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짧은 글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은 Feb 24. 2023

봄이 오나 봄

초록이 초록초록

지난봄 시간차를 두듯 하나씩 하나씩 꽃을 피우던 치자에 작게 꽃몽우리가 올라오고 있다. 꽃이 필 때마다 줄기를 잘라 내 방에 넣어주던 남편이 떠올랐다. 며칠 전 화분에 냄새나는 거름을 준 그에게 거실에서 고향의 향기가 느껴진다고 잔소리를 했는데, 이제는 이쁜 맘으로 쓰담쓰담해줘야겠다.


지난여름 시누이네서 잘라 온 수국을 한동안 물에서 뿌리를 내리게 하다 화분으로 옮겨 심었다. 흙에서 적응을 했는지 못했는지 알 수 없는 시간을 보내고 이제는 포기해야 할까 싶었는데, 어라, 귀여운 새순이 빼꼼 얼굴을 내밀었다. 포기하기 전에 나타나줘서 고마워.


지난가을 시이모부님이 선물해 주신 칼란디바는 꽤 오래 오렌지빛을 자랑하다 시들어버렸다. 그렇게 겨울을 보내고 일주일쯤 전부터 다시 꽃을 피우고 있다. 칼란디바에 새로운 꽃말을 심어주셨던, 잊고 지내던 3호 이모님과 이모부님의 안부가 궁금한 요즘이다. 궁금하면 물으면 되는데 생각만 하고 며칠을 보냈다.



"여보, 간질간질한 게 봄이 왔나 봐."

"로션 발라."

"......"



참 다행이지?

치자도, 수국도, 칼란디바도 모두 다 남편 손에서 겨울을 난 거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