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담의 이브화> 소설을 마치며
<아담의 이브화>는 2013년 문예 창작론의 모 교수님이 낸 과제로 작성한 것으로, 내가 최초로 완성한 단편소설이다. 이맘때 즐겨 듣던 국카스텐의 매니큐어라는 곡에서 영감을 받아서 썼던 것이 기억이 난다.
지금 보면 문장이 이상한 것들은 차치하고 소아성애나 변태적인 욕구가 왜 이리 담겨있나 싶기도 한데, 그 어리숙한 것(글도 그렇지만 조심성이 없던 나 자신)이 나름 볼만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래서 조사 하나도 바꿔 쓰지 않고 그대로 올려본다.
당시에는 '아름다움에 집착하는 여성들을 비판'하겠다는 주제로 써내려 간 것이었는데, 막상 교수님이 국문과 주전공자들 앞으로 불러 (당시 나는 타과에서의 아싸로움을 음미(?)하던 복수전공생이었다) 주제를 말해보라고 했을 때는 너무 부끄러워서 '아직 못 정했다'고 말해버렸다. 어떻게 완성된 글을 발표하며 주제가 없다는 말을 할 수 있었는지, 그때의 객기가 이제는 부럽다. 그럼에도 각자의 작품을 돌려서 읽고 소감을 롤링페이퍼 형식으로 적어주는 종이에는 칭찬하는 글이 제법 있었다. 급하게 결말을 냈다거나 어렵다거나 하는 평도 있었지만, 날카롭다거나 새롭다는 한 두 문장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그 종이를 평생 방 안에 전시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리고 그 종이는 수업 후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바로 잃어버렸다. 그래서인지 그때의 아련함이 뚝뚝 묻어져 나오는 글이다.
이때쯤의 나는 한참 '아멜리노통브'라는 프랑스 여류소설가에게 푹 빠져 있었다. 놀라울 정도로 치기어린 인물들과 확대해석, 과장된 상황과 말들이 오히려 현실을 거세게 풍자하고 묘사하는 것이 굉장히 아름다웠다. 그래서 주인공의 서사는 물론이거니와 생각도 최대한 짧으면서 자극적인 문구를 써서 표현하려고 했다. 더불어 나원장을 더불어 이화도 나이와 생김새를 극대화해 반대로 표현했다. 그러다보니 이화가 매우 어린 여자아이로 등장하고, 핥고 싶다는 둥의 야릇한 표현이 등장해 '롤리타'를 연상시키게도 하는데, 나 자신이 현재 아이를 갖기를 바라는 지극히 평범한 여성인 만큼 사상에 대한 오해는 없길 바란다. 이름도 흰 배꽃을 떠올리게 하는 '이화'로 지은 만큼, 그것은 순수함에 대한 아주 강한 갈증을 표현하기 위함이었다.
아마 페미니즘이며 성별에 관한 담론도 없던 때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여성혐오부터 우월감, 순결 등 키워드들을 훑어보니 내가 글을 좀 더 잘 써서 세간에 발표라도 했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도 든다. 어쩌면 성별혐오의 어느 축에 선봉장으로 썼을지도. 그래도 가만 이 글을 읽고 나면 어디에도 한 성별의 승리는 없다. 여성이 되어버린 남성, 어쩌면 아이를 유괴하려는 듯한 모션이 파격적이기는 하지만 이 모든것은 오히려 그들의 통합을 시적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결말을 아리송하게 낸 것도 약간은 충격적인 소재와 전개를 중화시킬 요량도 있다. 결말 중 이브를 향해 달려온 누군가의 정체에 따라서 이후의 스토리가 달라질 것이다. 주인공을 유심히 지켜보던 경비원일 수도, 조금 빠르게 퇴근하게 된 엄마일수도, 아니면 작가의 시선이 바뀌어 주인공이 달리는 것도 될 수 있겠다.
말하고자 하는 것이 '순수에 대한 결핍'인 만큼, 그것에 미치도록 돌아버린 한 '인간'의 이야기로 읽어주시면 좋겠다.