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랐으면 좋았을걸....

문제를 회피하고 싶다.

by 여행자

화상으로 피부이식수술을 받았다.

왜소한 체격에 기력이 낮았고 도움 줄 가족도 없었다.

입원 생활과 증상관리를 위해 의사가 간병 서비스지원을 요청했다.

여러 차례 입원했었고 이미 유명 인싸(?)다.


심한 알코올의존이 있었다.

투신(投身)하여 골절로 입원하기도 했고 집에 방화를 시도하기도 했다.

입원 중 병실에 방화를 시도하다 미수에 그친 사고도 있었다.

병실 내 흡연으로 민원이 발생하기도 했다.

입원 중 음주하지 않은 것이 그나마 다행이다.


주변의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입원 생활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탈원(脫院) 하기도 했다.


자해나 타해를 할 정도의 완력이 있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과거 방화 시도 전력은 모두를 긴장하게 한다.

비협조적인 환자까지 도와야 하냐며 병원 직원들의 원성이 자자하다.

그렇지만 불안한 마음은 병동 간호사가 제일 높다.


알코올의존이 있고 입원 생활까지 협조하지 않으니 도움 주는 것을 못마땅하게 생각한다.

힘든 상황에도 어떻게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사람도 있으니 말이다.

불공평하다는 생각도 한다.


질병 치료가 먼저다.

주변의 눈에 어떻게 보이든 오랜 기간 고독과 사투를 벌였다.

알코올의존과 흡연은 심해졌고 우울증도 있다.

주류(主流)라고 할 수 없기에 마주치기 불편한 것은 당연하다.


때마침 입원 소식을 듣고 구청 사례관리 담당자에게 연락이 왔다.

"나뭇가지에 찔려 수술이 필요하다고 하던데 치료는 잘 받고 있나요?"


입원기록과 전혀 다른 내용이다.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담뱃불로 자기 다리를 지졌다.

당뇨병이 있어서인지 한 달이 지나도 상처가 아물지 않아 수술받게 되었다.


사례관리 담당자조차 혀를 찬다.

평소 생활 실태 확인을 위해 때때로 사례관리팀이 가정 방문을 한다.

환자가 줄담배를 피워 담배 냄새에 찌든 사례관리 담당자는 다른 가정을 방문할 수 없었다고 한다.

위기 가구이기는 하지만 상담부터가 곤혹이다.


술과 담배를 얼마나 하는지 생계비는 부족했고 외상거래도 마다하지 않았다.


"간병비 낼 돈도 없으니 이렇게 있어 봐야죠."

위가 상황인 걸 아는지 모르는지 표정은 너무 밝다.


화상치료가 끝나면 퇴원할 것이고 원래의 삶으로 돌아갈 것이다.

이미 알코올의존과 우울증은 만성화되어 변화를 기대하기도 힘들다.


입원은 잦아질 것이고 문제도 반복할 것이다.

어떻게 도와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문제를 가진 사람보다 문제를 보는 사람이 고민해야 한다.

입원 중 사고는 생기지 않을지 조마조마하다.


긴장하지 않는 날이 없다.

사무실 전화벨이 울리면 수화기를 들기 두렵다.

하루하루 별일 없기를 바라지만 하루하루 별일은 계속해서 발생한다.


병원이라고 해서 질병만 문제인 것이 아니다.

아프고 싶어서 아픈 것은 아니지만 생활환경이 질병에 영향을 끼친다.

질병과 함께 복잡한 문제를 동반한다.


어떤 사건이 발생할지 예상할 수 없고 비슷한 것 같지만 다른 문제를 풀어야 한다.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없고 자원은 한정되어 있다.


지역사회 자원을 찾는 것부터 벽에 부딪힌다.

자원은 산재(㪚在)해있고 정리하다 보면 어느새 지침이나 기준이 바뀌기도 한다.

연말이 다가오면 예산부족으로 자원은 더 줄어든다.


자원이 줄어드는 만큼 문제가 줄어들어드는 것은 아니다.

문제를 파악했다고 해서 모두 해결할 수 없다.

해결방법도 없는 문제를 파악하는 것조차 자책하게 된다.


문제가 없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지만 몰랐다면 고민하지 않았을 걸....

상담을 하는 것도, 문제를 파악하는 것도 피하고 싶다.

몰랐다면 마음이 편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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