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의 옆집 좋아하는 부부.
우리는 맛집 탐방을 즐기는 부부이긴 하지만, 맛집에 집착하진 않는다.
<갈 수 있으면 가고, 먹을 수 있으면 먹자>가 부부의 기본 모토.
그래서 지나친 웨이팅이나 삼세 번 도전 같은 건 잘 안하는 편이다.
특히 홈(국내)일 때와 달리 원정(해외)일 때는 제한된 시간 안에 가봐야 할 데도 많아, 사소한 맛집 하나에 불필요한 집착 같은 건 절대 하지 않는데...
그 탓에 우리는 온라인 카페나 유튜브 채널에 소개된 맛집은 알긴 많이 알아도, 가본 데가 별로 없다.
시드니도 마찬가지다.
호주 하면 커피. 호주의 3대 커피 하면 보통 캄포즈(Campos), 싱글오(SingIe O), 검션(Gumption)을 꼽는다고 하는데, 놀랍게도 이번 여행에서 우리는 단 한 곳도 가보질 못했다.
그런데도 오늘은 굳이 쓰는 시드니 맛집 정보. 덧붙여 시드니 맛집의 옆집 정보인데…
전날 10시간 남짓 긴 비행을 마치고 이른 아침 시드니에 도착한 우리는, 휴일이 아니면 못가는 록스마켓만 간단히 구경을 하고 서둘러 숙소로 돌아와 초저녁부터 잠자리에 들었다.
그 덕일까 이튿날 눈을 뜬 건 여명이 채 가시기도 전인 새벽 6시다.
우습게도 나를 깨운 건, 알람이 아니라 남편 똥보이다.
평소엔 새벽 6시 30분 알람도 듣지 못해 내가 흔들어 깨워야 간신히 일어나는 그가 긴 비행의 피로에도 불구하고 알람보다 먼저 일어나 도리어 나를 깨웠다.
'와 이 남자 너무 속(?)보이잖아?'
원래 일할 때 전투력과 놀 때 전투력은 별개의 것이라곤 하지만, 달라도 너무 다른 그의 모습에 솔직히 속으론 좀 코웃음이 났다.
그런데 그보다 더 한 전투력 상승을 도모라도 하듯 눈뜨자마자 그가 한다는 소리가
"배 안고파? 우리 브런치 먹으러 갈래?"
"새벽 6시에 해장국도 아니고 브런치를?"
그런데 호주라면 가능한 이야기다.
빨리 여는 스타벅스도 9시는 돼야 오픈을 하는 한국과 달리, 호주는 웬만한 동네 카페들도 대부분 오전 6,7시만 되면 모두 오픈을 한다. (대신 밤늦게까지 문을 여는 카페가 잘 없다고)
아니나다를까. 똥보이가 구글에 저장해 뒀던 숙소 근처 카페는 이미 오픈 준비를 마치고 손님을 맞고 있었다.
그리고 이곳 킹쉽 커피(Kingship Coffee)에서 나는 호주에서의 첫 플랫화이트를 맛봤다.
똥보이와 내가 주문한 건 롱블랙 한 잔과 플랫화이트 한 잔, 그리고 이 가게의 브런치 메뉴인 "빅 블랙퍼스트"
호주는 낙농국가답게 우유 맛이 좋아 우유가 들어가는 커피 메뉴인 플랫화이트가 가게마다 시그니처 메뉴라고 하는데.
시드니에 도착해 처음 맛본 이곳의 플랫화이트는 내 기준 5점 만점에 4.5점. (참고로 0.5점은 3대 커피를 맛보기 전이라 뺐는데, 3대 커피는 결국 맛보지 못했기에 시드니 여행에선 단연 이 집 커피가 1등)
우유 맛은 진하고 고소한데 전혀 느끼하지 않았고, 뭣보다 우유와 커피가 서로를 해치지 않는 적절한 조화가 인상깊었다. 그래서 우리에겐 더없이 좋았던모닝 커피!
여기에 잘 구운 빵과 여러가지 토핑과 딥들이 함께 나온 브런치 메뉴 "빅 블랙퍼스트"는...
솔직히 처음에 나는 메뉴판에 적힌 설명만 보곤, 흡사 예전 대학교 앞 술집에서 팔던 안주 메뉴 "아무거나"가 떠올라 브런치 계의 "아무거나"가 나오지 않을까 예상했었다. 그 시절 "아무거나"처럼 이것저것 많이 나오기는 하나 뭐 하나 맛있는 게 없는, 맛보다는 양으로 승부를 보는 그런 메뉴겠거니 했는데...
그런데 웬걸. 예상과 달리 "빅 블랙퍼스트"는 주인장이 시즈닝을 해 구운 토마토와 솜씨 좋게 만든 수란, 그리고 생 아보카도를 으깨 만든 아보카도매쉬까지 뭐 하나 정성스럽지 않은 게 없는, 그러면서 맛도 좋은 최고의 메뉴였다. 그야말로 빅 블랙퍼스트이면서 굳 블랙퍼스트이기도 했는데...
다양한 식재료의 색을 살려 멋스럽게 한 플레이팅은 여행 사진을 남기기에도 굳굳!
비싼 호주 물가에 저렴한 가격은 아니었지만, 준 돈이 아깝지 않은 최고의 아침 식사였다.
그런데 맛보다 더 좋았던 건 역시 기분이 아니었을까.
우리가 아침 식사를 했던 이때가 호주 현지 월요일 아침. 우리는 일상을 벗어나 멀리 떠나온 그곳에서 까페 브런치를 즐겼고, 우리가 자리한 야외 테이블 앞으론 출근을 서두르는 호주 현지인들의 모습이 내려다보였다.
그리고 그걸 바라보는 똥보이는 한없이 느긋하고 째지(?)는 기분처럼 보였는데...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눈빛만 보아도 알~~~아)
만일 이 기분을 맛본 것에도 값을 치루라고 한다면, 똥보이는 1, 20불쯤 기꺼이 지불하지 않았을까.
하여 이곳은 우리에게만큼은 호주 3대 커피 부럽지 않은 우리만의 맛집이 되었다.
* 그리고 추가하는 맛집의 옆집 정보.
그렇다고 저희가 아예 호주 3대 커피에 접근조차 안했던 건 아닙니다.
일정 중 서리힐즈에 갔을 때 3대 커피 중 한 곳인 싱글오에 갔었는데요, 긴 줄에 바로 포기.
저희는 그 대신 싱글오에서 조금 더 올라가면 있는 브루클린 보이 베이글즈(Brooklyn Boy Bagles)에 갔어어요. 맛집의 옆집도 좋다면, 이곳에서의 베이글 브런치도 추천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