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 행복을 씁시다. Do HAPPITS-4

진짜 선행(先幸)학습

by 행복실천가 오원식

선행이라는 단어를 우리는 어떤 뜻으로 주로 쓸까? 어린아이가 자라면서 배우는 선행은 ‘착하고 어진 행실’을 뜻하는 善行( 착할 선 행할 행)일 것이다. 그런데 과연 우리는 이 단어를 언제부터 잊고 살았을까? 아이들이 학교에 들어가고 성적으로 우열이 나뉘는 순간부터 우리는 다른 선행에 집착한다. 남보다 먼저 앞서가는 先行( 먼저 선 다닐 행)이 우리가 기억하는 선행이다.


"영·유아기 과도한 학습은 오히려 뇌 발달엔 안 좋을 수 있어요."

“조기 교육이 효과가 있느냐"라는 질문에 김붕년 서울대 소아청소년 정신과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뇌가 성장하는 원리와 과정에 비춰 볼 때 조기 교육은 득보다 실이 많다는 것이다. 특히 그는 “4~7세는 전두엽 특정 부위와 감정을 조절하는 대뇌 연결망이 만들어지는 시기인데, 이때 원치 않는 공부를 과하게 하면 우울감이나 불안감을 높일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그런데도 양육자들이 일찌감치 사교육에 나서는 건 “뇌 발달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진단이다. 김 교수가 “아이를 잘 키우고 싶다면 뇌 발달 과정과 그 원리를 이해해야 한다"라고 주장하는 이유다. [출처: 중앙일보]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25358


우리 아이들이 정서적으로 밝게 자랐다는 면에서 위 기사는 나를 안도하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 역시 우리 아이들이 선행학습을 막을 도리가 없었다. 그것도 어설프게 말이다. 나는 우리 아이들에게 행복하기 때문에 노력하고 싶은 삶을 만들어주고 싶었다. 어린아이 때부터 세상이 행복하고 즐거운 일이 많기에 앞으로 행복하게 살고 싶은 미래를 전해주고 싶었다. 어릴 때부터 소유보다 경험을, 공부보다 독서를, 그리고 본인이 해야 할 것보다는 하고 싶은 것을 더 누리게 하고 싶었다. 나 역시 이러한 에너지를 바탕으로 살기 때문이다. 그런데 큰 아이가 고 1이 되고 나서부터 부쩍 얼굴이 어두워졌다. 본인이 남들보다 선행학습이 부족하여 시험을 보는데 두려움이 생긴 것이 그 까닭이다. 느긋하게 중학교에 입학한 둘째는 걱정이 많은 누나 덕(?)에 중 1부터 선행학습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별 불만 없이 사회에 적응하니 감사할 일이지만 옆에서 지켜볼수록 아이들이 불행해질까 노심초사다. 아빠나 엄마나 특별한 재주가 없어 학교에서 시키는 대로 공부를 열심히 하는 미덕만 배운 탓에 아이들에게도 물려줄 것이 공부를 열심히 해서 똑똑한 머리를 가지게 되면 사는데 유리하다는 공허한 소리뿐이라 미안하다. 무언가 학창 시절을 돌아볼 때 행복한 기억이 남아있어야 하는데 아무리 살펴봐도 비교와 경쟁에 따른 불안감과 불행감만 보인다. 안 그래도 세로토닌 분비가 줄어드는 청소년기에 성적으로 비교, SNS로 비교, 남과의 비교를 통해 불행을 증폭시키는 현실이 되어야 했을까? 나 역시 그랬을 수 있지만 내 기억으로는 아무리 살펴봐도 남과 비교하면서 괴롭기보다 대부분 각자 원하는 미래를 상상하며 낙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미래가 있었다. 물론 IMF를 통해 생존의 위협을 느끼고 나니 먹고 사니 짐에 더욱 집착하게 된 현실이지만 그래도 남과의 비교보다는 내가 그린 나의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있었기에 미래에 대한 희망도 있었음이 분명하다.

그런데 우리 아이들이 불안과 초조, 불행감에 쌓이는 것이 너무나 안타까웠다. 충분히 잠을 자게 하고 싶은 아빠의 바람과 달리 딸아이는 잠을 줄이더라도 공부를 해야 하지 않겠냐는 불안감을 호소했고 결국 그간의 불안감을 장문의 편지를 통해 아빠한테 풀어놓았다. 청소년기 누구나 그렇듯 자신의 존재가 한없이 작아지고 자신의 장점 전부를 무시한 채 붙잡고 있는 단점 한 가지로 무너지려는 딸아이의 모습에 깊은 고심에 빠졌다. 그래도 진심으로 다행인 것은 ‘나 스스로도 내가 한없이 작아질 때, 항상 저를 지켜 주시고 믿어 주시는 아빠.’라 생각해 주는 딸아이의 마음이었다. 우리 아이가 넘어지더라도 다시 일어날 것이라 믿기에 이러한 답장을 보냈다.

