하지만 더 이상 같은 사람이 아니다.
윌리엄은 공원 벤치에 앉아 있다. 안나와 함께. 더 이상 평범하지 않다.


캐릭터 아크를 위한 여정. 이게 스토리의 마법이다.



스나이더는 2009년에 떠났지만 그의 비트 시트는 여전히 작동한다.

모든 스튜디오에서.
모든 작가의 책상에서.
내 책상에서도.


왜?


효과가 있으니까.


#작가지망생 #세이브더캣 #작법서 #글쓰기 #스토리텔링

keyword
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