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매스>로 읽는 삶의 태도
구원(救援)
나는 종교가 없다 특정 신 외에도 나와 관계를 맺는 누군가를 완전히 신뢰하지도 않는다 무엇이든 완전한 믿음은 이내 상처가 되어 돌아오기 쉬웠고, 그 상처의 여파가 매번 컸기에 새로운 인간관계를 맺는 것에 매번 소극적인 것 같다.
물론 말로는 남을 믿지 않는다고 해도 어쩔 수 없이 마음이 가고 신뢰하는 사람이 생긴다. 그때마다 주책없이 불신으로 가득 찼던 마음 한편에 다시금 자리를 내어주고는 한다. 다가오는 모든 이를 미워하기에는 너무나 좋은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았고 나에게도 그 편이 삶의 풍경을 이전보다 다채롭게 채워주기에 새로운 관계를 다시금 신뢰하고 미워하던 이를 이젠 용서해보자는 마음을 갖으려 노력해 왔다. 그리고 우연히 만난 영화 <매스>는 내 마음에 생긴 생채기의 회복과정을 용서라는 거룩하고도 밝은 가치로 재조명해 주는 작품으로 다가왔다.
영화 <매스>는 학교에서 일어난 총기사건 이후의 이야기를 다룬다 111분 간 이 영화가 카메라로 담고 있는 장면은 피해자의 가족과 가해자 가족 간에 대화뿐이다 가해자 가족과의 대화라니 상상만 해도 끔찍하고 듣기도 싫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영화를 끝까지 보고 나니 나의 생각과 편견이 얼마나 단선적이고 편협적으로 치중되어 있는지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 사람 말은 끝까지 들어봐야 하는데 말이지.
일반적으로 가해자의 가족 이야기는 금기시된다 당신의 아이가 우리 아이를 죽였는데 대체 무슨 면목으로 입을 여는가 라는 의견이 다수일 테니까 물론 나 또한 영화를 보며 그렇게 생각했다 분명 양육과정에서 문제가 있을 것이고, 그 삶 속에서 가해자 가족에게 분명 귀책사유가 있을 테니까 그렇기에 가해자의 가족에게도 나는 살인자 낙인을 미리 찍으며 영화를 관람했다 대체 아이를 어떻게 키웠길래 그랬을까 하면서.
그러나 영화를 끝까지 보며 느낀 점은 우리는 타인에 대해 완전히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 결론이었다 고로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 <괴물> 속 주인공들처럼 우리는 개인의 시선으로 타인을 관찰하고 자신만의 낙인을 상대에게 찍는다 삶을 살아가다 타인에게 받은 상처로 인해 우리는 남들에게 점차 무관심해지며, 너무나도 쉽게 편견과 증오를 만들어낸다 그러고는 많은 이들에게 함부로 꼬리표를 달아버린다 "너는 원래 이런 사람이야"라고.
영화 속 피해자 가족들은 대체 우리 아이가 왜 죽어야 했는지 알고 싶어 한다 정확히는 죽음의 이유를 만들려고 한다 그래야 실낱 같이 작은 위안을 얻을 수 있었을 테니까 그러나 이 작품이 비추는 것은 이유가 아니었다 이 영화는 충격적인 총기 살인 사건 이후, 그럼에도 계속되어야 하는 남겨진 이들의 삶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매스> 속 10명의 아이를 죽인 가해자 아이의 가족을 추궁하며 슬퍼하고 소리치는 피해자 가족들의 모습은 마치 지옥 불구덩이 속에서 살려달라 외치는 것만 같았다 대체 왜 무슨 이유로 우리 아이가 비참하게 삶을 마감했어야 하는지 그렇게 추궁하며 알게 된 가해자 가족들의 양육과정은 보통의 아이의 양육과정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들도 아이를 사랑했었고 부모가 처음이었기에 서툴렀다 아이가 조금씩 엇나갈 때마다 어떻게 대해야 할지 우왕좌왕 헤매는 이야기는 여느 부모들의 양육과정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리고 그 삶 안에 사랑이 고여있었다는 점이 피해자 부모들을 더욱 좌절케 했고 나 또한 그랬다. 가해자의 잔혹한 학살극 원인을 찾고 그 양육자들을 오롯이 미워하기 위해서 나는 다소 무뚝뚝해 보이는 가해자 부모의 남편을 꾸준히 의심했고 가해자의 어머니를 이상한 여자로 만들려고 노력했었다 그러나 영화가 스크린으로 비춰낸 것은 아이를 잃어 지옥 속에 살고 있는 4명의 부모뿐이었다.
이 영화는 용서라는 테마를 다룬다. 그리고 용서를 통한 회복과 구원을 다룬다. 매우 민감할 수 있는 이 영화의 소재는 살인사건에 초점이 맞춰져있지 않고 타인으로 인해 삶이 지옥으로 굴러 떨어졌을 때, 어떻게 하면 다시금 삶을 이어갈 수 있는가에 대해 조심스럽게 말하고 있는 작품으로 다가왔다. 그렇게 생각한 이유는 피해자 부모들에게서 "당신들을 용서해요"라는 의외의 대사가 튀어나왔고, 그 장소가 교회였기에 더욱 거룩하게 다가왔다.
영화 <매스>는 다루기 매우 조심스러운 작품이다. 소재가 소재이며, 이 주제에 대해 함부로 의견을 말하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큰 상처가 될 수 있기에 더욱 그랬다. 그런 삶을 살아보지 않은 내가 고작 영화 한 편을 보고서 누가 맞네 어떻네 말하는 것 자체가 오만이고 매우 그릇된 언행이니까. 그렇기에 아주 조심스럽지만 삶이라는 테마로 조금 바운더리를 넓어서 말하자면, 매번 상처받아도 내가 이전보다는 행복하게 삶을 살아갈 수 있던 원동력은 지난 삶을 용서하고 타인을 조금이라도 이해해 보려는 노력이 아니었나 하고 작게 회고한다. 맹목적인 불신과 증오는 매번 나를 잡아먹었으니까.
★★★★★(10)
단장지애 끝에 맺히는 용서 그리고 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