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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로 Oct 20. 2021

사랑이란?



당신의 손은 당신의 다정함을 닮아

삶이 반짝이는 기쁨을 선사하고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달래주고
눈물에 가득 찬 슬픔을 닦아주고
웃음이 만연한 즐거움을 건네주네


당신의 사랑은 당신의 두 손을 닮아

생동감 넘치는 기쁨을 일으키고
들끓어 넘치는 분노를 삭여주고
마음이 무너진 슬픔을 쓰다듬고
 행복이 가득한 즐거움을 선물하네


당신은 당신의 사랑을 닮았다네





나는 사랑으로 자라난 존재


내 그림에 나오는 곰의 이름은 '노마'이다. 한쪽 다리가 특이하게 블록으로 되어있는 이 친구는 그림 속 나의 페르소나의 친구이자 레몬 모양의 싹이 난 병아리의 친구인 평범한 곰이다. 노마는 돌아가신 친할아버지에게서 영감을 얻었다. 내가 초등학교 6학년 때 할아버지의 한쪽 다리는 의족이 되었다. 할아버지는 다리 한쪽이 없는 그냥 평범한 시골 노인이었고 누구보다 큰 손녀인 나를 가장 많이 사랑하시고 할머니와 가족들을 사랑하신 대한민국의 부지런한 가장이셨다.


노마는 '보통의', '평범한', '정상적인'이라는 영어 단어 'Normal'에서 따온 이름이다. 그림 속에서 노마는 익숙하지 않은 다리의 모습을 하고 다리가 불편한대로 화면 안에서 스스로의 역할을 하고 있다. 나는 노마를 통해 불편한 신체를 가졌지만 누구보다 보통의 평범한 삶을 살고 있는 나의 할아버지 같은 존재들을 표현하고 싶었다.


나는 가족 중에서 할아버지를 가장 많이 닮았다. 할아버지의 흥을 닮아 4살 때 할아버지 앞에서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춰 할아버지가 너무 좋아하셨다는 일화는 명절에 온 가족이 모이면 빠지지 않고 나오는 이야기다. 그리고 생김새도 닮아서 엄마 아빠의 딸보다는 할아버지 손녀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항상 시골집을 가면 가장 먼저 반겨주시고 동생들 몰래 용돈을 챙겨주셨던 할아버지는 지금 돌아가시고 눈앞에 안 계시지만 나는 받았던 사랑을 노마라는 캐릭터를 통해 표현하고 있다.


소위 말하는 K-장녀라 온 가족의 사랑과 관심을 한 몸에 받으며 자라온 나는 삼 남매 중에 어릴 때 사진이 가장 많다. 불완전한 존재인 인간의 사랑 역시도 불완전하다. 미성숙한 사랑은 억압과 폭력을 낳는다고, 사랑은 온갖 감정의 결정체라 항상 긍정적인 감정과 상태만 있을 수는 없다. 그럼에도 내가 사랑이라는 단어를 좋아하는 이유는 크기와 표현 방식이 다를 뿐 주고받으며 인간이라는 존재를 더 아름답게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사랑을 말한다면 가족과 친구들, 애인의 사랑도 크지만 내가 믿는 신을 통해 나는 사랑에 대해 더 깊게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 누군가는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겠지만 나에게는 내가 믿는 신을 빼고는 사랑을 이야기할 수 없기 때문에 짧게 적어보자면 세상 한가운데에서 내가 너무 작고 보잘것없는 먼지 같은 존재라고 생각했을 때 나는 그 사랑을 통해 위로를 받았다. 그리고 내가 받은 이 사랑을 더 많이 베풀어야겠다고 느꼈다. 그래서 천천히 회복이 되었을 때 나는 '위로'라는 작가명을 가지고 나를 표현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림으로 건네는 심심한 위로


내가 느낀 사랑은 함께하고 의지할 만한 것이다. 어릴 때에는 주변의 사람이 전부였고 인간관계에 지쳤을 때에는 나 자신만 중요했다. 이제는 나와 주변을 대하는 에너지의 균형을 맞추고 있다. 인간사의 희로애락, 사랑은 이 희로애락을 다 품고 있다. 인생은 사랑으로 이루어졌고 이 사랑이 없는 인생은 상상이 안된다.


그림을 그릴 때 어떠한 이미지가 떠올라 그 이미지를 확장시켜 그려나가기 시작하기도 하는데 이 그림은 처음부터 나에게 '사랑'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건네며 시작했다. '사랑이란'이라는 제목을 가진 이 그림은 내 가상의 친구 노마와 함께 나를 위로해주는 수많은 존재들을 그리는 '몽상가의 위로' 시리즈의 그림이다. 사랑 역시 나를 달래고 위로해주었던 것들 중 하나이기에 꼭 그림으로 표현해 보고 싶었다.


내가 폭풍우 한가운데 있을 때 우산을 내밀어주고 옷을 빌려주고 집을 데려가 주고 수건을 빌려주며 다시는 비를 맞지 말라고 쓴소리를 하고 머리를 말려주고 왜 비를 맞고 있었는지 물어봐주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나에 대한 사랑을 표현해주는 사람들이 있었다. 모두들 방식은 다르지만 그 안에는 나라는 사람에 대해 연민, 걱정, 관심, 궁금함 등의 사랑이 있어 나는 비가 오더라도 그 비를 다 맞으며 힘들어하지 않을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그때의 나처럼 비를 맞고 있는 사람을 보면 나만의 방법으로 그 사람을 걱정하고 비를 맞지 않게 도와주게 되었다.


상처를 머금은 사람은 그와 비슷한 상처를 가진 사람을 품을 수 있다. 나 또한 사랑을 통해 상처가 회복되는 경험을 했어서 나와 같은 상처를 받은 사람들의 아픔을 공감하고 위로를 건넬 수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지나가면서 살며시 건네는 따뜻한 말 한마디에 안심이 되고 기쁨이 되듯이 나도 그런 따뜻한 마음을 품고 그림을 그려낸다.


따뜻하고 편안한 그림 그림을 사이에 두고 우리는 연결되어 있다. 마음이 어려운 사람들은 그냥 눈만 마주쳐도 눈물을 흘리고 자기의 이야기를 들어주기를 한다. 때때로 어쭙잖은 조언보다 그냥 단순한 끄덕임이  위로가  때가 있다. 나는  그림이 그랬으면 좋겠다. 그림과 눈이 마주쳤을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고 싶은 그런 그림. 내가 그림을 그리며 위로받고 누군가가 위로를 얻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듯이 그림을 보며  많은 상상을   마음을 꺼내 놓을  있는 용기를 얻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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