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청화'입니다. 오랜만에 인사드려요.
시간이 정말 쏜살같이 지나는 듯 합니다. 그동안 안팎으로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그 변화는 하나의 화두 주위에서 생겨났습니다. 바로 '책임감'입니다.
작년부터 제가 가장 크게 느끼는 감정, 그것은 바로 '책임감'이었어요. 그 감정이 버거운 순간이 많았습니다. 갑자기 들이닥쳐 저를 옴짝달싹 하지 못하게 만드는 경우도 있었고, 또 거꾸로 지치고 힘들어서 아무 것도 못할 때 한걸음 내딛게 만드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어느 경우나 '책임감'이라는 것이 무겁게 느껴졌습니다. 그때마다 제 스스로를 돌보기 위해 노력했지만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어떤 해소되지 않은 감정들을 다루고 싶은 마음으로 반 년 정도 연기 학원을 다니기도 했습니다. 감사하게도 좋은 멘토님을 만나서 크게 도움을 받았어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어른'이 되고 싶었어요. 나 자신을 포함해서 나의 가정과,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고, 더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바람이라 할까요. 아마 이 바람이 '책임감'을 마주하게 만든 것 같습니다.
예전에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있어요. 책임이라는 영단어에 대한 해석인데요.
Responsibility(책임) = Response(반응) + Ability(능력)
'책임'이라는 단어는, 사실 '반응하는 능력'이라는 것이죠. 누군가는 가족을, 누군가는 청소년을, 누군가는 민족을, 또 누군가는 지구 반대편에 있는 사람들에 대해 자신도 모르게 반응할지도 모르죠. 그들의 상처와 아픔을 거리와 상관없이 느끼는 것, 반응하는 것, 그것이 바로 각 개인의 능력이자 책임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우리는 그 반응을 애써 감추지 않고 그대로 반응하며 살아갈 때, 의미를 찾을 수 있지는 않을까 조심스레 생각해봅니다.
나는 나 혼자도 너무 많은 것같이 생각하며
< 백석 -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 방' 中 >
이전의 저는 나 혼자만 생각하기에도 벅차 숨을 헐떡이는 그런 인간이었습니다. 그런 제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그와 마음을 모아 결혼을 하고,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필요를 살피고 돕기까지 돌이켜보면 삶이란 알 수 없다는 말을 조금은 체감하는 요즘입니다. 요즘은 삶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드는 기분입니다. 무언가 계속 변하고 있어요. 정확히 무엇인지는 아직 모르겠습니다만, 역시 다시 겁나고, 불안하기도 합니다. 동시에 선택의 무게를 느끼기도 하고요.
그 이전에 저를 알게 모르게 변화시킨 일 중 하나가 '소설 집필'이었습니다. 어쩌면 제 스스로를 변화시키고자 선택한 일이 '소설 집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번에 연재한 소설 [평행선의 교점]은, 결혼 전에 너무도 어리고 상처뿐인 제 자아의 일부를 죽이기 위해 집필한 소설입니다. 그 어리디 어린 나를 그대로 두었다가는 가까이서 함께할 그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 같았어요. 어쩌면 저는 두려웠던 것이겠죠. 나의 치기와 상처를 제대로 다루지 않고서는 서로에게 위험하다고 생각한 것 같기도 합니다. 미래의 나와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고 싶은 그런 마음으로 쓴 소설이 [평행선의 교점]인 것이지요.
정신 없이 살다가, 문득 소설을 꺼내 보았습니다. 과거의 저를 마주한 듯했습니다. 자연스레 지금의 저에게 다시 자문했습니다. 이 소설을 통해 나의 치기는 좀 잠잠해졌는지, 상처는 좀 아물었는지, 내가 바라던 그 어른이 되었는지.
괜히 저 혼자 심각해진 것 같기도 한데요. 지금 시점에서 다시 이전의 나를 정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세히 보니 대략 5년 전에 쓴 소설이네요. 소설 [평행선의 교점] 연재를 통해 지난 시간을 제 나름대로 갈무리하고자 합니다.
그동안 고생했다. 어린 나여,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