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출로 보는 영화 <셰이프 오브 워터>

경계와 형태를 허물고 흠뻑. 너에게. 영원토록.

by 영화돋보기

<셰이프 오브 워터 : 사랑의 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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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안녕하세요 영화 돋보기입니다. 최근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신작 <프랑켄슈타인>이 개봉했습니다. 아직 보지는 못했지만, 크게 기대하고 있습니다.



1. <프랑켄슈타인>을 보기 전에 감독의 필모 중 인상적인 작품을 소개해 보려고 합니다.



2. 이번에 소개드릴 작품은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2017년作 <셰이프 오브 워터>입니다.



3. 제게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영화는 19세용 픽사의 영화 같다는 생각을 종종 하고는 합니다. 동화적 화법을 택한다는 점과 이를 통해 우리가 망실했던 감정들을 건드린다는 점, 구전동화나 신화를 택하여 현실 속으로 끌고 들어와 우리를 몽글몽글하게 만드는 지점 때문에 그렇게 느끼고는 합니다. 물론 픽사보다는 성인을 위한 이야기이자 시대의 잔혹함이 더 표현되기는 하지만요.



4.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영화는 매번 실제 역사 속 사건을 현실감 있게 끌고 와 동화로 풀어냅니다. 그렇기에 차가운 현실 속 이야기를 보며 우리는 아파하지만 동시에 감독만의 찬란하고 아름다운 상상력으로 매번 우리를 매혹시키죠.



5. 그 연장선에서 영화 <셰이프 오브 워터> 또한 매우 잔혹하지만, 동시에 무척이나 아름다운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차별과 혐오, 폭력과 냉소가 팽배했던 시대를 이야기의 중심으로 끌고 들어오지만 종국에 우리에게 전하는 것은 여느 동화처럼 따스함을 전하기 때문이죠. (<나이트 메어 엘리> 같은 작품은 제외지만요.)



6. 그럼 기예르모 델 토로가 전하는 아름다운 사랑 영화 <셰이프 오브 워터> 리뷰 시작해보겠습니다.



7.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정독에 유의해주세요.




여러 장르를 뛰어넘어 : 기예르모 델 토로의 기이한 동화

판의 미로, 피노키오, 나이트메어 앨리, 크로노스 등

common_(6).jpg?type=w1 한 영화에서 이렇게 다양한 장르를 볼 수 있다니

영화 <셰이프 오브 워터>는 다양한 장르를 발견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필름 누아르부터 무성영화, SF 판타지, 로맨스, B급 공포 영화, 뮤지컬, 시대극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한 영화에서 발견할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중 가장 제 눈에 띄었던 부분은 고전 영화의 향취가 묻어 나오는 무성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이 작품은 고전 영화, B급 영화 장르에 대한 감독의 취향이 가득 담겨있습니다. 그리고 이를 통해 진정한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죠. 말을 할 수 없는 괴물과 말을 할 수 없는 주인공이 그려가는 사랑 이야기가 무성영화의 성격을 자아내고 동시에 이것이 가장 중요한 사랑의 형질을 그려냈다는 점에서 저를 매료시키지 않았나 싶네요.



역사 속에서 살아 숨 쉬듯 : 소련과 미국. 그리고 상처받은 아웃사이더들에게


냉전 속에서.


common_(11).jpg?type=w1 검은색과 흰색, 미국과 소련. 강압과 침묵의 시기. 이를 형성화한 인물 리처드(마이클 섀넌)과 호프 스테들러 박사(마이클 스툴바그)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영화는 한 시퀀스만 보아도, 그의 영화인지 알 수 있습니다. 이렇게 말할 수 있을 정도로 감독만의 연출적인 특징이 작풍에 크게 드러나죠.


그의 대표적인 특징으로는 크리처, B급 영화적 감성, 고딕 호러라는 특징이 있으며, 동화나 신화를 이야기의 중심으로 끌고 들어온다는 점도 큰 특징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인상적인 지점은 여러 괴물이 나오는 동화에서 특정 시대를 반영하다는 점인데요. 그것도 인간이 가장 추악해지는 전쟁을 배경으로 주로 사용하죠.


대게 동화에서 시기는 뭉뚱그려 표현합니다. 옛날 옛적에~라는 표현으로 시대의 구체성을 지워냄으로써 보는 이들의 상상의 범위를 확장하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러나 이 감독은 그러지 않죠.


