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학교에 가다] : 학교, 그 이후

마지막 이야기

by 그린

모두가 남아 있는 것은 아니다

공교육과 조금 다른 방향성을 바라보는 대안학교이지만, 모두가 그 방향성에 동의할 수 없다는 것 또한 자명한 사실입니다. 대안학교는 입학 당시의 구성원과 졸업 시의 구성원에 조금씩 변동이 있는 경우가 제법 많습니다. 학교에 발을 들인 이후 오랜 고민을 거듭하다 다시 공교육으로 돌아가는 학생들이 드물게 있는 탓입니다. 그럴 때면 빈자리는 곧 새로운 전학생으로 채워지곤 합니다. 공교육에 몸을 담고 있다가 자신과 공교육이 맞지 않음을 깨닫고 전학생 모집 공고가 뜨기를 기다려 이곳을 찾는 학생들도 마찬가지로 드물게 있습니다. 저마다 자신에게 맞는 자리로 돌아가는 과정입니다.



이곳을 졸업한 아이들은 어디로 갈까요?

많은 사람들이 대안학교를 졸업한 학생은 어디로 진학하는지를 궁금해하고는 합니다. 그러나 '대안학교를 졸업한 학생이 가는 길' 은 딱 '대안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의 삶의 수' 만큼 많기에, 일관된 하나의 공식을 세울 수 없음은 당연한 일입니다. 대안학교의 졸업생들은 선배들의 진로를 참고하기도 하고, 주위로부터 조언을 구하기도 하며 각자가 갈 길을 그려 나가곤 합니다.


상급 학교로 진학하는 아이들은 크게 세 부류로 나뉩니다. 첫째는 대안 고등학교로 진학하는 학생들입니다. 같은 재단에서 운영하는 같은 이름의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학생이 가장 많으며, 다른 대안학교를 찾아 그곳의 면접을 보고 입학하는 학생들도 적지 않게 존재하는 편입니다. 둘째 부류는 대학 진학이라는 목표에 집중하기 위해 일반 인문계 고등학교로 진학하는 학생들입니다. 온전히 입시와 공교육의 커리큘럼에 집중하고 싶은 학생들이 자주 택하는 길입니다. 셋째 부류는 그 외의 특수목적고등학교나 특성화 고등학교를 진학하는 학생들으로, 저마다의 진로와 적성에 맞추어 앞으로 무엇에 집중하고 싶은지를 고려하며 상급 학교를 선택하곤 합니다.


비단 상급 학교에 진학하는 것만이 학생들이 가는 길의 전부는 아닙니다. 일부는 아주 오랜 기간에 걸쳐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는 여행을 떠나기도 하고, 유학길에 오르는 학생도 종종 있습니다. 자신의 교육 가치관 또는 다른 이유로 인해 홈스쿨링을 택하는 학생도 있으며, 일찌감치 사업 내지는 기타 직업적 분야에 종사하는 쪽을 택하는 학생들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대안학교의 졸업생으로 산다는 것

'대안학교 출신'이라는 명함을 달고 산다는 것은, 어딜 가든 비교적 독특한 배경 때문에 눈길을 끄는 동시에 약간의 차별과 편견 어린 시선이 따라붙을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만일 당신이 대안학교의 졸업생이라면, 당신이 '대안학교 출신'이라는 명찰을 꺼내 둔 상태로 만나게 될 사람들은 긍정적인 쪽이나 부정적인 쪽 중 하나의 어드메쯤에 당신이 위치하리라고 이미 잠정적인 결론을 내려 둔 상태일 것입니다. 어느 생각을 충족시키는지는 순전히 당신의 몫이 됩니다.


당신이 대안학교의 졸업생이라면, 그저 살아가면 됩니다. 당신이 학교를 좋아했든 싫어했든 관계없이 당신이 대안학교에서 보냈던 시간은 당신의 안에 차곡차곡 쌓인 물감 중 하나로 자리하고 있을 것입니다. 당신의 안에 자리한 물감들 중 마음에 드는 색을 골라내어 원하는 그림을 그려내며 살면 됩니다. 오직 그뿐입니다.

반면 당신이 대안학교의 졸업생을 마주해야 하는 입장이라면, 학교를 지워 두고 그 사람을 그저 지켜보면 됩니다. 그 사람이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올곧은 자세로 매사에 임하는 사람이라면, 그를 좋아하면 됩니다. 반대로 그 사람이 지나친 면모를 가지고 있어 주변인에게 불편함을 주거나 줄곧 부정적인 언행을 보이는 사람이라면, 그를 싫어하면 됩니다. 그뿐입니다. 간단하죠?






슬슬 우리의 상상에 온점을 찍어야 할 순간이 되었습니다. 우리가 들여다보고 온 학교는 대안학교라는 거대한 실체에서 극히 일부를 차지하는 곳으로, 주위를 둘러보면 같은 '대안학교'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곳과 전혀 다른 느낌을 주는 다양한 공동체들이 수도 없이 존재할 것입니다. 개중에는 이상적으로 여겨지는 교육 가치관을 표방하는 학교도 있을 것이고, 이와는 대조적으로 '뭐 이런 학교가 다 있어?'라는 생각을 불러일으키는 학교도 있기 마련입니다.


우리의 상상은 다만 커다란 문에 달린 작은 창문에 불과할 뿐입니다. 우리의 앞에 있는 큰 문을 열고 나가면 '대안교육'이라는 새로운 장소에 다다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섣불리 그 문을 열고 싶어하는 사람은 잘 없을 뿐더러, 사실 대안교육이라는 세계는 관심이 없다면 굳이 문을 열지 않아도 무방한 곳입니다. 다만 그 앞을 지나치는 사람들이 저 문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 정도는 짐작할 수 있게끔 문에 창문을 만들어 놓는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입니다. 문을 열지 않을 사람들은 가던 길을 계속 가면 되고, 궁금증이 피어오르는 사람들은 그 문을 열어 보게 되겠죠.

방금 막 엿보고 온 '한 대안학교의 일상'은 문을 열기 전 창문을 통해 내다본 작은 풍경입니다. 문 너머에는 이와 비슷한 풍경이 줄곧 펼쳐질 수도 있고, 창문으로 잠시 보았던 것과는 전혀 다른 풍경이 나타나 우리를 당황하게 할 수도 있습니다. 창문으로 대안교육이라는 세계의 일부분을 잠깐 엿보았으니, 이제 문을 열지 말지는 당신에게 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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