“사랑아. 살다 보면 무너져 내릴 때도 있어. 무너지면 다시 일어나면 되는 거야. 살면서 제일 큰 힘은 다시 일어나는 힘이지 넘어지지 않는 힘이 아니란다. 넘어질 때마다 아빠가 안아주고 믿어줄 테니 맘껏 넘어지고 얼른 다시 일어나. 아빠는 많이 넘어져 봤더니 넘어지는 게 두렵지 않아졌기 때문에 자유롭고 행복한 사람이 되었단다. 사랑이가 넘어지고 무너진 날이 오면 삶의 교훈이 되는 좋은 경험이 될 거야. 아빠는 그때 꼭 잘했다고 칭찬해 주고 파티해 줄 테니 전혀 걱정하지 마. 아빠는 사랑이의 모든 모습이 너무나 사랑스럽고 귀하니까 뭐를 해도 된다. 알았지? ^^ 넌 이미 몇 번을 망해도 잘 살 정도로 준비되어 있으니까 졸지 마 내 딸! 이건 많이 망해본 아빠 믿어도 된다^^ 그리고 그거 알아? 진짜 인생 승부는 20대에 얼마나 많은 책을 읽는가에 달려있어. 그러니까 책 읽으면서 행복해지는 자신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좋아하기만 해도 충분해. 거기에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다는 사실까지. 아빠가 항상 곁에서 사랑이가 하고 싶은 일들을 쫓을 수 있게 지켜줄 게^^ 오늘은 사랑이의 멋진 날 중 하루가 될 거야^^ 아빠는 오늘이 최고의 날이네^^”

모든 부모가 그러하듯 어떻게 우리 아이들을 행복으로 키울 수 있을지 나 역시 고민에 빠진다. 내 결론은 '잘 할 때까지 좋아할 일을 찾아주는 것'이고 실패를 통해 일어서는 것은 자신의 몫이니 끝까지 믿어주고 지켜주는 아빠가 되어 욕심보다 관심을 평가보다는 응원을 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 믿는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아이들이 행복한 사람으로 성인이 되는 길을 열어줘야 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내가 생각하는 선행학습은 다른 데 있다. 내 아이들이 좋은 물건에 대한 욕심이 없을 때 좋은 경험에 대한 기억을 쌓게 하고자 여행을 다니거나 학원을 먼저 다닐 시간보다 도서관에서 책 볼 시간을 더 챙겼으며, 잘하는 일보다 좋아하는 일에 대한 시도를 치안했다. 그런 경험이 행복한 추억을 남겼기에 앞으로도 독서와 여행과 좋아하는 일들을 찾는 사람이 되어 미래가 기대되는 삶을 살 것이라 믿는다. 먼저 경험할 것은 남들 보다 빠른 공부가 아니라 ‘행복을 먼저 경험하고 기억하는 것' 즉 先幸(先 먼저 선 다행 행)이다.

강의를 하면서 행복의 사전적 의미를 설명해줄 때 사람들은 다들 많은 생각이 스쳐가는 표정을 한다.


행복 幸福

다행 행 복 복

1. 복(福) 된 좋은 운수(運數).

2. 생활(生活)에서 충분(充分) 한 만족(滿足)과 기쁨을 느끼어 흐뭇함. 또는 그러한 상태(狀態).


과연 우리가 바라는 것은 복된 좋은 운수일까? 생활에서 충분함 만족과 기쁨을 누리어 흐뭇한 상태일까? 왜 네잎클로버의 꽃말이 행운이고 세잎클로버의 꽃말이 행복일까? 행운은 행복한 사람에게 나타날 때 진정 그 역할을 다할 수 있지 않을까?

이 길이 엉뚱한 길이 될까, 우리 아이들이 남들처럼 선행(先行) 학습에 뒤처지지 않아 남들만큼 선행을 마친 학생이 되기를 포기하는 무책임함을 갖고 있는지, 내 아이의 미래에 피해가 될까 하는 생각에 아빠는 때때로 두렵다. 하지만 확신한다. 우리 아이들이 행복한 어른이 된다면 어떠한 직업을 갖더라도 행복한 미래를 그릴 수 있을 것이고 행복을 충분히 경험해야 불행이 찾아오더라도 충분히 수용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는 사실을. 나는 우리 아이들이 행복을 통해 성장하고 노력할 힘을 얻기를 진심으로 원하고 그러한 아빠가 되기 위해서 더욱 행복을 추구할 것이다. 좋은 직업보다는 좋은 사람이 되고 좋은 물건을 갖는 능력보다는 좋은 시선을 갖는 능력을, 무엇보다 과거를 후회하기보다 미래를 낙관하는 그런 삶을 살게 하고 싶다. 그리고 그 원천은 분명 ‘행복의 경험’임을 확신한다.

우리 아이들이 행복하게 자라 선행(善行) 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진정한 선행(先幸) 학습이 선행(先行) 되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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