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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운 Jul 11. 2022

기쁨의 빈도  

[문장우리기] #5. 행복의 기원 by 서은국  

<행복의 기원>은 말한다.

우리 인간은
행복하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살기 위해 행복감을 느끼도록 설계된 것

이라고.

"행복감을 인간은 왜 느낄까?" 란 물음에 있어 '생존' 그리고 '번식'을 말하는 작가는 이로써 행복에 대한 신비주의는 거둘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행복은 우리 곁에 매일 일어나고 있는 경험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단적으로 인지하는 행복은 '주관적 / 감정'이다.

저마다 행복을 느끼는 지점이 다르고(주관적) / 끊임없이 변화한다(감정). 그렇기에 하나의 정의로 일단락해 관리/통제하기란 쉽지 않다.

행복학자들은 이러한 허들을 낮추고자 '긍정적 정서를 자주 갖는 경험'을 행복이라 말한다. 행복을 멀리서 갈구하는 실수를 예방케하는 장치와 같다.

더불어 '삶의 의미와 목적을 뚜렷하게 인지하고 있는 상태' 역시 대표적인 행복으로 취급한다.

내가 원하는 행복을 추구하며 나아가는 과정 역시 행복인 것이다.

종속되어 끌려가거나 인정이나 보상을 바라는 현실에서 벗어나 자발적이고 주도적으로 살아가는 것을 행복이라 말하고 있다.

결국 모든 출발은 나 자신에게 집중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나 역시도 좋은 말을 수십 번 듣는 것보다 한 번의 경험으로 내가 실감한 행복을 더 신뢰한다.

과정에 직접 참여한 나의 행복이기 때문이다.


<행복의 기원>은 이러한 행복에 대해 'How'가 아닌 'Why'에 집중하고 있다.

인간이 행복이라는 경험을 하는 이유를 통해 행복의 속성을 먼저 이해하고자 했다.

행복의 본질에 있어서도 이성적인 면보다는 본능적이고 동물적인 면에 더 관심을 두고 있다.

그중 '쾌(快)'의 촉매제인 '강화물'과 뇌의 피드백이 흥미로웠다.

우리의 뇌는 일종의 탐지기로 우리의 생존에 필요한 자원들을 구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강화물'은 심리학 용어로 특정 반응을 증강시키는 자극을 말하는데, 바다에 들어가기 조차 꺼리던 개를 서핑하게 만든 새우깡이 하나의 강화물이다.

하지만 정작 개가 새우깡을 먹으려 한 이유는 새우깡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먹을 때 뇌에서 유발되는 쾌감 혹은 즐거움 때문이었다.  

이 쾌감을 다시 느끼고자 새우깡을 계속 원하게 되고, 그 과정의 누적이 서핑으로 결실을 맺은 것이다.

결국 개의 강화물이 '새우깡'이라면, 인간의 경우는 '행복감(쾌감)'이라 말하고 있다.  


행복은 가치(value)나 이상, 혹은 도덕적 지침이 아니다. 천연의 행복은 레몬의 신맛처럼 매우 구체적인 경험이다. 그리고 쾌락적 즐거움이 그 중심에 있다. (P186)


모든 동물의 뇌가 가진 가장 중요한 역할 중 하나가 바로 이런 쾌(快) 혹은 불쾌의 경험을 즉각적으로 구분하고 만들어내는 것으로 쾌의 느낌에 우리가 붙이는 명칭은 상황에 따라 다르다.

'기쁘다, 재미있다, 통쾌하다, 즐겁다, 신난다, 좋다…’

그러나 모두 '쾌'가 원료인 경험이고, 이들은 행복감의 가장 기초적인 재료가 된다.

이 세세한 감정을 묶어 '긍정적 정서(pleasant emotions)'라고 한다.


행복의 핵심은 부정적 정서에 비해 긍정적 경험을 일상에서 더 자주 느끼는 것이다.

이 쾌락의 빈도가 행복을 결정적으로 좌우하고 있는 셈이다.  


모든 쾌락은 곧 소멸되므로 한 번에 커다란 기쁨보다 작은 기쁨을 여러 번 느끼는 것이 절대적이다.
다시 말해 행복은 기쁨의 강도가 아니라 빈도다. (P122)


생존에 유익한 활동이나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그 일에 계속 매진하라고 알리는 것이 쾌의 기질이듯 뇌의 유일한 관심사는 생존이다. 지금도 뇌는 꾸준히 그것을 찾고 있다.


궁극적으로 작가가 찾아가는 행복의 기원은 '사람'을 향해 있다.

생존을 위한 절대적 자원 중 하나가 식량과 같이 몸을 보존하는 경험이라면, 다른 하나는 '사람'인 것이다.

인간의 본성인 'The ultimate SOCIAL machine'을 고려할 때, 우리의 뇌가 사람들과의 관계를 잘 맺기 위해 발달한 것과 연결된다.  


그것은 생존과 직결되는 '사람'이다. 그래서 뇌는 사람이라는 생존 필수품과 대화하고 손잡고 사랑할 때 쾌감이라는 전구를 켜도록 설계된 것이다.
행복은 타인과 교류할 때 자동적으로 발생하는 일종의 '부산물'이라고 볼 수도 있다. (P151)


사람을 만나며 얻는 사회적 쾌감은 사회적 영양실조를 막는 사회적 식욕으로 이는 가장 기쁜 순간에 기쁨을 나눌 누군가 있을 때 행복한 순간으로 기억되는 것과 같다.

그렇기에 사회적 경험과 행복은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다.

 

만남의 양보다 질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행복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만나는 사람들보다 만나고 싶어서 만나는 사람들이 많아야 한다. (P177)


책 말미에 행복의 단편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음식을 먹는 것'으로 귀결된다.

우리의 원시적인 뇌가 가장 흥분하며 즐거워하는 '사람과 음식'으로 용해되는 것이다.


작가는 거듭해 말하고 있는 듯하다.

행복은 보통의 일상을 살아가는 모두에게 주어진 오늘이라고...  

바로 지금을 살아가는, 작은 것에 기뻐할 줄 아는 긍정의 어제들이 모여 만든 오늘에 있다고 말이다.

내가 가장 기억하고 싶은 구절이자 잃기 싫은 구절이기도 하다.

우리는 현재를 즐기지 못하고 산다. (중략)
많은 사람이 미래에 무엇이 되기 위해
전력 질주한다.
이렇게 'becoming'에 눈을 두고 살지만,
정작 행복이 담겨 있는 곳은 'being'이다.



※ 출처: 행복의 기원 (서은국, 21세기북스)


■ 흐리지만 왠지 말랑한 오늘의 날씨처럼

Take it further by Mina Okabe (출처: Mina Okabe You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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