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그린 Oct 24. 2021

여름의 학교, 도서관에서의 하룻밤

산을 오를 때는 분명 봄이었건만, 산에서 내려오면 주위는 어느덧 여름이 되어 있다. 낮이면 해가 점점 높이 오르고 밤이면 풀벌레가 울기 시작하는 이 계절에는 당분간 큰 이벤트가 없으니 평온한 일상을 누리면 된다.



프로페셔널한 살림꾼

 

서너 달 동안 학교에서 지내다 보면 처음엔 집에서 자기 방이나 제대로 치울 줄 알았을까 싶던 1학년들도 살림에 제법 도가 튼다. 어쩌면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아침에 일어나면 아침 청소, 저녁을 먹기 전엔 본관 청소, 밤에 잠들기 전 기숙사 청소까지. 학교에서 청소를 이렇듯 엄청나게 시키는데, 청소 실력이 늘지 않을래야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물론 아이들이 청소 전문가로 거듭나기까지는 선배들의 숨은 노력이 크게 작용한다. 빗자루질은 어떻게 해야 하고, 화장실 물때는 어떻게 빼야 하고, 세면대 수도꼭지는 어떻게 닦아야 하고, 대걸레질은 어떻게 해야 하고....... 각자 맡은 청소구역의 선배들이 하나부터 열까지 일러 준, 집에서도 배워 보지 못했을 세세한 청소 노하우는 아이들의 청소 실력에 자양분이 된다. 덧붙여 선생님들의 엄격한 검사와 교묘한 청소 시간 배치도 살림꾼으로서의 역량 향상에 한몫한다. 치사하게도 본관 청소 시간을 하루 중 가장 배고플 저녁 식사 시간 직전으로 잡아서, 밥을 빨리 먹으려면 청소를 신속 정확 깔끔하게 마쳐야만 하게끔 만든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이 즈음이면 아이들은 빗자루질, 전등 청소, 유리창 닦기 등 저마다 자신에게 특화된 청소 부문 하나씩을 발견한다. 한 술 더 떠 '어떤 브랜드의 청소도구가 좋더라'를 논할 수 있는 안목을 갖춘 아이들도 더러 생기곤 한다. 유달리 두드러지는 재능을 보이는 아이들은 일찌감치 사감 선생님의 눈에 들어 세탁실이나 건조실처럼 숙련된 기술을 필요로 하는 특별 구역으로 차출되기도 한다. 


학교에서 하는 살림의 종류는 비단 청소만 있는 것이 아니다. 설거지도 거르지 않고 꾸준히 해야 한다. 전교생은 매일 하루씩 돌아가면서 '식기당번'이라는 순서를 정해 설거지를 도맡아 하는데, 그날의 식기당번은 밥을 먼저 먹는 특권 아닌 특권을 누릴 수 있다. 식사를 마친 후 고무장갑과 앞치마 차림으로 환복하고 각자 역할을 나누어, 서너 명이 무더기로 쌓여 있는 식판을 닦고 나머지 아이들은 사람들이 식사를 마치고 떠난 식탁을 꼼꼼히 닦는다. 어쩌다 떡볶이나 닭볶음탕처럼 '빨간 양념 음식'이 나오는 날의 식기당번에 당첨되면 역할을 불문하고 아이들은 일단 이마부터 짚는다.



대안학교도 똑같이 시험을 치른다: 시험기간의 진풍경


사람들이 대안학교에 대해 가진 많은 오해 중 하나는, 대안학교는 공부를 일절 시키지 않고 학업의 부담으로부터 한없이 자유롭게끔 아이들을 마냥 내버려둘 것이라는 생각이다. 물론 그런 학교도 있기야 하겠지만, 적어도 우리의 학교는 그렇지 않다.

우리 학교는 교육부 인가를 받아 졸업 시 정식으로 학력을 인정받을 수 있는 학교다. 이 말인즉슨 우리 학교의 재학생이라면 공교육과 상당 부분 겹치는 기본 교과목들을 필수적으로 학습해야 하고, 당연히 시험도 치러야 한다는 소리다. 따라서 7월 접어들면 온 학교가 기말고사 분위기로 탈바꿈하게 된다.


평상시 교실은 책상이 일렬로 앞을 보게끔 하지 않고, 아이들의 취향을 반영하여 토론과 대화가 가능하도록 마주보게 배치된 다양한 구조를 택한다. 하지만 시험기간이 되면 이 독특한 구조의 책상은 모두 해체되어 일정 간격을 두고 멀리 떨어지게끔 재배치된다. 학생들은 각자의 자리에 앉아 서로 간섭 없이 자율적으로 학습을 해야 한다.

