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길 꺼내기
세계 여행 어렵지 않습니다. ^^ '구글 어스'를 이용하면 전 세계 어디든 가볼 수 있습니다. '세계테마기행'이라는 티브이 프로그램을 좋아하는데 지명만 알면 '구글 어스'로 어떤 장소도 어렵지 않게 찾아낼 수 있습니다. 이집트 나일강의 발원지를 찾아 빅토리아 호수도 다녀왔고, 남극 세종기지며 북극곰 동네까지 가 보았습니다. 작년엔 대통령이 다녀온 영국 총리관저인 '다우닝가 10번지'도 다녀왔으니까 우린 참 대단한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중국은 아직까지 폐쇄적이라 구글어스로 구석구석 지원되진 않습니다. 그래도 중국 자체어플 '바이두지도(百度地图)'를 이용하면 중국 역시 골목길까지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제가 중국여행 갈 때 이것으로 현지답사를 하곤 합니다.
내가 다니던 초등(국민) 학교 근처에 공사현장이 생긴 적이 있습니다. 가까운 거리는 아니지만 차량이 이동하는 동선에 걸쳐있기에 오고가다 지나치는 행운(?)을 맛보았습니다. 강북의 옛길이라서 그런지 도로형태나 이미지는 어릴 때와 별 차이가 없기에 고향의 향수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습니다. 전세살이로 지냈던 옛날의 그 집이 아직도 버젓이 남아있기까지 합니다. 어려서부터 도심에서 자랐기 때문에 논밭보다는 신작로가 익숙하고, 개울보다는 개천과 복개천이 더 익숙합니다. '동구밖 과수원길 따라 아카시아꽃이 활짝 핀' 곳을 거닐기보다는 광화문에서 종로로 걸어가는 세운상가가 오히려 짜릿한 감흥을 느끼게 합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화신백화점 자리에 종로타워가 들어서고, 파고다공원이 탑골공원으로 개명되는 도시의 변화를 아쉬워하기도 했습니다. 그런 탓에 자고 일어나면 도시가 생기는 반듯한 강남보다는 한강다리 건너 구불구불 낡아 색 바랜 강북으로 들어서면 '고향의 정취'를 느낄 수 있어 좋습니다.
골목길에서 땅 몇 번만 파면 땅강아지가 후다닥 도망을 칩니다. 땅에 떨어져 흙 묻은 아이스크림에 하늘이 노랗게 변합니다. 간첩 잡는다고 벽에 그려진 그림을 좇아가면서 형사놀이 하던 때도 있습니다. 비만 오면 깊게 파인 물 웅덩이로 하늘을 보며 다른 세상으로 통하는 길이라 상상을 합니다. 막다른 골목길은 술래잡기할 때마다 비밀장소가 되지만 걸리면 끝장입니다. '동무야 놀자'를 외치다 담장 위로 들려오는 '안 놀아!' 한마디에 억장이 무너집니다. 해 넘어간 골목길에 가로등 깜박이면 숨어있는 검은 물체에 간담이 서늘합니다. 최대한 빨리 어둠의 골짜기를 통과해야 살 수 있습니다. 신작로 자동차 불빛이 나를 살렸습니다.
얼마동안은 전자책을 갖고 다니면서 책을 읽었습니다. 북리더기 하나면 도서관 하나쯤 갖고 다니는 뿌듯함이 있습니다. 요즘은 전자책 갖고 다니는 것도 뜸해졌습니다. 이유인즉슨 '안 남아요'. ㅠㅠ 분명히 책은 읽었는데 뒤에 여운이 오래가지 않습니다. 심지어 시간이 지난 뒤에 그 책을 내가 읽었는지, 어디서 들은 건지, 정보를 익힌 건지 도무지 알 수가 없습니다. 전자책의 장점은 분명히 있지만 아날로그적 감성에 벗어나지 못한 우리네가 겪는 진통일지 모르겠습니다. '우리네'에 속하지 않는다고 빼달라면 빼드릴게요. ㅎㅎ
모던한 것이 참 깔끔하고 예쁩니다. 군더더기 없고, 심플한 것이 매력입니다. 문틀도 히든도아가 유행입니다. 문틀이나 문선이 안 보이게 처리하는 방법입니다. 히든도아가 여의치 않으면 슬림문선으로 문틀을 최대한 얇게 보이는 방식도 사용합니다. 천정 몰딩이나 걸레받이도 마이너스 몰딩을 사용해서 재료의 돌출을 최대한 줄이면서 깔끔하게 마감이 되도록 합니다. 조명은 매입등으로 하고 가구의 손잡이도 히든손잡이 방식입니다. 수년 전에 밀라노 가구박람회 때부터 문갑이나 콘솔이 다리가 없어졌습니다. 벽에 붙여버리는 거죠. 거실과 발코니는 턱이 없어지고, 화장실도 욕조가 없어지고 유럽처럼 건식화장실로 바뀌는 추세입니다.
손댈 필요 없는 모던함보다는 때 묻은 책이 좋고, 울퉁불퉁한 옛 골목길이 그립습니다. 아내의 성화에 못 이겨 거실 소파자리에 툇마루를 만들었습니다. 1200mm x 2400mm x 450mmH 크기로 집성판을 구매해서 직접 조립을 했습니다. 하부는 수납장으로 만들어서 철 지난 옷을 보관하도록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니스까지 칠해 놓으니 여간 훌륭한 것이 아닙니다. 뒹글뒹글 와식(臥式)(?)문화에 적격입니다. 걸터앉아 있기도 제격입니다. 나중에 꿈에 그리는 내 집을 짓게 된다면 모던함과 클래식이 조화를 이룬 감성 있는 평면을 만들고 싶습니다. 골목길에서 느껴지는 아련한 추억의 자취도 집어넣고, 구불구불 색 바랜 고급스러움을 장식하고 싶습니다. 마당에 ‘사방치기’그림 하나 그려 놓을까 봐요.
대문사진 : 글쓴이 제작 툇마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