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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실밖 Jul 14. 2019

글쓰기, 자기 치유의 시간

소외를 딛고 삶의 에너지를 만드는 글쓰기

오로지 이타적인 마음으로만 글을 쓰는 사람이 있을까? 나 자신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먼저 고백해야겠다. 나아가 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기 자신을 위해 글을 쓰고 있다고 믿는다. 그것이 바로 글을 쓰는 목적이다. 다른 누가 아닌 내 자신을 위해 쓰는 글, 치유적 글쓰기가 향하는 곳이다.


산업화와 민주화 시대를 경과하면서 우리는 절대 빈곤을 벗어났고 민주주의를 진전시켰다. 압축적인 경제 성장은 풍요를 가져다 주었으며, 내 손으로 지도자를 뽑고, 때로 끌어내리는 시민의식을 키웠다. 그런데 현대인들은 풍요와 자유 속에서 역설적으로 '결핍과 소외'로 고통받는다. 고통의 양상은 소외와 무기력이다. 특히 현대인들에게 누적되는 극한의 소외감은 종종 참혹한 결말을 가져온다. 스스로 생을 정리하는 안타까운 사건들의 근원들을 추적하면 예외 없이 소외의 문제가 있다. 도처에 살아 숨쉬는 사람들이 있는데도 '내 얘기를 들어줄 사람이 없다는 것'이 소외를 부른다.


글쓰기는 소외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의 '내 얘기를 들어달라'는 절박한 외침이다. 당장 SNS를 보라. 조금만 신경 쓰면 내면의 외로움을 호소하는 글을 발견할 수 있다. 글은 타인과 나누는 의사소통의 한 방편이다. 글쓰기 의사소통은 어휘를 조합한 문장으로 이뤄진다. 문장에는 화자가 하고 싶은 말, 즉 신호가 담긴다. 신호는 문장에도 있고 소위 '행간'이라 부르는 문장 사이에도 담긴다. 그러므로 사려 깊은 독자는 먼저 문장을 읽고, 그 다음에 문장 사이에 있는 글쓴이의 신호에 주목한다.  

어떤 사람은 과하다 싶을 정도로 자기를 알리기 위해 애쓴다. 사실은 이것도 소외를 이기려는 것이거나 자신의 오욕칠정을 드러내는 방법이다. 상대를 정하여 쉴 새 없이 공격하는 사람도 있다. 권력을 비판하는 경우도 있고 개인을 공격 대상으로 삼는 경우도 있다. SNS의 긍정적 기능 중 하나는 이렇게 표현하고 발산하는 과정에서 어느 정도는 우울이나 소외를 제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약한 자를 대상으로 삼아 혐오 표현을 쓰는 경우는 예외다.)

사람들은 외부 세계와 의사소통할 때 보통 세 가지 방법에 의존한다. 말, 글, 실천이다. 이 중 말은 들어줄 상대가 있어야 하고 실천은 그것을 담보해줄 상황이 조건이 된다. 그런데 글은 상대가 없이도, 상황이 여의치 않아도 다양한 방법으로 쓸 수 있다. 공개, 비공개를 막론하고, 유려함과 조악함을 넘어, 기록으로 남길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른 수단보다 자기 자신에게 솔직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글쓰기는 내가 추천하는 가장 좋은 치유제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솔직 담백한 개인의 일상적 서사'를 좋아하고 또 즐겨 읽는 편이다. 이렇게 타인의 글을 읽고 그의 내면을 상상하며 때로 쌍방 간 소통을 시도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점은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어떤 사람이 글을 쓸 때는, 그 글이 미칠 파장과 반응에 신경을 쓴다. 그 글은 어렵게 자신을 드러내고, 주장하고, 타인을 설득하고, 공감하고 싶은 욕구의 반영이기 때문에 적절한 방법으로 반응을 보이는 것이 글쓰기 세상의 매너다. 이것은 실존적 소외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이기 때문에 상호작용, 즉 '품앗이'의 성격을 가질 때 효과가 극대화된다.

나에게 울림을 주는 글, 혹은 내 사유를 자극하는 글, 별 것 아닌 일상사에서 묻어 나오는 따뜻함과 진지함, 치열한 삶의 흔적들을 보면 우리는 '공감'을 표하거나 간단한 '댓글'을 달아 '당신의 얘기를 잘 들었어요. 공감해요.'라고 표현할 수 있다. 이것이 품앗이가 잘 되어 치유의 효과가 커진다면 아마 심리치료사들, 정신과 의사들 일거리가 많이 줄어들지 모르겠다. 그분들의 생계 걱정은 되지만 그분들이 줄어들수록 살만한 세상이라는 것에 토를 다는 분들은 없을 것이다.

공짜로 글을 쓸 수 있는 좋은 공간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경험을 만난다. 서로 부대끼고 공감하고 위로하며 풍요속의 소외를 극복해 간다. 에너지를 얻고 삶의 의미와 용기를 얻는다. 안목과 통찰력을 키워 세상을 보는 눈을 가다듬는다. 이것이 글쓰기가 가진 치유의 힘이다.

*커버 이미지 출처 https://www.metiers-du-livre.f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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