정규 수업이 끝나도 학술적인 분위기는 변하지 않는다. 평소 같았으면 외국어 화 소리와 사물놀이 소리, 각종 악기 소리가 울려 퍼질 시간이지만 시험기간만큼은 예외다. 바깥에선 풀벌레가 울고 여름 햇살이 비쳐 들어오는데, 아이들은 교실에 앉아 '에어컨 좀 더 시원하게 틀어 주지.' 하고 중얼거리며 공부를 하는 진풍경이 펼쳐지고는 한다.


공식적으로 문서화된 바는 없지만, 많은 아이들은 학교의 방침 중 하나 '시험기간에는 평소보다 더 잘 먹여야 한다'일 것이라데 동의한다. 여느 때 같았으면 외부 음식물 반입을 철저히 금지하고 오직 제공되는 간식만 먹게 했을 학교가 시험기간만 되면 어디서 공수해 왔을지 궁금할 정도로 많은 양의 간식을 교실에 꾸준히 퍼다 나르기 때문이다. 패스트푸드, 과일 세트, 빵과 과자 등 그 종류도 실로 다양해서, 교실에서 가만히 귀를 기울이고 있노라면 '국어 3단원에서는 시험 문제 뭐 나올까'와 같은 질문보다 '오늘 간식 뭐 나올까'라는 질문이 들려오는 횟수가 훨씬 많다.

일과를 마치고 기숙사로 돌아가면 또 다른 간식이 기다리고 있다. 대부분 피자 아니면 치킨처럼 여럿이 함께 먹어야 하는 메뉴이기 때문에, 이 시기에 많은 아이들이 '피자 메이트'를 구한다고 입소문을 내기도 한다. 평소보다 훨씬 기름진 간식으로 배를 든든히 채우고 나면 아이들은 기숙사 로비에 놓인 커다란 책상으로 모여 밤늦게까지 필기와 자료를 공유하 함께 공부를 한다.


머리는 고달프지만 입은 즐거운 시험 기간이 끝나면, 여름방학이 정말 코앞으로 훌쩍 다가온다. 방학을 앞둔 학교의 모습은 어떻게 변할까?






마지막 과목의 시험 종료를 알리는 종이 울리면 학교는 그 소리를 기점으로 순식간에 마치 여름 휴양지처럼 돌변한다. 아이들은 교실이나 기숙사에 모여서 영화를 보기도 하고, 한가롭게 데크에 앉아 하늘을 구경하기도 하고, 운동장에서 축구나 배드민턴 등의 종목으로 각종 내기를 벌이기도 하고, 학교 야외 곳곳에 앉아 여유롭게 책을 읽기도 한다. 불과 몇 시간 전까지 콧잔등에 수심이 어려 있던 친구도 시험이 끝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태평스럽다 못해 온화하기까지 한 미소를 띠고 여가 시간을 보낸다. 이제 방학식 전까지 여름을 만끽하면 된다.


모두가 한가로이 여유의 바다를 헤엄치는 이때, 학교에서도 여름 맞이 행사를 열곤 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도서관에서의 하룻밤'이다.



도서관에서의 하룻밤


"너는 왜 우리 학교에 오고 싶었어?"

친구들에게 이런 질문을 던지면 실로 다양한 답변이 돌아온다. 커리큘럼이 좋아 보여서, 부모님이 적극적으로 추천하셔서, 시설이 멋져서. 

그런데 개중에는 드물게 이렇게 말하는 친구가 있다. "도서관이 마음에 들어서."

어떤 학교에 진학할지의 중대사를 결정하는 데 겨우 도서관이 영향을 끼친다니, 도서관이 그렇게까지나 중요한가? 

그러나 우리 학교에서 '도서관 때문에 입학했다' 라는 말은 결코 이상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으며, 오히려 '그럴 만도 하지' 라는 반응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우리의 도서관은 단순히 책을 보관하고 열람하는 장소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니는, 지리적으로나 상징적으로나 명백한 학교의 중심이기 때문이다. 


'도서관'이라는 단어를 가만히 놓고 보면 다음과 같은 이미지들이 눈앞을 스친다. 수많은 직사각형 모양의 책장, 그 안에 일렬로 꽂힌 책들, 착 가라앉아 있는 정적인 분위기...... 그런데 다른 수많은 도서관과는 대조적으로, 우리 학교의 도서관은 그 구조에서부터 기존의 '도서관'이라는 단어가 지닌 어감을 완전히 뒤집어 버리는 공간이다. 

