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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생활이 제일 쉬웠어요

적응력은 만렙

by K 엔젤


야간 오리엔테이션 마지막 날. 밥, 고등어, 멸치볶음, 미역국, 두부김치를 만들어 놓고 집을 나섰다.


2주 밖에 안 됐는데, 벌써 오래 일한 기분이다.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해도, 적응력만큼은 만렙이다. 같이 일하는 사람들과 금세 가까워진 것도 그 덕분일 것이다.

임시직으로 다니는 것이 아쉽긴해도 일단 정해진 건 다 해야 한다. 일을 하면 돈이 나오니까.


오지 않는 버스를 하염없이 기다릴 인내심은 이미 바닥났다. 결국 30분을 걸어서 목적지에 도착했다. 하필 오리엔테이션 마지막 날까지도 지각을 하고 말았다.


빌딩 앞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던 사수 Reena와 눈인사만 나눴다. 지각에 대해 별 말은 없었지만, 그게 오히려 나를 더 긴장하게 만들었다.


오리엔테이션이라 일정이 여유로워 보였다. 출근해서 자정 12시까지 log book을 확인하고, 12시 반에는 빌딩 게이트, 복도 safety, 냉동고 온도를 체크를 했다. Safety 체크는 1시간마다 반복되지만, 오늘은 사람이 두 명이라 여유가 있었다.


Reena 가 보통 오버나잇 근무는 한 명만 담당하고 야간에는 일이 많지 않다고 했다. 중간중간 쉬어도 된다고 했고, 시간은 1시간 단위로 쪼개져 있지만 30분 정도 앞뒤로 유연하게 시작·종료가 가능하다고 요령껏 상황에 맞춰 할일을 하면 된다고 했다. 정식 쉬는 시간보다 더 많이 쉰다는 느낌을 받았다.


쉬는 시간이 끝나고 오피스안에 앉아있는 Reena에게 갔더니 나에게 지금 할 일은 없으니 휴게실에서 쉬어도 된다고 했고 옆 빌딩에 가서 소파에 누워서 잠깐 눈을 붙였다.


오전 5시가 되어서 , 커피와 티를 들고 양옆 빌딩으로 전달했다. 2~4층에 도 과일과 빵을 나눠놓았다. 복도에 스며드는 빵 냄새와 커피 향이 지친 내 심신을 편하게 만들었다.

6시와 7시에도, 반복되는 safety 체크와 약 전달이 계속되었다.

마지막으로 log book을 정리하고, to-do list를 체크하니 집에 갈 시간이 되었다.

Reena는 report 때문에 오피스에 조금 더 남아있는다고 했다, 나는 ‘그럼 담에 보자’ 하고 퇴근했다.

6번의 오리엔테이션 근무는 그렇게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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