왜일까요?


제가 생각하는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구체적인 한 시기를 이야기의 배경으로 끌어와서 영화 속에서 구체성(시대적 개연성)을 강화하고 이를 통해 당시대를 반영하기 위함입니다. 또 하나는 과거의 폭력의 시대를 통해 현재를 바라보기 위함이라고 생각합니다.


우선, 감독의 이전 작품 <판의 미로: 오필리아와 세 개의 열쇠>와 <악마의 등뼈>는 스페인 내전을 그렸으며, <나이트 메어 앨리>에서는 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끌고 들어와 이야기를 전개합니다. 그리고 이번에 리뷰할 작품 <셰이프 오브 워터>는 소련과 미국의 냉전시대를 배경으로 택했죠.


미국과 소련의 이념 전쟁 시기였던 냉전은 실제 두 국가 간의 전쟁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그 여파로 많은 이들이 전쟁 속에서 상처 입고 죽어간 시기입니다. 그리고 이를 배경으로 그리는 이야기는 세상에서 가장 차별받는 이들의 서사를 그리고 있습니다. 성소수자, 노인, 장애인, 흑인들, 그런 것은 없지만 소위 하위 노동자라 불리는 이들을 등장인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전쟁이라는 특정 시기는 이러한 소수자들에게 가장 폭력적인 시기입니다. 소수자들은 폭력의 시기에는 매번 차별받고 홀대받으며 소리 없이 죽어갔으니까요.


이 영화에서 냉전이라는 배경은 생각이 소위 다른 이들을 짓밟아도 문제가 없는 시기였습니다. 그렇기에 냉전이라는 시대적 배경은 이 영화 속 차별에 설득력을 부여합니다. 또한 소수자들이 해피엔딩을 맡이 하는 서사를 통해서 현시대의 아웃사이더들에게 저항의 메시지를 보다 선연하고 강력하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미지 출처 : 네이버 영화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형태> 스틸컷



괴물과의 사랑이 이토록 아름답다니

형태 없는 사랑의 참 속성. 에로스와 플라토닉

common_(5).jpg?type=w1 영화라는 마법을 통해 그리는 사랑의 무형성

저는 이 영화가 참 아름다운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랑의 본질을 이토록 고전미와 미학적 정취를 살려 그릴 수 있다는 점에 감복했으며, 무엇보다 괴물과의 사랑 이야기라는 고전적 설정이 이렇게도 변주될 수 있다는 점에서 참 좋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크리처 또는 괴인과의 사랑을 그린 작품은 많습니다. 우리에게 익히 알려진 <슈렉>, <미녀와 야수>, <개구리 왕자>, <가위손> 등 다양하죠. 이 작품들이 그리는 내용은 명확합니다. 외면에 치중하지 말고 내면의 진정한 사랑을 찾자는 내용을 그리고 있죠. 영화 <셰이프 오브 워터>도 동일합니다. 크리처와의 에로스를 그리는 장면들과 말을 못 하는 주인공 엘라이자(샐리 호킨스)가 사랑을 고백하는 뮤지컬 장면에서의 플라토닉. 그리고 철저히 외로운 이들의 사랑 그리고 연대기라는 설정까지.


그리고 기예르모 델 토로는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생각하는 사랑의 형태에 대한 고찰을 보여줍니다. 진정한 사랑은 에로스와 플라토닉이 공존하며, 외양의 모습보다는 현재 나의 내면을 이해해 주는 이들이 진정한 사랑의 형태라고 이 영화를 통해 말하고 있죠. 또한 고전 영화 연출들을 영화의 메인 정취를 끌고와 몽환적이고 아름답게 그려냈다는 점에서 정말 인상 깊었습니다. 물에 대한 묘사(청록색, 물방울, 물의 흐름을 그리는 방식)들은 우리를 이 영화 속에 흠뻑 빠지도록 만들어주는 것 같습니다.



여러 상징과 비유 : 계란과 물
common_(7).jpg?type=w1 영화 속 여러 메타포들. 굳이 이해하려 하지 않아도 상관은 없어요. ^^ (붉은색과 초록색 그리고 삼손 이야기는 제외.)


