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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작자의 수레바퀴 Oct 29. 2023

짜장면의 맛과 멋

공부는 일 년을 해도 모자란데 하루도 안 하고, 시험장에 들어가서 시험지를 아무리 풀어도 정답은 비껴갈 뿐이었다.


아침에 빈 속은 별로일 것 같아서, 어머니가 드시는 누룽지를끓여서 그나마 속을 달래고, 당이 떨어질까 봐 전날에 이마트에서 산 초코바와 커피로 점심을 대신했다.


공부는 안 했지만, 시험지는 열심히 쳐다본 까닭에 거기에 긴장도 풀린 까닭에, 허기가 진다. 오후 4시 반이 넘어서야 중학교 시험장을 나왔다. 집까지 5킬로미터 남짓이라 그냥 걸어가 보기로 한다.


날씨도 좋고, 기분도 별로고, 다 좋은데 배가 고프다.

이미 시험장에서 점심시간부터 근처 중국집을 찾아보긴 했다. 검색하면 별로라서 그냥 가다가 허름한 느낌의 장소가 있다면 가야겠다 싶었다. 2킬로 남짓 걸었나, 황금성 간판이 보인다. 오토바이가 세 대 정도 있는 거 보니 배달맛집 같다.


그냥 무작정 방문했는데, 역시나 배달위주라 먹는 곳이 여의치 않다. 그래도 짜장면 곱빼기를 주문하니 친절하게 응대해 준다. 물론 단무지도 배달용이다. 식초와 고춧가루도...


아마도 홀도 병행하다가 배달로 전향한 듯해 보인다.

사실 음식점 내부는 청결한 느낌은 아니었다.

그걸 바란 것도 아니었고...


하지만 짜장면은 허기진 탓인지, 기분 탓인지, 가을 탓인지,

면발은 쫄깃했고, 전형적인 짜장면 소스였지만 나쁘지 않았다.


짜장면이 어지간하면 다 괜찮은데, 칼국수 면발을 쓰면서 밀가루 맛이 느껴지는 곳이 더러 있다. 얼마 전 가평이 그랬다.


여기는 전형적인 짜장면의 모습이다. 하지만 양도 충분했고, 곱빼기가 7천 원이었다.


뻔하고 흔한 것이 짜장면이고,

뻔하고 흔한 곳이 중국집이다.

맛없기도 쉽지 않다.


하지만, 그 한 끝의 차이는 있다.

짜장면, 짬뽕 그리고 탕수육은 맛있는 게 기본인데,

또 업소마다 다르다.


시험은 못 봤지만, 망쳤지만, 망했지만,

짜장면, 중국집 선택은 나쁘지 않았다.


짜장면니스트로  살고 있는데, 짬뽕도 틈틈이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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