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항아리가
복항아리가 된 게 언제야

(사물에 의미 붙이기, 우리 이야기)

by c 씨


항아리하면 흙으로 만들어 불에 구운 거지.

실용적으로 무언가 담려고 만들거나

관조하려고 만들지.


오래전 토기를 만들 때부터

형태가 변해 왔고

지금은 김치냉장고가

실용적인 땅 속 항아리를 대신하기도 해.


항아리라고 다 똑같은 게

아닌 건 알고 있을 거야.

흙부터 다양하게 있고

뜨거운 열로 구우면 다른 색을 내.

쓰는 용도에 따라 다른 흙으로

형태 등 다르게 만들어.


다양한 항아리 중

주로 조선시대 후기에 만들어진

달항아리가 있는데

좋은 의미가 붙어져 있어.


달은 예전부터 특별하게 생각해 왔지.

특히 농경생활을 하는 이곳에서

정월대보름이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었겠어.


인간적인 의미들이 꽤 많지만

좀 간단히 한 가지를 말한다면

풍요로운 한 해를 바라는 의미가 있지.


둥근 달은 우리에게 좋다는 관점이 있어 왔고

달항아리는 둥근 달을 닮게 만든 거야.


사람들 대부분 둥근 달에 대한 믿음에 따라 좋아했고

둥근 달을 닮은 달항아리도

자연스럽게 좋아하고 갖고 싶어 하지.


그런 달항아리를 그리는 사람들도 많아.

둥근 달의 좋은 의미가 달항아리에 담겨 있다 생각하고

이어 달항아리 그림도 똑같은 의미가 있을 거라 생각하지.


좋은 의미를 가진 진짜 둥근 달이 있는데

달항아리라는 둥근 달을 모방한 가짜이기도 해.

그런 가짜인 달항아리를 닮게 그린

또 다른 가짜로 달항아리 그림이 있어.

하지만 달부터 달항아리 그림까지

동일한 의미를 생각하며 무난하게 사람들이 좋아해.


진짜든 가짜든

사람들은 믿는 그대로 좋은 의미가 있다며

좋아하는 거야.


해바라기 등 다른 자연사물에도

우리가 스스로 좋은 의미를 붙여

해바라기 그림도

좋아하는 거처럼 말이야.


둥근 달이 지금까지 우리에게 주는 의미

달항아리가 지금까지 우리에게 주는 의미

달항아리 그림이 지금까지 우리에게 주는 의미

똑같을지도 모르고 다를지도 모르지.


사실 우리에게 무언가 의미를 주는 게 아니라

우리가 만들어 낸 의미지.

그런 의미가 믿음과 함께 역사를 갖게 되었어.


달항아리를 그리는 사람을

자신의 고유한 작업을 하는 사람이라 생각하며

작가라 말하지만

그들은 작가가 아닐지도 몰라.


그냥 달항아리 그림을 그리는데

무슨 다른 의미가 있겠고

어떤 독창성이 있겠어.

역사적으로 믿는, 당연하다 싶은 의미를 가지고

달항아리를 닮게 그릴 뿐이지.


그냥 둥근 달에서 시작한 좋은 의미가

달항아리로

달항아리에서 달항아리 그림으로

우리가 주로 생각하고 있는 그대로

자기 손으로 똑같이 그리는 사람인 거야.


"누구나 좋은 의미가 있다며

그릴 수 있는 게 달항아리 그림이지."


예술사적으로 별 힘도 없고

대부분 사람들이 둥근 달의 좋은 힘을

생각하고 달항아리나 달항아리 그림을 사기 때문에

그냥 아무 생각없이 팔기 위해 만들고 그린 것이야.

사람들이 대중적으로 좋아하는 거잖아.


만들고 그리는 사람이나

찾고 사는 사람이나

달항아리와 달항아리 그림을 똑같이 생각해.


달항아리 그림을 다르게 표현한다고 하여

재료든 뭐든 달리한다고 해도

둥근 달에 우리가 부여한 좋은 의미에서

벗어나지 않을 거야.

무슨 다른 의미가 있겠어.

별생각 없이 달항아리를

반복하며 표현할 뿐이야.


달항아리 그리는 많은 사람들에게

물어봐.

왜 달항아리 그리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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