이 영화에서는 반복되는 표현 및 장면들이 있습니다. 바로 계란입니다.


주인공 엘라이자(샐리 호킨스)의 성격을 보여주는 장면을 후에는 몽타주 시퀀스로 반복하여 보여줍니다. 여기서 인상적인 것은 주인공의 성격을 보여주는 장면에 항상 계란을 삶는 장면이 포함된다는 것이죠. 계란은 주로 새로운 탄생을 상징합니다. 그리고 계란의 껍질은 세상으로의 관문으로 주로 표현됩니다. 이 영화 속 괴생명체와의 처음 조우하는 것도 계란을 매개되는 것을 보면 매우 인상적이죠. (주인공과의 처음 조우하는 장면에서의 계란은 사랑의 시작으로 다가왔습니다.) 또한 계란은 조리하기 전에는 액체. 가열 후에는 고체로 변하기에 두 주인공의 사랑 관계를 표현하는 메타포(은유)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두 번째는 물입니다. 저는 이 영화 속 물이 참 좋았습니다. 물이 시각적으로 표현하지만, 마치 문학 속 수려한 표현이 자연스레 떠올랐기 때문인데요. 이 작품 속 물은 사랑의 비정형성을 시각화하여 그려낸 매체입니다. 사랑은 물처럼 보이지도 구체적인 형태를 말할 수도 없습니다. (우리가 수없이 되내던 사랑한다는 말 자체는 허공을 떠도는 공허함 외침에 불과할 때가 많으니까요.) 즉, 이 영화에서 물은 사랑을 표현하는 매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은 형태가 없기에 사랑을 비유하는데 있어 아주 매력적인 매체입니다. 괴생명체와의 기이한 사랑을 비정형성을 갖춘 물로 묘사함으로써 다양한 사랑의 형태를 자상하고 아름답게 포용하고 있습니다. 즉, 남녀만의 사랑만이 사랑이 아니라 친구 간의 우정과 유대, 퀴어, 동물과의 애정 모두 사랑이라 불릴 수 있다는 것을 물을 통해 그려내고 있으니까요.


그리고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영화에 관한 영화를 물을 통해 표현하는 여러 장면들입니다. 그 중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영화관으로 흘러나오는 물을 그리는 장면이었습니다. 이 영화 속 일라이자의 집은 2층, 영화관이 1층에 배치되어 있으며, 주인공은 영화 속 인물들의 삶을 동경하며 살고 있다는 설정이 있습니다. 주인공은 뮤지컬 주인공의 탭댄스를 추고는 하니까요. 그리고 괴물과 사랑을 나누는 장면에서 흘러나온 물들이 영화관을 흠뻑 적시는 장면이 등장합니다. 여기서는 관객들은 집에서 흘러나온 물로 인해 잠에서 깨어나죠. 그로 감독의 영화에 대한 사랑을 물로서 표현하는 장면들은 매우 흥미롭고 의미심장하게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영화관에서 잠든 이들을 깨운 것은 영화가 아니라 물(사랑)이었으니까요.



총평 : 동화로써 영원히
common18.jpg?type=w1 기예르모 델 토로가 동화를 사랑하는 이유.

영화 <셰이프 오브 워터>는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입니다. 동시에 행복한 동화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동화의 속성 중 가장 매력적인 것은 영속성입니다. '영원히 오래도록.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라는 것이 동화의 필연적인 마무리니까요.


이 영화 또한 그렇습니다. 구체적인 냉전시대를 영화적 배경으로 끌고 들어오지만, 회상으로 시작되어 회상으로 마무리되는 이 영화의 화법(내레이션)의 마무리는 두 주인공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가 마지막이니까요.


팀 버튼 감독의 영화 <빅 피쉬>와 <가위손>, 드림웍스의 <슈렉>, 디즈니 <미녀와 야수>과 같은 작품들도 차별과 혐오를 이겨낸 주인공들의 행복한 미래와 안녕을 빌어주는 것이 마지막이기에 이 작품 속 괴생명체와 주인공 일라일라의 사랑의 영원을 빌어주는 마무리는 참 아름답고 좋았습니다.


아직 안 보셨다면 보시길 권해드리면서 영화 리뷰 마칩니다.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9)

경계와 형태를 허물고 흠뻑. 너에게. 영원토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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