'지혜의 숲'이라는 이름을 가진 이 도서관은 2층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원형 구조를 택하고 있다. 도서관 한가운데에는 학생들이 종종 '콜로세움'이라고 농담 삼아 부르기도 하는 커다란 홀 같은 공간이 있고, 원형의 벽을 따라 책장이 마찬가지로 원형 구조로 놓여 있다. 도서관에 들어서자마자 고개를 들면 하늘을 볼 수 있다. 비유적 표현이 아니라, 정말로 '하늘을 볼 수 있다'. 천장에 큰 채광창이 나 있어 항상 자연광이 들어오며 하늘의 빛깔이 유리창 너머로 고스란히 비친다. 책장 앞에는 벽을 따라 둥글게 독서를 위한 책상이 한 줄로 배치되어 있고, 주위를 둘러보면 도서관 곳곳에 토론 및 기타 활동을 위한 널찍한 책상이 놓여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더불어 토론실, 동아리 활동실, 영화 감상실과 같은 다양한 공간도 도서관 내에 별도로 마련되어 있다. 도서관은 사방에 출입문이 나 있어 1층, 2층, 그 밖의 복도 어디에서도 도서관으로 곧장 진입할 수 있는 길을 찾을 수 있다. 말 그대로 '학교의 중심'이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은 셈이다.


여름방학을 앞둔 시점이 되면 바로 이 도서관에서 캠프를 연다. 그 이름하여 '도서관에서의 하룻밤'이다. 직관적인 이름에서 엿볼 수 있듯 말 그대로 도서관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시간이다. 도서관 주재 연구원님이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공지하면, 참여를 원하는 학생들이 미리 신청을 하게 된다. 


캠프는 일과가 끝난 저녁 8시 무렵부터 그 막을 올리게 된다. 처음 잠옷 차림으로 도서관 홀에 어정쩡하게 자리를 잡고 앉아 있자면, '내가 정말 신성한 도서관에서 이래도 되나' 싶은 생각이 든다. 종이 바스락거리는 소리와 은은한 독서 조명이 가득한 이곳에 동네 한량 같은 차림으로 앉아 있다니. 하지만 주위를 둘러보면 그 민망한 감정은 금세 사그라드니 괜찮다. 남들도 모두 잠옷 차림이며, 개중에는 나보다 더 현란하고 더 후줄근한 차림인 사람들도 많다. 

도서관 홀에 모두가 모여 둥글게 앉으면, 연구원님이 이번 행사의 주제와 프로그램을 간단히 설명하신다. 이후 도서관의 자랑 중 하나인 큰 스크린이 내려오고 영상이 재생된다. 그날의 주제와 관련한 영화를 볼 때도 있고 다큐멘터리나 그 외의 짧은 비디오 클립 등을 시청하기도 한다. 이후에는 학생들이 임의로 배정된 소규모의 그룹으로 나누어져 도서관의 내부에 끼리끼리 자리를 잡게 되는데, 각 그룹은 해당 주제의 하위 분야를 자유롭게 선정하여 이야기를 나눈 뒤 커다란 우드락 보드를 사용해 시각 자료를 꾸며야 한다. 같은 시각 캠프를 신청하지 않은 다른 친구들이 기숙사에서 자율학습을 하고 있다는 걸 떠올리면 절로 승리의 미소가 지어지기 때문에, 도서관에 모인 학생들은 약간 들뜬 상태로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곧잘 유지하곤 한다. 평소 접점이 없었던 선배들과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며 친해질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조별로 우드락 보드를 꾸민 이후에는, 모두가 홀에 모여 조별 발표를 감상하는 시간을 가진다. 각 조에서 언변이 좋다 싶은 학생들이 떠밀리듯 나와 발표를 맡게 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처음에 제시된 주제는 모두에게 동일했지만 발표 시간에 각 조가 들고 나오는 하위 주제는 굉장히 다채로워지기 마련인데, 예를 들어 '인간관계'가 대주제였다면 서로 다른 조에서 각각 '소통의 매개', '사랑과 연애', '친구 관계의 형태', '한국 사회의 가족관계와 서구 사회 가족관계의 비교' 등의 주제를 가지고 오는 식이다. 다른 조의 발표자가 지금껏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분야를 심도 있게 짚어 주는 모습을 보면 우리 학교에 말 잘 하는 사람이 정말 많구나, 하며 자연스레 감탄이 나오기도 한다. 


우리 학교의 많은 행사가 그렇듯, 발표를 듣는 초반부까지는 '제법 학술적인 캠프인데?' 라는 생각이 든다. 그럼 그 순간 어김없이 반전이 시작된다.



도서관에서의 콘서트?


