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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 없는 드라마는 드라마가 아니다”

스토리텔링 심화편

by 꼬불이

“드라마(Drama)란 단어는 그리스어 ’드라오마이(Draomai)’에서 왔다. ‘행동하다’ ‘투쟁하다’라는 뜻이다.”


작가 지망생들이 자주 묻는다. “제 이야기가 너무 평화로운데, 괜찮을까요?”


대답은 간단하다. 안 괜찮다.


우리가 “드라마틱하다”고 말할 때, 그건 뭘 의미할까? 갈등이 있다는 뜻이다. 선택의 순간이 있다는 뜻이다.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뜻이다.



『쓰리빌보드』의 밀드레드가 광고판을 세울 때, 그녀는 마을 전체와 싸울 각오를 한다. 그게 드라마틱한 거다. 『록키』의 록키가 링에 오를 때, 그는 자신의 모든 걸 건다. 그게 드라마다.



드라마는 갈등의 연속이다. 작은 갈등에서 큰 갈등으로, 외적 갈등에서 내적 갈등으로.


밀드레드는 처음엔 경찰과 싸운다. 외적 갈등이다.

하지만 점점 자기 자신과 싸우기 시작한다. 복수가 옳은가, 정의가 뭔가, 딸을 어떻게 기억해야 하는가. 내적 갈등이다.


록키도 마찬가지다. 처음엔 아폴로 크리드와 싸운다.

하지만 진짜 싸움은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다. “나는 쓰레기가 아니야. 증명해야 돼.”



갈등과 딜레마는 뗄 수 없는 존재다. 갈등이 있으면 딜레마가 생긴다.


밀드레드는 선택해야 한다.

광고판을 유지할 것인가, 철거할 것인가.

윌러비 서장의 명예를 지킬 것인가, 딸의 정의를 지킬 것인가.

경찰서를 불태울 것인가, 참을 것인가.


매 순간이 딜레마다.


록키도 선택한다.

싸울 것인가, 포기할 것인가.

에이드리언과 함께할 것인가, 혼자 남을 것인가.

15라운드를 버틸 것인가, 쓰러질 것인가.


여기서 중요한 걸 짚고 넘어가자.

갈등과 딜레마와 초목표는 다르지만 연결되어 있다. 초목표가 있기에 갈등이 생긴다.


밀드레드의 초목표는 “딸의 범인 찾기”다. 이 초목표 때문에 그녀는 마을 전체와 갈등한다.

록키의 초목표는 “15라운드 완주”다. 이 초목표 때문에 그는 자신의 한계와 갈등한다.


초목표가 없으면 갈등도 없다.

갈등이 없으면 딜레마도 없다.

딜레마가 없으면 드라마도 없다.



그럼 갈등을 만들려면 뭐가 필요할까?


바로 주인공의 [ 장애, 결핍, 두려움, 그리고 초목표 ] 다.


스토리텔링 개론편에서는 장애와 초목표만 다뤘다. 하지만 심화편에서는 결핍과 두려움을 추가한다. 왜? 더 입체적인 캐릭터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밀드레드를 보자.

그녀의 장애는 명확하다. 딸을 잃었다. 경찰은 무능하다. 마을은 그녀를 외면한다. 이게 외면적 장애다.


하지만 그녀의 결핍은 더 깊다. 그녀는 딸과 제대로 이별하지 못했다. 마지막으로 싸웠다. 마지막 대화였다. 밀드레드는 딸에게 제대로 사랑한다고 말하지 못했다. 이게 결핍이다.


그리고 그녀의 두려움은? 딸이 잊혀지는 것이다. 세상이 안젤라를 기억하지 못하는 것. 그게 죽음보다 무섭다.



록키도 마찬가지다.

그의 장애는 가난, 무시, 자존감 부족이다.


하지만 그의 결핍은 더 근본적이다. 그는 사랑받아본 적이 없다. 인정받아본 적이 없다. 자신이 가치 있는 인간이라고 느껴본 적이 없다. 이게 결핍이다.


그의 두려움은? 평생 삼류로 남는 것이다. “멍청한 이탈리아 놈”으로 기억되는 것. 아무도 자신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



장애는 외부에서 온다. 결핍은 내부에서 온다. 두려움은 미래에서 온다. 이 세 가지가 합쳐지면 완벽한 갈등이 만들어진다.


밀드레드가 광고판을 세울 때, 그녀는 세 가지와 동시에 싸운다.


장애(무능한 경찰, 적대적인 마을)와 싸우고, 결핍(딸과의 미완성된 이별)과 싸우고, 두려움(딸이 잊혀지는 것)과 싸운다. 이 세 가지 전쟁이 동시에 벌어지니까 드라마가 강렬하다.



록키가 링에 오를 때도 마찬가지다.

장애(아폴로 크리드라는 강적, 자신의 약한 체력)와 싸우고, 결핍(사랑과 인정에 대한 갈증)과 싸우고, 두려움(평생 삼류로 남는 것)과 싸운다.



초목표는 이 모든 걸 하나로 묶는다.


밀드레드의 초목표 “딸의 범인 찾기”는 장애를 극복하고, 결핍을 채우고, 두려움을 이기는 과정이다.

록키의 초목표 “15라운드 완주”도 마찬가지다. 단순히 시합을 끝내는 게 아니라,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는 거다.



갈등 만들기가 힘든 작가 지망생들에게 묻고 싶다.


당신의 주인공에게 "장애가 있는가? 결핍이 있는가? 두려움이 있는가? 초목표가 있는가?"


이 네 가지가 없으면 갈등도 없다. 갈등이 없으면 드라마도 없다.


갈등이 이야기를 만든다. 딜레마가 선택을 만든다. 선택이 캐릭터를 만든다.


드라마는 평화로운 일상의 기록이 아니다. 드라마는 투쟁의 기록이다. 선택의 기록이다. 대가를 치르는 과정의 기록이다. 그리스인들이 “드라오마이”라고 부른 그것. 행동하고 투쟁하는 것. 그게 드라마다.


당신의 주인공을 편안하게 두지 마라. 갈등 속에 던져라. 장애를 주고, 결핍을 주고, 두려움을 주고, 초목표를 주어라. 그리고 그가 어떻게 싸우는지 지켜보라. 그게 드라마다. 그게 이야기다.


#드라마 #갈등 #결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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