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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조 Feb 09. 2024

악플에 답해드립니다

왜 서울대 나온 회계사랑 결혼 안했냐구요?


안녕하세요

설연휴에 앞선 일주일은 평안하셨나요?


저는 일도 많고 심한 감기가 걸리는 통에 매우 힘든 시즌입니다.

다만 밝고 명랑하게 지내려고 노력하다보니 기분은 괜찮습니다.


제가 앞서 남긴 글이 계속 화제가 되면서 댓글이 달리는데

그 댓글 속에 무시와 가부장적인 조언들이 있어서 기분이 썩 좋진 않았습니다.

(속상한 일을 곱씹는 타입은 아닙니다만 순간적으로는 그래요.)


설을 맞아서 푹 쉬려고 했기 때문에

글을 건너 뛸까 고민하다가

악플에 가까운 댓글 몇 개를 가져와서 제 얘기를 하면 어떨까 생각했습니다.


사실 그 댓글을 본 제 친구와 가족의 가장 큰 반응은 폭소였습니다.

대부분 '너를 몰라서 그런 댓글을 다는구나'는 반응이었죠.


저 같은 캐릭터가 현실에 흔치 않다는 것을 알긴 알았지만

오랜만에 저를 납작하게, 평균 아래로 내려치는 모습이 재미있긴 했습니다.

유독 손녀딸을 싫어셨던 친할머니를 다시 만난 느낌이랄까요.


우선

댓글 다시는 분 중에는 이런 분들이 계셨습니다.





'남성중심에고형' 




이 분들의 공통점은 저에게 남성에게 왜 맞추지 않냐는 질책을 하고 있다는 점인데요.

물론 제가 글에서는 20대 중반의 이야기를 끌어와서 썼기 때문에

그 당시에는 느낌상 능력도, 경력도 변변찮았던 것을 쓴 것인데

마치 그 상황에선 남성에게 맞춰 그냥 결혼을 했어야 편했을 것이라는 식으로 이야기하셨어요.


저희 어머니나 친구들의 격정적 반응은 이 지점에서 나왔습니다.

'네가 뭐가 모자라서 그런 남자들과 결혼을 해?'라는 말이 기억에 남네요.

(저를 사랑해주시는 주변분들, 늘 감사합니다.)


사실 사연 당시 제 스펙과 능력이 객관적으로 그리 낮은 수준이 아니었습니다.

낮은 자존심과 불안한 현실 때문에 사회초년생의 입장에서 그렇게 느꼈을 뿐이었죠.

지금은 능력을 잘 키워 제 앞가림 잘 하고 있다는 평을 받습니다.

제 친구 하나는 '네가 성별만 남자였다면 너와 결혼했다!'라고 말하기도 했으니까요.


그리고 여성의 능력이 보잘것 없다고 해서

남자에게 의탁해 나아지려는 신데렐라형 인물이 이 시대에 얼마나 되겠습니까.

그런 걸 대다수의 여성들이 원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지극히 드라마적 상상력 같습니다.


3대 회계법인을 다녔던 전 남친은 사내 군대 문화와 술 문제로 훗날 퇴사했다고 건너 들었습니다.

반면 저는 제가 하고 싶은 일을 잘 찾아서 어렵게 시험을 합격하고

직업에 자부심을 가지고 일하는 9년차 직장인이 되었네요.

그래서 저는 그 때의 선택을 결코 후회하지 않습니다.

저는 '피디'라는 제 일이 너무 좋고 재밌는걸요?


그리고 애당초 저는 어린 시절부터 돈이나 체면에 관심이 없었고

안정적인 삶보다는 경험적인 삶, 다채로운 삶을 살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사랑한다면 지고 이기고가 중요하던가요?

저는 늘 '넌 참 좋은 사람'이란 소리를 듣던 여자친구였는걸요.

저는 배우자에게 무조건적으로 맞추기보다는

각자의 세상을 존중하며 사는, 독립적이면서도 자유로운 삶을 지향합니다.

몇 번이고 결혼할 기회가 있었지만 돌아나온 것은 그 점을 이룰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걸 지금껏 후회한 적은 없습니다.






두 번째 유형은 여자가 어디서 유형인데요.



댓글에 달아드리긴 했지만

인간은 원래 '사랑'을 추구하고 궁금해합니다.

혹시 대중문화의 8할이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있다는 사실, 아직 모르셨나요?

그 대열에 제가 한 줄 얹는다고 해서 뭐가 그리 달라지겠습니까.

(혹시 21세기에 여성이 연애를 많이 하면 그 가치가 떨어진다고 생각하시는 건 아니시겠죠?)


저는 그저 글 쓰는 것이 재밌고 제 이야기를 할 뿐입니다.

특정 상대방에 대한 글은 제 나름의 필터와 보정을 통해서 신원을 보장하고

명백한 사실을 쓴 것이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리고 제 글로 삶의 1분이라도 즐거우셨다면 다행입니다.






번째 제 3의 길 문의형이신데요.


물론 언급한 지난한 연애 외에도

제 커리어와 자기 효능감을 인정하는 분을 만났으나

치명적인 문제들로 인해 결혼 결심을 접었던 경험이 있습니다.


재력있는 시부모와 신랑감을 얻으면 분명 이점은 있겠으나

그만큼 별도의 에너지와 노력이 수반되는 경우를 친구들에게서 봤습니다.

누군가의 덕을 보면 그만큼 돌려줘야 한다고 배우기도 했습니다.

저는 당장 지금 외국으로 훌쩍 떠날 적당한 잔고와 여유만 있다면 바랄 것이 없어요.











저의 인생 역정이 그리 평범한 편이 아니어서요.

재밌는 얘기들이 아직도 많고

쓰고 싶은 글들도 많습니다.

차근차근 써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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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들러주시는 분들에게도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댓글은 늘 환영입니다.



표지는 제가 사랑하는 마크 로스코의 작품입니다.

설 연휴, 당신의 마음 색깔을 잘 다스리시길 기도합니다.





제가 어떤 연애를 했는지 궁금하시다면 아래의 글을 한 번 권해드려요

https://brunch.co.kr/@waytoyou/44

https://brunch.co.kr/@waytoyou/40

https://brunch.co.kr/@waytoyou/39

https://brunch.co.kr/@waytoyou/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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