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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웨이브리지 Oct 10. 2022

쌀쌀해지기 시작하면, 연예소설 같은 범죄 스릴러

[10년 후 더 빛나는 책] ‘목요일 살인 클럽’과 ‘두 번 죽은 남자’

날씨가 쌀쌀해지기 시작하며 소설에 빠져들었다. 최신 범죄 베스트셀러부터 고전 소설과 SF 소설을 읽는다. 그중, 범죄소설은 2020년 이후 베스트셀러가 된 리처드 오스만의 ‘목요일 살인 클럽’과 ‘두 번 죽은 남자’이다.


은퇴한 조용한 마을의 연쇄 살인 사건

영국에 살 적에 앞 집에는 거의 한 세기를 살아가시는 할아버지가 살고 계셨다. 그는 건강하였고 정원에는 꽃을 직접 가꾸셨다. 우리 아이 생일에는 할아버지 아들, 손자와 함께 생일 파티에 참석할 정도로 친한 이웃사촌이었다. ‘목요일 살인 클럽’과 ‘두 번 죽은 남자’는 영국 남동부 켄트 카운티의 은퇴한 이들이 모여 사는 조용한 쿠퍼스 체이스 실버타운에서의 연쇄 살인으로 시작한다. 실버타운에서 연이어 벌어지는 살인 사건을 70살이 훌쩍 넘은 네 명의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사진 한 장으로부터 시작하여 풀어가는 이야기이다.  

영국 남동부 해안의 세븐 시스터즈 절벽


마법처럼 사건을 접근하는 할머니

엘리자베스는 아가사 크리스티의 추리 소설에 나오는 마스 마플과도 같이, 그녀의 오랜 MI6 경력과 넓은 인맥을 통하여 사건을 접근하여 간다. 그녀는 기상캐스터와 같이 머릿속에 미리 그림을 그려보듯이 범죄를 푸는 여행을 계획한다. 여행을 하다 보면 마법과 같은 우연으로 멋진 장소에서 멋진 시간을 보낸 것으로 기억하지만 사실 우연이 아니다. 머릿속에서 그 도시를 먼저 걸어 가보고, 장소를 방문하는 무수한 시뮬레이션 끝에, 계획하지 않던 장소에 들어가고 거기서 우연히 아는 친구를 만나 즐겁거나 놀라운 일들이 펼쳐지는 것이다.

                                                                                                    

목요 살인 클럽 - 등장인물 관계도


하이 스트리트를 걷는다.

영국에 삶의 흔적을 가지고 있거나, 깊숙이 여행을 한 사람은, 소설 속에 나오는 장면들이 낯익다. 런던 남쪽의 브라이튼 주변의 풍경, 너른 들판, 하이 스트리트를 걸어가며 보이는 좌우의 가게들, M&S, Nandos, Costa 커피에 들어가고 그리고 Banksy, Ocado, Rightmove를 마주 한다. 개인 비행기(??)를 가지고 런던을 비밀리에 방문한다면, 히드로 공항 대신에 당신은 판브로(Farnborough) 공항을 찾을 것이다.


단독 비행

두 권의 소설을 처음 쓴 리처드 오스만은 20년을 방송에서 연출가, 사회자로 일한 사람이다. 리처드 오스만은 20년 넘게 하던 방송을 멈추기로 한다. 소설 속에서 늘 엘리자베스가 시키는 대로만 하던 조이스는 스스로에게 말한다. “아니야, 조이스. 너도 살면서 단독 비행을 좀 해 봐야 하지 않겠어?” 그가 범죄 소설을 쓰기 시작한 것이다.

 

경력 덕분인지 그의 소설은 마치 숏폼을 보는 것처럼 장면 전환이 빠르게 전개되어, ‘목요일 살인 클럽’은 115개의 챕터로 이루어진다. 각 챕터는 드라마의 한 장면으로 그대로 옮겨도 될 정도이다. 벌써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Ambient Entertainment(사)가 ‘목요일 살인 클럽’의 판권을 사서 크랭크인 한다고 하니, 머지않아 영화가 나올 듯하다. 메릴 스트립이 엘리자베스 역으로 떠오른다.


현재는 잊고, 과거의 영광을 다시 꺼내는 영국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걸까? 모든 것이 죽음을 향하고 있기 때문에 삶이 의미가 있다는 것인가? 아니면 반대로 삶은 온통 죽음이 아니고 사랑이기에 의미가 있다고 말하는 듯하다.

소설을 관통하는 현대인들이 두려워하는 현실, “치매와 함께 살기”에서는 안타깝기도 하다. 지난날 영광을 이야기하나, 가까운 현재를 기억 못 하는 현실 속에서 어떻게든 삶의 활력을 유지하려는 몸부림이기도 하다.  


두 권의 소설을 덮고, 유럽 범죄 드라마를 찾아본다. "발할라 살인(넷플릭스 드라마)" 연쇄 살인 사건과 평행하게 전개되는 형사의 힘겨운 일상과 겹쳐져, 심리를 잘 묘사하고 있는 아이슬란드의 범죄 드라마가 사진 한 장으로부터 시작하여 긴박감 넘치게 펼쳐진다.


날씨가 쌀살해진다. 친구와의 마법 같은 여행을 그려본다.

“근데 목요일 저녁에 여유 시간 돼?”


by 웨이브리지, 글모음 https://brunch.co.kr/@waybrid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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