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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g 21. 2024
밴쿠버의 룸메이트들
쓸모 있는 사람은 없다 쓸모 있는 직업만 있을 뿐
인생이 때론 참 거창한 듯해도 사람 사는 건 별거 없는 것 같다.
사람이 삼삼오오 모이면 먹고사는 문제에 대해서 얘기를 한다.
여기서 달라진 점은 이제 룸메이트들이 다 여자라는 것.
오늘은 늦잠을 잤다. 어제 피곤했는지 아님 새로운 도전에 일어나기 두려웠던 건지.
침대에서 뒤척이고 있는데 내 방이 부엌 바로 옆이라 오늘 룸메이트들 두 명이 대화하는 걸 우연히 듣게 되었는데 역시나 미래이야기를 많이 하는 듯했다.
한국 룸메이트는 캐나다에서 졸업하기 쉬운 호텔 매니지먼트 전공으로 학교를 졸업하긴 했는데 캐나다에서 헬스케어 쪽으로 수요가 많아서 일하려고 해도 내 성향이랑은 잘 안 맞을 것 같다면서 한국인 회사에서 일하는 건 싫은데 일단 인터뷰제의가 와서 준비하고 있다고 하면서 도대체 내가 뭘 원하는지 모르겠다며 꼭 영주권이 필요한 것이냐며 너는 인생을 즐겨 보여서 부럽다며 한숨을 팍팍 쉬면서 대화를 하는 듯했다. 타이완 여자는 대화를 잘 들어주는 애 같다.
타이여자애는 자기 나라에서 파이낸스로 공부하고 대학을 마친 후 선생님으로 일하다가 유아교육 (ECE)로 학교를 다니고 있다고 했다. 빅토리아에서 취업을 한 상태고 2월까지만 이 집에서 산다고 했다. 사회복지 쪽에도 관심이 있는데 자기가 아는 간호사 친구를 얘기를 해주면서 사회복지사 쪽에 사 일하려면 멘털이 세긴 세야 한다고 자기성 향하고 맞는 분야에서 일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해주는 듯했다.
한국인 여자가 집에 있는 것 좋아한다고 하니까 글 쓰는 건 어떻냐니까 자기가 글도 쓰는데 글로 어떻게 돈 벌 수 있냐고 그런다. 또 자기가 아는 애는 여행하면서 유튜브 하면서 돈 버는데 걔는 집 자체가 부유해서 먹고살 걱정은 안 해도 되는 친구라고 하니 한국 여자애가 자기도 돈 많았으면 그렇게 여행 다니면서 돈 벌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음악으로 유튜브 해서 돈 벌고 싶다고 하니 그럼 노래를 불러서 올려보라고도 해주는데 방 안에서 그 대화를 듣고 있으니 내가 하는 생각이랑 비슷해서 웃음이 났다.
이 룸메이트 들도 다 알고 있다. 캐나다에서 좋다고 하는 직업은 결국 의료 쪽이나 유아교육, 컴퓨터 쪽 만한 것이 없다는 것을. 먹고사는 게 중요하기에 이 분야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도 결국 이런 직군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 하고 싶은 건 재능이 있어야 하는데 끼가 없으면 돈이 안되고 돈 벌 수 있는 일은 다 현실적인 일이다.
안 듣고 싶어도 듣게 되는 대화였는데 한국인 여자애가 나랑 같은 심정이라 계속 듣게 된 것 같다. 대화가 끝나고 그 대만 여자애는 아르바이트하러 갔고 한국인 여자애는 방으로 들어갔다.
안 그래 보여도 낯을 가리고 소심한 나. 밖으로 나와보니 테이블에는 취업 센터에서 나눠주는 책자가 있었다. 어제 룸메이트들 이모여서 취업 관련 대화를 나눈 흔적이었다.
캐나다에 있는 국제학생들은 대부분 카페, 레스토랑에서 일하여 학교 다니고 job 찾고 영주권 따는 순으로 가는데 지금 이 집에 사는 룸메이트들은 졸업을 앞두고 아르바이트하면서 직장을 찾고 있거나 졸업 후 아르바이트하면서 잡을 구하고 있는 애들이었다.
학교를 졸업해 관련전공으로 취업해서 영주권 따면 베스트이지만 진로를 바꿔 영주권 지원해 주는 회사로 가서 일하는 방법도 있다.
어찌 되었든 간에 사람 사는 건 다 비슷비슷한 것 같다. 내가 하는 생각과 고민들은 나 혼자가 아니다. 결혼 안 한 여자 셋이 모이면 하는 얘기는 뻔하다. 남자얘기, 직업얘기, 외모얘기가 대부분 화젯거리다.
가끔가다가 다 지인이 어디 회사에 들어갔다는 소식을 들으면 내 상황에 빚대어 생각하기 때문에 나는 지금 잘하고 있나 기분이 묘한데 사람 사는 거 다 똑같다고 느끼니 자신감 생긴다. 결국 태어나서는 일하다가 죽는 것이다.
쓸모 있는 사람이 아니라 쓸모 있는 직업만 있는 것 같다. 방에서 나와서 슬슬 문밖으로 나왔다. 시내를 걸어 마켓으로 걸어가서 이것저것 사려고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