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또한 지나가리~
빗소리에 잠이 깼다. 폭우다!
일어나서 집안 구석, 구석을 살핀다. 창문이 열린 곳은 없는지, 비가 들이친곳이 없는지...
이런 폭우가 오는 밤이면, 나는 빗소리에 잠이 깨고 마음이 두근두근 불안해져 다시 잠들기가 어렵다.
이런 것이 트라우마인가?
고등학교 1학년때였다. 아빠가 장사보다 조금 큰 사업을 하셨는데 사기를 당하신 듯했다. 엄마와 아빠의 싸움이 유독 심했던 다음날 집안에 처음 본 빨간딱지가 붙어있었다.
TV 앞에 떡 붙어있던 압류 딱지! 엄마의 울음소리!
그리고 이사한 곳이 반지하 빌라. 그 옆에 개천이 있었다.
오늘처럼 비가 퍼붓는 날은 어김없이 집안에 물이 찼다. 일어나서 물을 퍼야 했다.
쓰레받기로 물을 퍼 세숫대야에 담고 계단에 올라가 버리는 것이다.
양수기는 아침이나 되어야 구해올 수 있는 상황.
지금 생각해 보면 비가 많이 오고 있고, 이미 물은 흘러 집안으로 들어오고 있는데 손으로 물을 퍼서 버리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나 싶지만 그때 그 시절 그 시간! 내가 집안의 맏이로서 할 수 있는 일은 최선을 다해 열심히 물을 퍼 내는 일이었다.
엄마가 무척이나 아껴 이사 올 때 어떻게든 챙겨 온 오동나무 자개장롱에 물이 찼다.
그때였던 것 같다. 돈이나 물건에 큰 의미를 못 두는 게......
돈이나 물건은 있다가도 없어질 수 있다는 것, 온전히 내 것이 될 수 없다는 것!
그래서 온전히 내 것인 것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 누가 가져갈 수 없는 나만의 것!
그게 나에게는 공부였고 내 능력을 키우는 것이었다. 결혼해서도, 직장을 다니면서도 계속 공부를 하고 자격증을 취득하고 쉬지 않고 일을 하였다.
내 능력을 키우는 것. 그리고 나의 사람들을 챙기는 것. 가장 우선으로 두는 것이 일과 가족이 되었다.
그래서 다시는 비 오는 밤 물을 퍼내야 하는 집에서 사는 일이 없도록......
이렇게 비가 오는 밤이면 옛날 일들이 다시 생각나면서 현재 내가 꾸린 가정, 일에 감사함을 갖게 된다.
갑자기 '기생충' 영화가 생각난다.
반지하의 '그 냄새........'
보고 나오는 길 참 많이 울었었다. 내 사연을 모르는 우리 애들이 무척 당황해했었다.
누구는 다시 10대, 20대, 30대로 돌아가고 싶다고 한다. 나는 절대 아니다. 지금 50대의 내가 너무 좋고, 지금 나의 삶에 감사한다.
힘든 일이 생길 때 남동생과 의논을 하곤 하는데, 갑자기 닥친일에 대해 이것저것 얘기하다가도 결국에는 "누나! 사실 이건 힘든 일도 아니야. 우린 그 어려운 시절 잘 버텨왔잖아. 그때 생각하면......"
"이 또한 지나가리~" 란 말을 나는 정말 믿는다. 그리고 또 돌이켜보면 빨리 지나간다. 그런데 그 안에, 그 길에 있을 때는 절대 지나갈 것 같지 않고, 앞도 미래도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결국 지나간다.
그리고 그런 길을 밟고 달려 온 힘과 근력 그리고 내성이 생긴 지금의 나에게, 다른 사람들은 밝고 긍정적인 사람으로 걱정 없는 사람이라고 말하곤 한다.
ps) 간밤에 내린 비로 피해를 보신 분들이 없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