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의 상황에서도 희망을 말하기
친구들, 지금부터 하는 이야기는 내가 특별히 이 정부를 지지하거나 신뢰해서 하는 말은 아니야. 다만 감염병 창궐의 상태를 진정시킨 후에, 우린 몇 가지 진전된 상태에 있을 것이라 생각해. 사실 확진자 수가 폭증하는 것에 대한 심각한 우려가 있긴 하지만 한편으론 대량 조기 진단으로 인한 확인이라고 보는 견해도 있어. 세계 최고의 진단 속도와 진단 수거든. 그리고 하루 두 번 하는 질병관리본부의 성실한 보고가 거의 실시간으로 상황을 들려주고 있어. 이게 다른 나라에선 찾아보기 힘든 국가 시스템 작동 방식이야. 사태가 진정될 수 있다면 이것은 한 국가의 공적 시스템의 투명성, 민주성으로 해석될 여지도 있을 거야.
또 학교 휴업 등 현장에서 여러 어려움이 있고 교육청이나 교육부에 대한 불만이 있긴 해도, 세계 어느 나라에서 이렇게 지침이 빠르게 전파되고 실행되겠어. 우리가 비판해 왔던 교육부-교육청-학교로 내려가는 수직적 시스템이 위기 상황에선 오히려 순기능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물론, 이건 위기 상황에서 발빠른 대처를 위한 것이고, 일반적 교육행정은 자율과 분권의 원리가 작동해야 하겠지. 생각해보면 다양하고 복잡한 이해가 얽힌 상태에서 상황을 잘 통제할 수 있다는 것도 우리의 역량이 아닌가 싶어. 불만 속에서도 희망을 말할 수 있는 근거가 되지.
이 사태가 신천지 같은 독특한 종교집단을 '어느 정도는' 양지로 끌어낼 수 있다고 생각해. 종교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그 포교방식의 은밀성, 포교 후 자유의지 상실 같은 것이 문제잖아? 물론 이건 생각만큼 진전되지 않을 거야. 그러나 이 과정에서 경계해야 할 것도 있어. 특정 집단을 향한 혐오와 배제의 논리가 확대되는 것은 누구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아. 목표는 감염병의 조속한 치유이지 종교 자체를 드러내는 것이 아니거든. 그런 측면에서 국가 재난 앞에서 종교 지도자들도 적극 협력할 의무가 있어.
감염병을 이겨내는 과정에서 시민의식의 성숙도 좀 진전될 수 있다고 봐. 이런 저런 가짜 뉴스들, 위험을 과장하거나 의도적으로 어느 한편을 공격하는 언론의 폐해, 감염병 유행 상태에서 무분별한 집회 강행 등을 보는 시민들의 건강한 판단력이 생기지 않을까. 아울러 근거 없는 혐오나 배제 같은 것들이 왜 위험한 것인지도 학습할 수 있다고 생각해. 다만, 선거 시기와 맞물려 정치인들이 유불리를 따지고, 평정심을 잃게 하는 요소가 없진 않아. 이럴 때 시민들은 성숙한 정치의 모습을 적극적으로 요구할 수 있겠지.
내가 너무 낙관하고 있나? 그런데 말이지. 모든 사람들의 의식이나 성향이 아무 때나 드러나거나 혹은 성장하는 것이 아니야. 특정 계기를 만나야 하지. 그것이 위기든 기회든 가릴 것 없이 말이야. 경험해 보지 못한 상황은 사람의 본모습을 드러나게 하거든. 그래서 이것에 대처하는 여러 인간 군상의 모습을 관찰하면서 심리학 공부도 할 수 있어. 도리없이 그러한 개인 심리들이 모여 집단 심리를 이루거든. 감염병 전문가들뿐만 아니라 정서심리를 다루는 전문가들도 필요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연구에 집중하면 좋겠어. 또 힘을 보태겠다며 대구로 향하는 의료진들을 보면 "저런 것이 직업 정신이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가슴 한 켠이 뜨거워지기도 하지.
아마도 혹시 코로나19라는 감염병은 끝없이 인간 곁에 붙어서 인간과 공존할지도 몰라. 그런 사이 백신과 치료약이 개발되어 평생 주사 한 방으로 예방할 수도 있겠지. 물론 그 반대일 수도 있어. 예컨대 완전하게 다른 문화가 만들어 지는 거지. 몇 명 이상이 모이는 회합에선 반드시 마스크를 써야 한다든지, 회식 문화가 바뀌고 혼밥이 유행하는 것, 혹은 감염병 관리 차원에서 인간의 개인정보와 사생활은 기꺼이 제공하는 것이 정당화된다든지... 뭐 이런 반갑지 않은 것들...
지금까지는 난 희망 쪽에 비중을 두고 있어. 냉정하고 차분하게 극복해야 할 지점을 외면하지 않으면서도 희망을 갖는 것이 정신건강에도 훨씬 좋아. 삶에서 일상이 흔들이면 위험해. 최대한 조심해야겠지만 일상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 오늘 친구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야.
* 커버 이미지 https://imnews.imbc.com/news/2020/society/article/5663982_32633.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