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의 시간 / 절기 003
크리스마스는 2천 년 전에 예수 그리스도가 태어나신 것을 기념하는 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분의 탄생을 기념하는 크리스마스에 그 의미를 제대로 돌아보지 않고, 자신들의 즐거움을 극대화시키기 위한 시간으로 활용한다. 그래서 거리마다 흘러나오는 크리스마스 캐럴에는 주인공이신 예수님이 대부분 빠져 있다. 대신 그 음악이 주는 흥겨움에 빠진 채, 자신들이 주인공이 되어 밤새 흥청망청 보내면서 크리스마스가 주는 의미의 반대 방향으로 가고 만다.
크리스마스의 참된 의미는 태어나신 예수님을 찾아갔던 동방 박사들의 모습에서 볼 수 있다. 예수님은 베들레헴에 있는 한 여관의 축사에서 태어나셨다. 제정 로마의 초대 황제인 카이사르 아우구스투스가 내린 호적 명령을 지키기 위하여 몰려든 사람들로 인하여, 예수님의 부모는 여관을 잡지 못하고 여관에 있는 축사에서 머물렀다. 그때 해산달이 찬 마리아가 아기를 낳고 구유에 뉘었는데, 그 아이가 바로 예수님이시다.
동방 박사들은 그 안으로 들어가서 먼저 아기 예수님께 엎드려 경배를 드렸다(마 2:11a). 그들이 엎드려 드린 경배 속에는, 바로 그분을 주님으로 또 하나님으로 받아들이는 인식이 들어 있었다. 또한 그 안에는 그 인식에 기초해서 그분 앞에 겸손하게 나아가 찬양하는 마음(믿음)이 들어 있었다.
동방 박사들이 첫 번째로 드린 것이 경배하는 마음이었다면, 두 번째로 드린 것은 그들의 그런 마음을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예물이었다. 그들은 보배 상자를 열어 황금과 유향과 몰약을 예물로 드렸다(11b절). 그 예물 가운데 '황금'은 메시아로 오신 예수님의 왕권을 상징한다. '유향'은 성막에서 하나님을 위해 태워지는 거룩한 향이다. 구약 성경은 거룩한 향을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하는 것을 금하였다(출 30:34-38). 따라서 유향은 예수님의 신성, 즉 그분의 하나님 되심을 상징한다. 또 '몰약'은 흔히 시체를 썩지 않게 하는 방부제나 마취제로 사용되었는데, 이는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을 상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므로 그들이 예수님께 이런 예물들을 드렸다는 것은, 그분을 '왕 중의 왕'으로, '유일하신 하나님'으로, 그리고 인류의 죄를 대속하실 '구원자'로 인식하고, 그에 합당하게 대우해 드렸다는 것을 의미한다.
크리스마스는 예수님의 탄생을 기념하면서 동방 박사들처럼 경배드리는 날이다. 경배에는 그에 합당한 마음과 예물이 드려진다. 우리에게는 어떤 마음과 어떤 예물이 있을까? 하나님이 원하시는 제사는 특별히 우리 안에 있는 '상한 심령'이다. 그분은 우리의 상하고 통회하는 심령을 가장 소중한 마음과 예물로 여기시기 때문에, 바로 그것을 받기 원하신다(시 51:17). '상한 심령'은 하나님의 구원을 간절히 소원하면서 그분께 간절히 의지하는 마음이다. 바로 그 마음을 드리면서 이 땅에 태어나신 예수님을 경배하는 참된 크리스마스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