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트로스

by 홍작자

아무 말 대잔치였던 우리는 알바를 알바트로스라고 막말을 해댔다.


알바!! 아르바이트. 독일어-일본어-한국어로 변질된 사이드잡!!! 지겹도록 했다.


재래시장에서 물건도 나르고,

술집에서 음식점에서 서빙도 하고,

핸드폰도 팔고,

콘서트를 비롯한 온갖 행사 진행 요원도 하고,

스키장에서도 하고,

사무직 알바도 하고,

노가다도 뛰고,

편의점도 하고,

이삿짐도 하고,


오늘도 알바를 하러 간다.

페이가 세서 가지만, 그냥 뭘 하나 싶다.

그래도 쳐노는 것보다는 일이 있는 것이 낫다.


얼마 전 주말에 바코드를 찍고 있는데,

살인의 추억의 주역 극 중 향숙이를 외치던 박노식 배우가 공사현장 인부의 모습으로 담배를 사러 왔다.


나는 아는 척을 하고 싶었지만, 참았다.

알아보는 게 그에게 또 실례가 되지 않을까 말이다.


생존에 왕도는 없다.

당장 굶어 죽진 않아도, 노느니 일거리가 있다면 하는 게 맞다.

하지만 여전히 똥자존심이 나를 우리를 가로막는다.


당당히 돈을 빌리는 것보다는,

당당히 떳떳하게 내가 무슨 일을 하건 벌어서

당당히 쓰는 것이 맞겠지.


남의 돈 버는 일이 쉽지 않고,

남에게 돈 빌리는 일, 갚는 일 절대 쉽지 않다.


돈 벌러 가는 지금, 오늘 지하철에서,

아직도 조금 남은 똥자존심은 지하철역에 두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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