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앙마이에서 가장 큰 선데이마켓이었다. 나는 다음 주 일요일 아침 비행기로 이곳을 떠나기에 사실상 처음이자 마지막 일요일이었다. 가장 유명한 야시장이길래 의무감에 볼트를 타고 날아왔다. 타페게이트는 여전히 끔찍하게 많은 비둘기가 있었다.
과장 조금 보태서 치앙마이의 여행객 절반 이 공간에 있는 것 같았다. 타페이게이트부터 왓프라싱까지 그 길고 긴 야시장을 정말 꽉 채웠다. 어깨끼리 부딪히면서 몇 번의 쏘리와 눈인사를 했는지 모르겠다. 대로변을 꽉 채운 사람들과 작은 골목, 사원들을 낭비 없이 효율적으로 채웠다. 지난 낮에 왔던 그곳이 맞는 건가 싶을 정도로 다른 세상이었다. 한적했던 그저 그런 사원들이 전부 노점 식당으로 바뀌었다. 구경하고, 걷고, 골목길 틈새로 샜다. 요리조리 사람을 피해 구경을 해서 한숨을 돌릴 적에 표지판이 나왔다. 이제 1/5 왔단다.
중간 쯤 가서 나는 딴짓을 조금 했다. 치앙마이에서 처음으로 간 재즈바였다. 작은 호텔의 탁 트인 로비에서 이뤄지는 공연이었다. 작은 맥주 한 병을 시켜놓고 적당한 곳에 앉았다. 라지 말고 스몰을 택한 것을 한 시간의 공연 동안 내내 후회했다. 아 큰 거 살걸.
콘서트나 공연을 그리 좋아하는 편이 아닌데 그래도 좋았다. 모르는 노래만 흘러나왔지만 괜찮았다. 우수수 쏟아져내리는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어깨를 부딪히지 않는 장소에 있다는 것. 그곳에서 맥주를 시키고 나무 아래서 노래를 듣는다는 것. 그 묘한 쾌함이 좋았다. 그저 그런 음향에 가끔은 소리가 찢겼다. 지척에 펼쳐진 시장통에서 싸구려 노래가 흘러나와 섞이기도 했다. 이리저리 사람들이 내 앞을 지나다니기도 했다. 한 손님은 밴드의 드러머와 가벼운 눈인사를 주고받았다. 그래도 좋았다. 내가 타국의 도시에 있음을 선명하게 알 수 있었다. 어쩌면 이 도시에서만큼은 재즈바를 애정하게 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곳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고 다시 사람들 틈바구니로 들어왔다. 시간이 꽤 늦어 북적임이 눈에 띄게 줄었다. 몇몇 노점들은 벌써 정리를 하고 있었다. 재즈바 이전에 사람이 너무 많아 포기했던 길거리 음식을 사 먹었다. 모양은 소시지요, 속은 순대 같은 것이 참 별로였다. 남은 동전을 털었건만 제대로 데워지지도 않아 속은 차가웠고 정체불명의 향신료가 자꾸 입에서 돌아다녔다. 숙소로 돌아가는 택시 안에서도 그 향신료가 입안 어딘가에 장착되어 있었다.
야시장에서의 가장 큰 수확은 재즈바, 그뿐이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시점에서 총 세 개의 재즈바를 갔는데 아직까진 그곳이 가장 좋았다. 지금도 재즈바에서 공연을 들으며 글을 쓰는 중인데 여긴 영 별로다. 맥주는 비싸고 음악은 그저 그렇다. 마침 한 팀의 공연이 끝났다. 다음 팀 첫 곡이 좋으면 맥주를 한 병 더 시킬 생각이다. 아니면 바로 일어나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