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식작가 Mar 08. 2024

김치찌개를 믿으세요?

  너였을까? 그건 아니었을 거야. 

  네가 있을법한 장소였지만 동시에 절대 너일리 없는 곳이었으니까. 그렇지만 이번에는 닮아도 너무 닮았어. 


  나는 시시콜콜한 미신은 잘 믿지 않는 편이다. 사주는 가끔 보지만 그것에 삶을 걸어두지 않으려 애쓴다. 당연히 도플갱어니 분신이니 하는 것들도 썩 믿지 않는다. 나는 그저 김치찌개를 믿을 뿐이다. 


  이제는 무엇인지도 잘 모르겠다. 어쩌면 공포에 가까울지도 모르겠다. 떨어질 것만 같은 마음을 부여잡고 아닐 것이다, 아니어야만 한다 생각하며 구태여 부정하는 것을 보면 감정은 너무 멀어져 다른 옷을 입어버린 것만 같다. 널 닮은 사람을 보았다. 사실 많이도 보았다. 오늘의 이곳뿐만 아니라 어딘가의 어느 곳에서든 보아왔다. 사실 얼마나 닮았는지, 그것이 진짜 너인지, 혹은 세상에 존재할 수 있는 도플갱어였는지도 모른다. 나는 그저 김치찌개만 생각난다. 


  네가 응원하던, 내가 응원했었던 야구팀의 마지막 우승을 확정 짓는 날이었다. 이뤄지지 않을 확약들을 주고받았다. 이리저리 장소를 옮기다 김치찌개를 먹었다. 그 경기로 말미암아 한 해를 마무리했다. 야구팀과, 나와, 너와, 김치찌개는. 너는 작은 화면 속으로 정말이지 들어갈 것만 같았다. 언제가 될지 모르는 영광스러운 우승의 순간을 목도하고 너는 기분 좋게 김치찌개를 먹었다. 


  웃기는 것은 그 이후에도 우린 종종 밥을 먹었고 마무리 짓지 않았지만 자꾸만 김치찌개 앞 그때가 생각난다. 한가하다 못해 고요했던 식당. 자그맣게 들리던 중계진의 외마디. 네 웃음소리. 간헐적인 달그락 소리. 부그르르 끓어오르던 찌개. 그 밤의 명암마저도 뚜렷하다. 가장 일상다운 순간을 가장 특별하게 만들었던 것은 분명 그날의 김치찌개다. 혹, 다른 음식이었다면 흩어져갈 날이었겠지만 나에게는 어떤 상징처럼 남았다.  


  꼭 마지막이었던 것처럼. 내가 그렇게 생각했던 것처럼. 하지만 의외로 아니었던 것처럼. 그렇게 나는 한 해가 잘 풀릴 것이라는, 올해는 꼭이라는, 복 많은 1년 되리라는 미신은 잘 믿지 않는 편이다. 그에 줄줄이 뒤따라올 우연도 석연치 않은 법이다. 미신과 우연이 실체화되었다면 왜 야구팀은 이제껏 우승을 하지 못했나. 


  내가 믿는 것은 하나다. 끓어오르던 김치찌개. 맛도 향도 특별할 것 하나 없었지만 상징으로 남아버린 그 음식. 어쩌면 그 앞에 널 닮은 이가, 도플갱어가, 네가 나타난다면 믿을지 모르겠다. 우승과 함께, 복과 함께, 믿음과 함께. 


  김치찌개를 믿으세요?라고 묻는다면.

 

  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