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주간曺選

by Telos

인구총조사(2023년 기준)에 따르면 대한민국 전체 인구 51,774,521명 중 절반이 넘는 26,225,829명이 수도권에 거주한다. 국토의 약 11%에 불과한 면적에 인구 과반이 집중된 현실은 지방 소멸과 고령화 문제를 심화시킨다. 또한 수도권 집중으로 인한 수도권 집값 폭등으로, 서울과 지방 간 양극화를 심화시켜 사람들을 더욱 수도권으로 끌어들인다.



혹자는 “수도권 과밀화가 정말 그렇게 심각한 문제인가?”라고 반문할 수 있다. 그러나 오늘날 한국이 맞닥뜨리는 거의 모든 현안은 수도권 집중과 연관돼 있다. 범국가 차원에서의 청년 실업률 급증과 지방 소멸·고령화 문제가 그 대표 사례이며, 수도권 차원에서의 지옥철이라 불리는 극심한 교통난, 주거 불안, 도심 싱크홀, 빈부 격차 등의 모든 문제가 수도권 인구 집중과 맞닿아있다.



수도권 과밀화의 원인은 크게 세 가지라고 생각한다.



첫째, 학벌주의가 여전히 강력하게 작동한다는 점이다. 인서울 대학과 지방 대학, 지방 거점 국립대와 지방 사립 대학 사이의 서열은 여전히 명확하다. 대학입시 전형 역시 사교육 의존도가 높다. 입시 컨설팅 업체와 1타 강사진들의 대부분이 서울에 몰려 있어, ‘강남 8학군’의 학원가는 높은 경쟁률과 수준 높은 커리큘럼으로 유명하다. 이 결과, 어린 시절부터 상위권 대학을 목표로 하는 수업이 활성화되어 ‘7세 고시’라는 신조어가 생겨날 정도이다. 학부모와 학생은 더 나은 교육 기회를 찾아 자연스럽게 서울로 몰릴 수밖에 없다.



둘째, 일자리의 수도권 편중이다. 수도권은 국내 총생산의 절반 이상을 책임지며, 일자리의 약 60%가 이곳에서 창출된다. 지난 10년간 수도권 신도시에서 늘어난 취업자 수는 전체 증가분의 거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수도권과 지방 간 일자리 양극화가 심화되었다. 결국 학생은 물론 대학생까지 서울에서의 생존을 위해 경쟁을 거듭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셋째, 교통·문화·의료 등 다양한 인프라 격차가 크다는 점이다. 수도권 전철은 24개 노선이지만, 수위도시인 부산은 6개에 불과하다. 지방에서의 문화 시설 접근성도 현저히 낮으며, 전국 의료기관 중 절반정도가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다. 이에 지방 거주자는 고급 의료 서비스를 받기 위해선 수도권으로 올라와야 하는 실정이다.



이를 종합하면 수도권 과밀화의 근본 원인은 지방 거주의 유인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매력적인 환경을 제공하는 수도권과 달리, 지방은 머물 이유를 충분히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한 번 서울에 정착하면 잠금효과(lock-in effect)가 작용해 지방 이전에 대한 안티-유인이 강해진다.



정부가 아무런 조치를 안 한 것은 아니다. 세종시에 행정중심복합도시를 조성하고 다수의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이전하였고, 지방자치를 강화하기 위한 시도도 지속되고 있다. 이로 인해 세종 정부부처 간 행정협업 효율이 일부 높아졌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나온다.



그러나 과연 이러한 방법이 근본적인 처방인가? 직업 안정성을 볼모로 공무원과 공공기관 종사자들을 의무적으로 지방 이전시키고, 제대로 기능하지도 않는 지방자치에 대해 선전하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과 거리가 먼 듯 보인다. 나아가 중앙부처만 세종으로 이전하고 대통령실(이전 될까)·국회(이전 예정)·금융위원회·한국은행·금융감독원·감사원 등 핵심 기관은 여전히 서울에 있다. 중앙부처와 수장 그리고 견제 기관은 여전히 공간적으로 분리되어 있다. 국민들이 이런 방식의 삼권분립을 바란 것은 아닐 테다.



무엇보다 이 같은 근시안적 방법은 정부부처의 갈라파고스화(고립화)라는 다른 문제를 유발한다. 행정부는 국민들에게 가장 밀접한 정부기관이다. 그러나 현장과 정책 실무자 간 간극을 키우는 것은 탁상행정을 조장할뿐더러, 맞춤형 선제적 적극행정을 바라는 것은 이상(ideal)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공공기관의 물리적 이전에 그치지 않고, 지방 이전과 정착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실질적 "유인"을 설계해야 한다. 미시적으로는 지방 기업에 취업 시 청년들을 대상으로 한 주택 보조금과 세제 혜택을 제공하고, 거시적으로는 산업·문화 특구로 지방을 특화 도시로 육성하며, 고령층 전용 의료·여가 인프라를 갖춘 시니어 시티를 조성하는 식이다.



“의·식·주”로 불리던 인간 생활의 기본요소는 오늘날 한국 청년들에게 “문화생활·직장·집”으로 바뀌었다. 이 세 가지를 동시에 충족시키지 못하는 한, 수도권 과밀화와 지방 소멸 문제는 결코 해결하기 힘든 트릴레마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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