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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자 May 17. 2019

평범하게 산다는 것

최소한의 평범함

사람들은 평범하게 살고 싶다고 한다.

저마다 평범함의 기준도 다르다.


다수의 사람은 이상적인 삶을 평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이 시대에 평범하게 산다는 것은 기대 수준을 겸손하게 표현하는 말로 사용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더욱 평범하게 살기는 어렵다.


출처 : pxhere

평범하게 살고 싶다는 환자가 있다.


수년째 통증은 구렁이처럼 몸을 휘감아 놓아 주지 않는다.

매일 같이 방 귀퉁이에서 배를 움켜쥐고 식은땀을 흘린다.

진통제는 임시방편일 뿐 통증은 다시 스멀스멀 올라온다.

빈틈없이 계속되는 통증으로 삶조차 힘겹다.


죽고 싶은 생각만 머릿속에 맴돈다.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며 편지를 보내왔다.

미안하다는 말부터 꺼내며 대화가 시작된다. 


지극히 일상적인 대화로 시작하지만, 마무리는 항상 우울하다.

 

"서랍장에 메모가 있으니 사고가 나면 메모를 확인해주세요."

"나는 곧 사라질 것입니다."

"이 세상에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주세요."

"모든 것이 끝났습니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이제 끝내려고 합니다."

.

.

.

홀로 불안감을 견디기 어려웠을 것이다.

살아 있음을 증명하고 싶었을 것이다.


차라리 물질적 도움을 요청했다면 해결이 더 쉬웠을 수도 있다.

대화하며 맞장구쳐주고 격려해주는 것밖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잘 들어주는 것밖에는 해줄 수 있는 것이 없다.


환자는 통증 없이 평범하게 살고 싶다고 한다.


환자에게 평범함의 기준이 건강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함께 대화를 나누고 위로받을 수 있는 관계가 필요한 것이다.

관심 밖의 사람으로 남는 것이 두려울 것이다.


환자에게 평범함이란 질병으로 단절된 사회와의 관계 회복이 더 가깝지 않을까?


이상이 아닌 최소한의 평범함을 생각해보게 한다.


술 한잔하며 수다를 늘어놓을 친구와 동료가 있는 우리는 이미 평범한 삶을 살고 있지는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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