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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식작가 Jun 24. 2023

파도

반갑습니다 또 오셨습니다

연안의 망망대해에서 떠다니는 저에게 또 왔습니다

나를 저 모래사장으로 밀어줍니다 

발 끝 까슬하게 간질이는 모래들의 무덤으로 밀어줍니다

축축한 몸을 끌고 모래사장으로 가게끔 해줍니다


또 당기더군요

나를 또 당기고 당겨서 홀로 표류하게 하더군요 

알갱이만 느끼고 또 떠나게 하더군요

다시 먼 항해 비슷한 표류를 하겠군요 


이제 남은 시간은 다시 잊음으로 보내야겠네요 

파도가 날 때린 적 없었던 것처럼 

백사장에서 파도의 거품에 흠뻑 취했던 것처럼


있어도 없는 듯 그것보다 더 하게 

당신, 파도에 대한 기억을 짜맞추고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넘실거림에

이것보다 더 굳게 마음을 먹어야겠습니다


이 바다에서 파도가 치지 않는 것은 

있을 수 없어서 더 있을 수 없는 그런 없는 일이니까



2023.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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