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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자 Jul 08. 2019

건강할 권리, 진료받을 권리

홀로 남겨진 기니 여성 이야기

프리카 북서부에 있는 기니에서 13,000km가 넘는 하늘길을 날아 한국에 도착했다.

유학 생활을 하는 남편을 만나기 위해서다.


3개월간의 짧은 만남 후 남편은 연락도 없이 본국(기니)으로 돌아가 버린다.

그렇게 지금까지 남편의 소식은 듣지 못하고 있다.

부부싸움이 화근이었다고 하지만 무책임한 남편을 탓하고 있을 여유는 없다.


홀로 남겨진 여성은 본국으로 돌아갈 항공료도 없을뿐더러 한국어 한마디도 할 줄 모른 채 남겨졌다.  

설상가상 본국(기니)의 가족들과도 연락이 끊기어 난민 신세로 전락하게 된다.


낯선 세상에 홀로 남은 듯 불안했을 것이다.

홀로 어두운 우주를 떠도는 기분이었을 것이다.


우연히 본국(기니) 출신의 남성을 만나 도움을 받게 되고 정을 붙이게 된다.

믿음과 사랑이 넘치는 제2의 인생이 시작된다.


이윽고 찾아온 임신 소식에 부부는 부둥켜안고 기쁨을 함께한다.

귀한 생명을 기다리는 마음이야 오죽하랴.

하지만 부부는 마냥 기쁨에 젖어 있을 수만은 없었다.


우리와 다른 피부색으로 한국에서 생활하기란 쉽지 않다.

검은 피부색에 대한 편견은 더욱 심해 일자리를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다.

한번 구한 일자리도 오래가지 못했다.


아르바이트로 근근이 생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수입이 일정치 않아 생활하기조차 쉽지 않다.


아이의 임신으로 하루하루 부부의 걱정은 늘어간다.  

출산비와 양육비 등 출산도 하기 전에 걱정부터 앞선다.


먹고살 돈도 부족하다는 산모는 사회복지기관에 도움을 요청하게 된다.

그렇게 임신 20주가 넘어서야 처음 산부인과 진료를 받게 된다.


때 이른 진통과 분만, 눈치 없는 아이는 1,170g의 심한 저체중으로 출생하여 기흉, 호흡곤란 증후군 진단을 받게 된다.


회복이 더딘 아이는 신생아 집중치료실(중환자실)에서 기약 없는 치료를 받고 있다.


이미 병원비는 눈덩이처럼 불어나 감당할 수가 없다.


그렇다고 해서 귀한 생명을 포기할 수는 없다.

의사는 최선을 다해 치료한다.

부족함이 없도록 관심을 가지고 최선을 다해 돌본다.  


세상에 나온 지 47일 만에야 부모의 품에 안길 수 있었다.

출처 : Pixabay

한 생명을 구하기 위해 병원을 비롯하여 이주여성인권센터, 대한적십자사, 월드쉐어, 세이브더칠드런, 어린이재단, 라이프핸즈, 희망의 친구들 등 다수의 사회복지(후원) 기관과 개인 후원자들의 도움을 받았다.


많은 사회복지(후원) 기관을 통해 십시일반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직접적인 도움이 필요한 의료기관에서는 진료조차 받지 못했다.


내가 근무 중인 병원에 오기 전까지 어떤 병원에서도 도움받지 못했다.


흔히 불법체류라고 부르는 무자격 체류로 진료를 거부당하고 진료비를 마련하지 못해 병원 이용을 망설였다.


체류자격이 없다고 해서 건강할 권리까지 빼앗을 수 있을까?

건강보험이 없다고 해서 진료받을 권리를 빼앗을 수 있을까?


주위에선 국내 사람도 도움받기 어려운데 외국인을 도와야 하냐는 말을 하기도 한다.

넉넉해서 돕는 것이 아니다.

차고 넘쳐서 돕겠다는 것이 아니다.


대한민국이 해외원조를 받던 시절 넉넉해서 도움을 줬던 나라가 몇 개국이나 될까?

생명이 소중하기에, 마땅히 도와야 함을 알기에 돕는다.

진정성을 가지고 오롯이 도와야 한다.


병원을 찾는 모든 이들이 차별받지 않고 진료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

소외된 이들에게 관심을 기울여주는 병원과 의사가 있어야 한다.   

편견 없이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지금도 기니 가족들은 생활고에 힘들어하고 있을지 모른다.

생활고까지 보살펴주지 못함에 아쉬움이 남는다.

간간이 들려오는 소식에 안도하며 아이가 건강하게 성장하기를 기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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