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대야 때문에도, 밀고 들어오는 잡생각 때문에도 잠을 이루지 못한다. 기거하는 곳은 요즘 보기드문 '중앙냉방'이다. 밤 12시부터 아침 8시까지는 냉방이 되지 않는다. 이른 아침부터 동남향 창으로 들어오는 열기가 대단하다.
밤새도록 누구에겐가 두드려맞은 듯한 몸을 일으켜세워 반쯤 감긴 눈으로 대충 씻고, 서둘러 차를 몰아 역사로 나왔다. 정수리 위에서 작렬하는 태양은 아열대의 그것이다. 만물이 광합성을 하다 제풀에 지칠 분위기다.
플랫폼에서 열차를 기다리는 5분 남짓의 짧은 시간에 또 잡생각을 시작한다. 이 육신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고 있는지, 최종 목적지는 어딘지. 오늘의 움직임과 앞날은 연결돼 있는지, 그저 하루 시간을 소모하면서 고단하다고 아우성인지.벗들과 교분이 끊어진지 벌써 1년, 감염병은 더 기승이다.
차창밖으로 스치는 풍경은 하나도 같은 것이 없이 고유하게 다르건만, 생명의 엄중함을 느끼며 살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책과 멀어지는 시간도 많아졌다. 바쁘지만 안이한 삶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