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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실밖 Aug 05. 2019

불통을 해소하기

확신을 말하기 전에 먼저 해야 할 것

모든 착각은 근거를 가진다. 그래서 무섭다. 아래 그림은 불통의 원인이 각자의 확신에 있음을 보여준다. 이 불통의 사태를 해소하는 단 하나의 방법은 서로의 자리를 바꾸어 보는 것이다. 어떤 이는 여기 제시된 그림이 소통의 필요를 강조하기 위해 동원된 것은 아닌가 하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현실은 이 그림보다 훨씬 심각한 불통 상황이다. 이 그림은 현실을 간명하게 드러내 준 것에 불과하다. 많은 사람들이 고착화된 신념, 굴하지 않는 확신을 가지고 타자를 바라본다. 이런 분들은 토론에서 이기기 위해 진심 어린 노력을 한다. 왜냐하면 토론에서 승리하는 것은 의사결정 권한을 가지는 것이고 때에 따라 인적, 물적 자원을 독식하는 결과를 낳게 되기 때문이다.


누구도 근거 없이 주장하지 않는다


이른바 토론에 능하다고 알려진 사람들의 특징은 '구분'과 '부각'이다. 이 사람들은 상대와 나의 차이를 구분하여 명쾌하게 드러내고 상대의 취약점을 공격하며 나의 강점을 부각하는 방식으로 상대를 궁지에 몰아넣고 자신을 돋보이게 한다. 이 경우 토론에 진 사람은 바로 승복하고 협력하는 것이 아니다. 잠시 물러나 다음 기회를 노리는 것일 뿐이다. 토론을 통해 상대를 완전하게 논파하는 것은 독이 될 수 있다.


토론할 때 상대를 얕잡아 보거나 지적 우월을 드러내며 굴복시키려 하는 사람들이 갖는 공통된 마음이 있다. 바로 '두려움'이다. 내가 토론에서 졌을 때, 혹은 무엇인가를 양보했을 때 나에게 미칠 손해가 두려운 것이다. 이는 토론을 승패의 관점에서만 바라보기 때문이다. 나는 완전하게 이기고 상대는 완전히 지는 토론은 없다. 토론 자체에서 승부가 갈리는 것과 그 결과가 지속 가능성을 갖는 은 전혀 별개의 문제이다. 오히려 상대의 야비함 때문에 토론에서 졌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앞으로 저 사람과는 상종하기 않겠다고 다짐할 것이다. 이 경우 한 사람을 잃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잠재적 협력자를 잃은 것이다.  

토론에서 생겨나는 다른 하나의 공통점은 '상대가 내 의견을 오해하고 있다'고 믿는다는 점이다. 상대가 내 의견을 제대로 이해하지 않고 오해에 기초하여 자신의 주장을 펼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 경우 내 주장을 설명하는데 문제가 있다는 생각은 왜 하지 않는 걸까. 그래서 토론할 땐 주장에 앞서 정중한 질문이 필요하다. 쌍방 간의 주장에 어느 정도 공통점이 있고, 또 어떤 측면은 서로 합의할 수 있는 차이인지, 영 화해 불가한 근원적 차이인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도 주장에 앞서 경청과 질문은 필수다. - 사실 화해 불가한 근원적 차이란 매우 드물다 - 토론이 격렬해지는 원인이 있다. 토론의 결과가 자신의 삶과, 사고와, 업무에 영향을 미친다고 느낄 때 우린 토론에서 이기고자 노력한다.

그런데 토론에서 '이기는 것'과 '좋은 결과'를 얻는 것은 다르다. 이기기 위한 토론을 하는 사람과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 토론하는 사람은 토론에 대한 사고, 토론방식, 결과처리 방식이 모두 다르다. 사실 우린 모두가 이길 수 있는 토론도 애써 차이점을 부각하여 한 쪽의 승리, 그리고 한 쪽의 패배 프레임을 만든다. 결과적으로 양쪽 다 얻는 것이 없는 소모적 논쟁이 되더라도 말이다. 우리는 보고 있지 않은가. 얼마나 많은 소모적 논쟁 속에서 시간과 자원이 낭비되고, 시기를 놓치고, 사람을 잃는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단 토론에선 이기고 보자는 저급한 마음이 심각한 '불통'을 부르고, 공존의 가능성을 죽인다.

세상 모든 지식은 통약 불가하다. 상대의 잘못을 지적하고 내 주장을 펼치기 위하여 동원되는 훼손할 수 없는 지적 정초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우리는 상대와 의견을 같이하는 부분을 합의하고, 합의할 수 없는 것들은 잠시 보류하면서 지평을 넓혀갈 뿐이다.


이때 필요한 것은 개방성이다. 어떤 지식도 오류 가능성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 어떤 주장도 다른 주장에 의해 뒤집힐 수 있는 지식이며 그래서 늘 지식은 '잠재적' 성격을 갖는다는 것을 서로 믿는 것이다. 서로 이기는 토론을 하려면 차이를 부각하여 논파하기보다 이야기 간의 공통점을 파악하고 협력의 여지를 잘 발굴하는 것이다. 토론에서 늘 승리하지만 그때마다 사람을 잃어가는 방식으로는 지평의 확대를 기대할 수 없다.


옳다고 믿는 것을 주장하여 설득시키거나, (상대가 공부가 부족하여 이해하지 못한다고 단정하고) 계몽하려 하지 말라. 단지 견해를 밝히고 우리는 사회적 맥락에 따라 끊임없이 검증을 받는 것이고 그에 따라 다수가 합의한 지식과 정보가 좀 더 일반성을 획득하며 쌓여 가는 것이다. 물론 이렇게 쌓인 지식도 누군가 적통을 보장해주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지식에 의해 부정당하거나 섞이거나 하면서 끊임없이 변화하고 발전해 간다. 확신을 말하기 전에 상대의 입장에 서 보면 의외로 이해의 폭이 넓어진다.


* 커버 이미지 출처 https://blog.capterra.com/fix-poor-communication-in-workpl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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