발표가 끝나면 이제껏 도서관을 밝혔던 등이 일순간 모두 꺼지고, 웬만한 수학여행 레크리에이션 뺨치는 색색의 조명과 음악이 그 자리를 가득 채운다. 차분한 미소로 발표 진행을 돕던 연구원님은 어느새 '앞으로~ 뒤로~ 좌우로~' 를 외치며 레크리에이션 진행 강사와 같은 입담을 과시하고 있고, 분명 방금 전까지만 해도 한국 사회의 가족관계를 서구 사회와 비교하며 예리한 통찰력을 보여주었던 선배가 무대로 뛰쳐나가 근본을 알 수 없는 열정적인 댄스를 선보이고 있다.


참가자들이 예정된 날짜에의 공연을 목표로 미리 열심히 연습하고 무대에 오르는 다른 행사와는 달리, 이날만큼은 정말 흥에 겨워 무대로 뛰쳐나오는 즉흥적인 학생들의 모습을 여럿 볼 수 있다. 즉석에서 장기자랑과 퀴즈 대결, 단체 게임, 노래 경연 대회 등이 펼쳐지고, 끼를 발산하는 데 재능이 있는 많은 인재들이 기숙사에서 후줄근한 차림으로 막춤을 추고 노래를 불렀던 경험을 되살려 무대를 빛내곤 한다. 행사를 진행하는 도서관 연구원님들은 정말 아무도 참여하지 않을 것 같은 생뚱맞은 게임 종목을 제시한 뒤 학생들이 가장 격하게 반응하는 '간식'을 적절히 활용하여 게임의 참여율을 한껏 드높이곤 한다. 가만히 앉아 있던 아이들이 앞뒤 안 가리고 림보 게임의 진수를 보여 주겠다며 홀 가운데로 달려나오도록 만드는 데에는 초콜릿 입힌 과자 한 통이면 충분하다. 차분한 독서와 토론의 장이었던 도서관 홀이 순식간에 박수와 함성 소리로 가득 찬 콘서트장으로 변모하는 몇 안 되는 날 중 하나다. 간혹 닭싸움처럼 학생들이 직접 몸을 쓰는 게임이 진행되기도 하는데, 그럴 때면 도서관은 '콜로세움'이라는 별명 값을 톡톡히 하게 된다.


물론 도서관에서의 하룻밤이 매번 야밤의 콘서트처럼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행사의 구성은 매 회마다 조금씩 달라지기 때문에, 때에 따라 캘리그래피 배우기, 종이 인형 만들기, 공예품 제작하기 등 비교적 정적인 체험활동이 주를 이루는 날도 있다.


후끈했던 열기가 한층 가시고 나면 환했던 도서관의 조명이 밤에 적합한 은은한 빛으로 바뀌며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홀과 널찍한 바닥 곳곳에 이불이 깔리고, 모두가 저마다 원하는 곳에 자리를 잡고 드러눕기 시작한다. 이때부터는 차분하고 아늑한 분위기 속에서 각자 책을 보며 밤을 보낼 수 있다. 자유롭게 책을 골라 어느 장소든 관계없이 자리를 잡아 편안한 자세로 책을 보면 된다. 누워서 책을 보는 사람도 있고, 옆의 친구와 대화를 나누는 사람도 있고, 천장의 채광창으로 밤하늘의 별을 보며 음악을 듣는 사람도 있는 고요하고도 자유분방한 시간이다. 밤이 깊어 가면 잠을 청할 아이들은 각자의 이부자리를 찾아가 잠들고, 책을 더 보고 싶은 아이들은 은은한 불빛에 의지해 계속 책을 보곤 한다. 이처럼 느긋하고 아늑한 분위기 속에서 밤을 보내면 도서관에서의 하룻밤에 성공적으로 참여한 것이다. 다만 이날 코를 골거나 잠꼬대를 하면, 사방을 둘러싼 무수히 많은 눈들에 의해 순식간에 다른 성별의 기숙사에까지 '걔가 잘 때 어떻게 하냐면......' 으로 운을 떼는 소문이 돌 수 있으니 주의하자. 






도서관에서의 하룻밤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면 이제는 짐을 바리바리 싸들고 학교를 떠날 시간이다. 큰 강당에 전교생이 모여 여름방학식을 치르고 나면, 아이들은 기숙사에서 자기 몸만한 캐리어를 끌고 나와 서로에게 인사를 건네며 각자의 집으로 먼 길을 떠난다. 아이들이 모두 빠져나간 학교는 두어 달 동안 나른한 여름잠을 자게 될 것이다.


이전 06화 산악등반: 하늘을 이고 잠드는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